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나만의 것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수제'의 인기가 뜨겁다. 맥주도 마찬가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맥주가 아니라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수제맥주가 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양조장까지 갖춰 제대로 된 맥주를 파는 전문점이 있다. 수제맥주의 참맛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스테판 터코트(사진) 씨의 맥주 예찬론을 들어보자.

'취미'를 '직업'으로 … 맥주 제조 끊임없이 연습

광안리에 처음 수제맥주 전문점을 차린 지 2년 반, 양조장(Brewery)을 갖춘 2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단골 손님들은 물론 광안대교 전망과 특별한 수제맥주를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서 이곳을 찾는다. 수제맥주 전문점 CEO 터코트 씨가 맥주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했다.

"부산에서도 '좋은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저 역시 맥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기준을 갖고 있죠. 재료를 수입하고, 양조장을 갖추는 등 정통 수제맥주를 만들기 위해 많은 정성을 쏟고 있어요."

부산생활 9년째인 터코트 씨도 다른 외국인들처럼 영어강사 일을 하다가 직업을 바꿨다. 안정적인 강사 일을 그만두고 처음 시작한 건 북 카페. 한국인 아내와 함께 북 카페를 운영하며 한국에 서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한국에 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어요.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좋았지만 스스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죠. 취미를 직업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독서라는 취미를 발전시켜 경성대 근처에서 북 카페를 열었습니다. 거기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맥주 전문점을 시작하게 됐죠. 맥주 애호가인 저에게 딱 맞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터코트 씨는 본격적인 맥주 전문점을 차리기 위해 안정적인 대학교 강사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하루 종일 맥주 만드는 연습을 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노력과 정성 덕분일까. 그의 맥주에서는 쓴맛과 단맛, 신맛 모두가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

부산 최고 맥주 만드는 것이 꿈

"하나의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 커요. 좋은 맥주를 제공하기 위한 재료부터 직원 고용, 가게 내부 분위기 등 모두 저의 일이라고 볼 수 있죠."

터코트 씨는 가게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책임진다. 스태프들과 지점들을 관리하는 기본 업무부터 양조장 설비의 청결 상태 유지와 서빙, 요리까지 맡을 때도 있다. 또 다른 가게에도 그의 브랜드를 내건 맥주를 판매하기 때문에 특수 제조 트럭에 맥주를 실어 2주마다 서울에 배달도 한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을 물었더니, 좋은 기억도 있지만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물 이외의 수제맥주 제조에 필요한 맥아, 홉, 이스트 등을 모두 수입하고 있어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3t이 넘는 맥아를 미국에서 수입했는데, 미국 측에서 위생 인증 확인 스티커를 깜박하는 바람에 부산 세관에서 수입해 온 맥아를 모두 불태워야 했어요. 그때는 정말 처참했죠. 반면, 좋은 것은 우리가 부산사람들의 '맥주'에 대한 생각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맥주하면 노란빛 또는 흑맥주를 떠올리는데, 저희 가게에서는 그 색과 맛이 각기 다른 수십 가지 맥주를 맛볼 수 있어요. 세계 각국의 맥주와 우리가 직접 만든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맥주를 즐기길 바란다는 터코트 씨. 뻔한 맥주가 아닌 최고의 맥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맥주를 부산을 넘어 전국에서도, 해외에서도 맛볼 수 있는 그 날이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