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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1월호 통권 135호호 전체기사보기

두드리고 깎고 칠하다보면 어느새 나만의 작품 ‘완성’

부산 나들이 -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①

내용

역사의 거친 말발굽이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 ‘부산시민공원’일제강점기 시절 경마장과 군속훈련소를 거쳐 미군부대가 차지했던 땅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부산의 심장, 시민의 쉼터가 됐다. ‘부산시민공원’을 보다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촌’을 찾아가 본다.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에는 섬유·판화·금속·도자기·목공예 등 5개 공방이 있다. 공방체험을 통해 직접 공예품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사진은 목공예공방 체험 모습).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에는 섬유·판화·금속·도자기·목공예 등 5개 공방이 있다. 공방체험을 통해 직접 공예품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사진은 목공예공방 체험 모습).

 

부산시민공원 역사 알 수 있는 ‘공원역사관’

‘부산시민공원’이 탄생하기 전까지 이 곳은 주한 미군부대 ‘하야리아 캠프’였다. 미국 플로리다 세미놀족 출신의 한 군인이 이곳을 보는 순간 ‘하야리아’라는 고향 땅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야리아’는 인디언 말로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이다. 부산시민공원에 왔다면 시민공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공원역사관’을 가장 먼저 둘러보길 권한다.

역사관 건물은 ‘하야리아 캠프’ 시절 미군 장교클럽이었다. 역사관에는 일본인들에게 땅을 빼앗겼던 오랜 상처와 미군으로부터 부지를 반환받기까지의 100년간의 기다림과 노력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대한제국 말기 평화로운 농촌, 일제강점기 경마장과 군속훈련소, 미군주둔기의 ‘하야리아 캠프’ 그리고 부지반환과 공원조성 과정을 부분별로 알알이 새겨 놓았다. ‘부산시민공원’의 자랑거리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부산의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만나고, 직접 공방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촌’을 속속들이 알아보자.

 

섬유·판화·금속·도자기·목공 등 5개 공방 자리

‘부산시민공원’ 안에 높이 솟은 초소 부근에 ‘문화예술촌’이 있다. ‘하야리아 캠프’ 당시의 하사관 숙소와 가족들이 사용하던 관사를 새롭게 단장했다. 입주 작가들의 공방 5개동, 작품 전시실, 연습실, 공연장 6개동이 있어 시민들이 쉽게 문화예술체험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공방체험은 시민들에게 인기다. 섬유·판화·금속·도자기·목공예 등 5개 공방에서 한 작품씩만 만들어도 나만의 공예 작품이 5개다. 공원 이용객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단체 체험은 각 공방마다 사전예약으로 가능. 2018년 3월부터 시작하는 ‘예술아카데미 5기’ 수강생(주 1회) 모집은 2월 중 ‘부산시민공원’ 홈페이지에 공고될 예정이다.

이번 호에는 5개의 공방 중 ‘박태홍 목공예공방’과 ‘홍찬일 금속공예공방’ 수업을 알아본다. 목공예공방에 들어서자 창가에 놓인 멋스러운 긴 원목책상이 마음을 홀린다. 여러 가지 목공 장비와 알록달록한 페인트가 목공예 작품을 위해 헌신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벽면 가득 수강생들의 독특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는 나무 향기 가득한 공간이다. 목공예공방에서는 나무 시계 만들기를 비롯해 스트링 아트(못으로 그림의 위치를 정하고 여러 가지 색깔의 실을 다양한 방향으로 엮어 만드는 작품), 가족 나무 숟가락, 원목 트레이 제작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목공예공방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스텐실과 마스킹 테이프 기법을 활용해 나무 시계를 꾸미고 있다.
▲목공예공방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스텐실과 마스킹 테이프 기법을 활용해 나무 시계를 꾸미고 있다. 

 

나무로 벽걸이 시계 만드는 ‘목공예 체험’

아침 9시 30분, 넓은 작업대에는 20명 남짓한 학생들이 작업 중이다. ‘쓱쓱, 싹싹’ 나무에 사포질하는 소리만 투명한 아침 햇살을 긁고 있다. 보통 또래 아이들은 수업 중이라 해도 넘치는 에너지로 떠들기 마련인데 발소리, 숨소리 내기도 미안할 만큼 조용하다. 굉장한 몰입이다. 오늘은 2가지 미술 기법을 이용해 사각 나무 시계를 만드는 수업이다. 나무시계 제작은 ‘스텐실 기법’ (형태를 오려 그 속에 물감을 채워 넣는 방법)과 ‘마스킹 테이프 기법’(페인트를 칠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테이프로 물감을 막아 완성하는 방법)으로 나눠 목공 작업을 시작했다.

수업재료는 아담한 사이즈의 자작나무 합판이다. 그 외 마스킹테이프·친환경페인트·사포·코팅제·나사·스펀지 붓 등이다. 선생님이 먼저 나무의 성질에 대해 설명을 했다. 나무는 계절에 따라 수축(겨울)과 팽창(여름)을 거듭하면서 나이테가 생긴다.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 나무의 나이테도 각각이다. 같은 수종이라도 춥고 일조량이 적은 곳에서 자란 나무는 생장이 늦어 단단한 조직도를 가진다. 즉 나이테가 촘촘할수록 좋은 원목이다. 가로수처럼 편안하게 자란 나무는 나이테가 넓어 별 쓸모가 없다.

 

다양한 기법으로 개성 가득 나만의 시계 만들어 

선생님의 간단한 안전교육 후, 미리 사이즈에 맞게 절단된 자작나무 합판이 지급됐다. 안전사고 때문에 일일체험일 경우에는 나무 자르는 절단기를 사용하지 않고 미리 재단된 합판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재단된 목재판에 사포질을 한다. 10분 넘게 이어진 사포질로 거칠고 모난 나무가 매끄러운 나무의 속살을 찾아간다. 사포질한 목재판 위에 도안이 그려진 필름을 올려 구멍 안에 스펀지 붓으로 물감을 칠했다. 이것이 바로 ‘스텐실 기법’이라고 부르는 작업이다.

‘마스킹 테이프 기법’은 종이테이프로 그려질 그림의 비율을 구획 지어 색깔이 다른 각각의 페인트로 칠하고 페인트가 마르면 테이프를 떼어내는 방법이다. 깜찍하거나 멋진 그림이 나무판 위에 속속 드러난다. ‘스텐실 기법’으로 만든 작품에는 빨간 목마, 먹음직스러운 포도송이, 아기자기한 꽃, 하품하는 고양이, 귀여운 로봇 등이 그려졌다. ‘마스킹 테이프’로 제작한 목재판에는 기하학적인 문양, 역삼각형, 물결무늬 등 여러 색상의 조화가 발랄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그 다음 작업으로 시계의 숫자를 눈에 잘 띄도록 검은 색으로 페인팅했다. 이제 제법 그럴듯한 모양을 갖췄다.

 

 

직접 만든 나무 시계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학생들. 

▲직접 만든 나무 시계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학생들.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작품 … ‘기쁨·성취감’ 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똑같은 나무였는데 이제는 개성으로 톡톡 튀는 나무 시계들로 탄생을 예고한다. 밋밋했던 목재판에 형형색색의 도안이 완성되면 페인트가 마를 때까지 건조 과정을 거친다. 건조가 된 후 다시 코팅제를 입혀 건조시킨다. 그리고 한 번 더 코팅제를 발라 건조시키고 마무리 사포질을 살짝 한 후, 마른 헝겊으로 닦아 윤을 낸다. 목공예는 페인트와 코팅제를 바르고 건조시키는 작업의 반복이다. 이 모든 과정을 차분하게 기다리다보면 ‘기다림의 미학’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코팅제가 완전히 마르면 시계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장치를 넣는다. 목재판 뒤쪽 홈에 끼우고 앞면에 3개의 시계 바늘을 고정시켜 시간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드릴을 이용해 벽걸이용 고리를 만들었다. 
‘와~ 내가 만든 시계다!’ 완성품을 손에 쥔 아이들의 표정이 이만저만 행복한 게 아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가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을 소장하는 기쁨을 어디에 비하랴. 비록 서투르지만 내 힘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과 결과물을 얻어 낸 성취감이 대단해 보인다. 2시간이라는 목공예 수업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목공예는 나무 시계처럼 직접 만든 작품을 직접 사용하면서 사물과의 완전한 교감을 이룰 수 있다. 밀고, 칠하고, 기다리고, 조이며 각자의 감성으로 태어난 나무 시계가 ‘재깍재깍’ 경쾌한 발걸음을 옮긴다.

 

금속공방에서는 순은으로 나만의 이니셜을 새긴 팔찌를 만들 수 있다.
▲금속공방에서는 순은으로 나만의 이니셜을 새긴 팔찌를 만들 수 있다.  

 

아기자기한 장신구 만드는 ‘금속공예’ 

금속공예공방은 입구부터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와이어공예(여러 가지 색상의 와이어를 구부려 만드는 공예), 금속 판재공예(적동판 프레스를 이용해 무늬를 만드는 공예), 칠보공예(열쇠고리, 거울, 가방 고리를 만드는 한국 전통공예), 순은 반지·팔찌 등 개성있는 작품들이 많다. 2개의 벽면은 불을 다루는 칠보공예 장비와 장신구 제작에 쓰이는 공구들로 빈틈이 없다. 오늘은 순은 팔찌 만들기 체험을 한다. ‘뚝딱뚝딱’ 망치질 소리가 흘러나오는 체험장 분위기가 흡사 공사장 같다. 중학교 남녀 학생 80명의 인원이 금속공방 체험을 신청했다. 공방이 좁아 역사관 옆의 작업장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딱딱한 금속을 다뤄 원하는 다자인의 장신구를 만드는 작업이다 보니 섬세함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순은 팔찌의 제작 과정은 절단·연마·열풀림·두드리기·세척·광택 등이다. ‘열풀림’은 금속을 일정 온도까지 가열했다가 식히면 조직이 부드러워져 가공성이 좋아지는 것을 말한다. 설명이 끝나자 아이들이 조금 긴장한다. 처음 하는 경험은 언제나 긴장되고 설렌다.

 

두드리고 구부리고 … 나만의 개성 새겨진 은팔찌 완성

은사슬과 함께 나눠준 순은판재를 연마줄을 이용해 매끈하게 갈아준다. 그리고 각인도장을 찍는 타각연습을 적동판에 충분히 한 후에 순은 판재에 자신이 디자인한 이니셜을 망치로 톡톡 쳐서 타각한다. 그 다음 이니셜이 타각된 순은판재를 ‘열풀림’해 부드럽게 만들어 준 뒤 두드리기를 반복하며 형태를 잡아 간다. 두드리기 과정이 끝나면 지환봉을 이용해 순은판재를 자신의 손목에 맞도록 둥글게 구부린다. 이니셜 오목 홈에 검은 염료를 넣어 글자를 부각시킨 뒤 헝겊으로 닦아낸다. 마지막 과정으로 꼼꼼하게 연마해 광을 낸 뒤, 고리에 은체인을 연결해 주면 은팔찌가 완성된다. 2시간 동안 일상의 스트레스를 밀고, 두드리고, 깎고, 구부리고 나니 어느새 나만의 개성으로 반짝이는 은팔찌가 완성! 자신에게 숨어있는 예술적 감성을 찾아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부산시민공원 예술촌’ 문을 똑똑 두드려 보시길.

작성자
이영옥 시인
작성일자
2018-01-0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1월호 통권 135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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