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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무림고수들,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도시를 디자인하다

부산시 부서 탐방 '우리가 젤 잘나가!' - 부산시 창조도시기획과

내용

부산시에는 ‘창조도시기획과’라는 독특한 명칭의 부서가 있습니다. ‘과’의 성격을 규정하는 부서명칭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창조’, ‘도시’, ‘기획’

하나만 있어도 존재감이 만만찮을 단어가 무려 세 개나 붙어있습니다. 부서 명칭에서부터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슬쩍 보아도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곳일 거라는 어림짐작을 하게 합니다.

“음~ 포스가 장난 아닌데! 도대체 정체가 메~야!”

’창조’, ‘도시’, ‘기획’이라는 폼 나는 단어들을 병렬식으로 세워놓기만 하였는지, 혹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통과 융합을 통한 화학적 결합까지 완성, 21세기가 간절히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부서인지를 알아보아야겠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면 다시,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창조도시기획과가 어떻게 탄생했고,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 창조도시기획과의 알파와 오메가를 알아보아야겠지요.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어라~~!”

뚜껑을 열었습니다. 이 부서, 장난 아닙니다. 과를 처음 방문한 날부터 색다른 문화로 꼬투리 잡기 8단(9단은 바둑에서는 입신의 경지라고 하지요? ^^;;) 무림고수(자칭입니다. 다시 한번 ^^;;)의 기를 팍, 팍, 죽입니다.

들어나 봤나, 브라운 백 미팅(Brown Bag Meeting)

“안녕하세요. 창조도시기획과가 무슨 일 하는 곳인지 취재하고 싶은데요, 언제 찾아뵈면 될까요?”

“예. 7월 27일 점심시간에 오십시오. 그날 브라운 백 미팅(Brown Bag Meeting)이 있습니다. 전 직원이 참여하니까 필요한 얘기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o미? 점심시간이라고요? 밥도 안 먹고 일해요? 세상에, 이 집(부서)은 밥도 안 먹나?

금쪽같은 점심시간을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급전직하한 것도 잠깐, 브라운 백 미팅(Brown Bag Meeting)이라는 단어가 귀에 쏙 들어와 박혔습니다. 브라운 백 미팅이라, 이건 또 뭐지? 음…, 갈색 가방을 메고 참석하는 미팅인가? (아, 썰렁했습니다. 죄송… ^^ )

브라운 백 미팅은 간단한 점심을 곁들인 토론모임으로 보통 점심으로 제공되는 샌드위치 등 음식물의 봉투가 갈색인 데서 유래했습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많이 선택되는 회의 형태라고 합니다. 부산시에서는 창조도시기획과가 이날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창조도시기획과는 부산시 ‘최초’, ‘처음’ 수식어를 달고 있다고 들었는데 급기야 직원 미팅에까지 최초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네요. 이 부서, 참 대단합니다.

부산시 최초로 열린 브라운 백 미팅.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브라운 백 미팅은 아이디어의 보고라는군요. 창조도시기획과는 공부거리가 워낙 많아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해야 할 정도라는데요. 세상에는 거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날 회의는 창조도시기획과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창의문화촌@감만 및 마을 만들기’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손님이 한 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경북 영천시 시안미술관 변숙희 관장입니다. 시안미술관은 폐교였던 가상리 화산초교 가상분교를 리모델링해서 문을 연 곳입니다. 시안미술관 프로젝트는 폐교를 활용한 주민 친화적 예술공간 조성사업을 대표하는 사례인데요, 보존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라는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점심시간 반납하고 배움에 열정 쏟는 학구파 사람들

김형균 창조도시본부장. 김 창조도시본부장은 학자(사회학 박사)에서 행정가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입니다. 학자 출신인 김 본부장의 전문성을 좇아가기 위해 창조도시기획과 직원들은 두 배로 달려야 한다네요. 힘든 노고 덕분에 산복도로 르네상스 신화가 탄생한 것이겠지요.

창조도시기획과는 시안미술관 사례를 통해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학습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때리고 부수는 재개발 혹은 리모델링에서 탈피, 낡고 쓰임새가 없어진 건물 (공간)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롭게 고치고, 바꿔서 새로운 공간(지역)으로 탈바꿈시킨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지요. 망치와 포크레인 대신 창의성이라는 21세기형 전술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 지속 가능한 성장, 생태주의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창조도시기획과의 설립 목적 구현을 위해 꼭 필요한 자리였던 셈이지요. 앞에서 농담처럼 얘기한 ‘21세기 간절하게 요구하는 새로운 개발의 패러다임’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일, 창조도시기획과의 핵심 업무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제3의 길을 열고, 또 쉼 없이 가기 위해 창조도시기획과가 택한 방법은 ‘공부’라고 합니다. 브라운 백 미팅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자리이고요. 금쪽같은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성사된 이날 미팅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창조도시기획과 직원들의 귀는 한껏 열려있었고, 메모하는 손놀림은 바빴습니다.

창조도시기획과가 브라운 백 미팅을 연 이유는 과의 직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과 명칭을 복기해볼까요? ‘창조’, ‘도시’, ‘기획’, 각 단어의 어깨에 올려진 따옴표를 풀어보면 이 부서의 정체성이 드러납니다. 우리 부산을 새롭게 만들어 줄 ‘창조도시’ 부산을 ‘기획’하는 부서 정도로 해석되겠네요.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하겠습니다. 기획에만 그치지 않고, 집행하고 실천합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창조도시의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 곳이 창조도시기획과입니다.

창조도시기획과, 인문학과 도시계획학이 소통하는 곳

"창조도시기획과는 인문학과 도시계획학이 소통하고 융합하는 부서입니다. 직원 구성도 그렇게 만들었지요. 문학, 역사, 철학, 사회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창조도시의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내면, 현장에서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아온 건축 및 시설 관련 공무원들이 이론을 현실로 구현해낸다고 할 수 있지요. 인문학은 꿈을 꾸고, 과학은 이를 현실화한다고 할까요?"

황동철 창조도시기획과장의 설명입니다.

황동철 창조도시기획과장. 황 과장은 부드러운 목소리가 매력적입니다. 이선균 목욕탕 목소리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낮은 목소시로 차분하게 말하는 황동철 과장의 설명을 들으며 팬클럽 만들까? 라는 엉뚱한 상상도 했습니다.

황동철 과장은 부산시를 대표하는 공무원입니다. 행정 일반에서부터 복지, 도시계획까지 행정 전반을 두루 꿰고 있는 베테랑입니다. 그런 그가 요즘은 문학, 역사, 철학책을 끼고 삽니다. ‘인문학으로 재개발하기’라는 새로운 책무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행정의 달인 황 과장으로서도 역사, 철학, 사회학의 개념과 용어가 낯설 수밖에요. 그렇지만, 어쩝니까? 인문학으로 상상하기가 일의 핵심이다 보니 마치 늦깎이 문학청년처럼 밑줄 그어가며 관련 서적을 독파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창조도시기획과의 분위기는 조금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 직원 모두 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문학으로 과학 하기, 혹은 과학으로 인문학 하기, 창조도시기획과가 받아든 숙제입니다. 문제는 이 숙제가 좀 많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분량의 과제에 직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현장은 현장대로 챙겨야죠, 점심시간에도 모여 토론하고 아이디어 만들어야죠, 건축·토목으로 세팅된 뇌를 인문학으로 리셋해야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군요. 그런데도 어쩐지 힘들다는 말이 애교처럼 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문·사·철(文·史·哲) 그리고 과학의 융합 혹은 새로운 가치의 재탄생

“우리(시설직 공무원)끼리는 우리를 우스갯소리로 ‘노가다’라고 부르지요. 공무원 생활 20년 동안 먼지 풀풀 나는 현장으로만 다녔거든요. 문학, 역사, 철학, 사회학은 나와는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아~ 그게 아니더라고요. 창조도시기획과에 발령 난 이후 전공 서적보다 인문학 서적을 보는 일이 더 많습니다. 세미나도 참석해야 하고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재미있다는 거예요. 그동안 거쳐 온 현장은 프로젝트별로 일이 분산되는 느낌이었는데, 여기(창조도시기획과)에서는 흩어져 있던 일들이 어떤 특정한 지점으로 통합되는 느낌이에요. 흩어진 레고 블록을 모아서 조립한다는 그런 느낌?”

창조도시기획과 공식 일꾼 김진태 주무관의 말입니다. 무심하게 던진 김 주무관의 말에 뜻밖에 창조도시기획과의 A와 Z가 담겨있습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감천 문화마을 대표적 히트 상품

감천 문화마을이라고 들어보셨지요? 부산의 산토리니 혹은 부산의 레고 마을은요?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이라는 말은 들어보셨는지요? 감천문화마을은 한 번쯤 들어본 지명일 것입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감천문화마을을 만들고 있는 이들이 바로 이곳, 창조도시기획과입니다. 창조도시기획과의 업무를 요약하면, △지속 가능한 창조적 도시재생의 추진기반 마련 △지역사회의 창조적 역량 강화 △창조문화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 재창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창조적 도시재생의 추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같은 관련 법률 제정 촉구 및 조례를 만듭니다. ‘부산광역시 마을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창조도시기획과가 배출한 스타 상품인 감천동 문화마을 전경. 상품이라고 칭했지만, 사고 파는 상품이 아니라 부산의 역사를 품은 소중한 문화자산입니다.

도시재생 인식제고 및 커뮤니티 리더 등 창조인력양성을 위해 마을 만들기 아카데미 등을 총 22개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을주민교육을 통해 창조도시 개발의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겠다는 것이지요. ‘나랏일’이라고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동네의 역사를 만들어온 이들과 함께 느리지만, 천천히 발맞추어 가겠다는 공생의 철학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안미술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문화자산과 버려진 공간, 유휴 공공시설을 활용한 사회문화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 공간 재창출사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원래 기능을 상실한 상수도 폐 가압장 4개소를 활용한 주민 친화적 복합공간사업(1개소 완료, 3개소 조성 중), 전국 최초로 폐교시설을 이용한 문화·예술융합 및 취업지원스쿨용도의 ‘창의문화촌@감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산형 창조문화 공동체를 육성하기 위해 창조적 에너지와 열정이 있는 부민 캠퍼스 신 대학로를 대상으로 하는 부산형 창조플랫폼 구축사업, 취약한 마을이나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강좌, 창작활동, 소모임 지원을 위한 창조문화 프로그램(공창, 온골, 초량, 닥밭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식민지 노동자들의 거주지이며 해방 후 귀환동포 및 한국전쟁 피난민의 대규모 정착지, 경제 개발기에 부산으로 몰려든 서민층의 무허가 정착지 등 부산역사가 녹아있는 산복도로 고지대 마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창조도시본부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주민의 삶, 근대 부산의 역사 보듬은 따뜻한 개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신생 부서인 창조도시기획과를 단번에 스타로 올려놓은 핵심 사업입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도심 재개발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가히 혁명과도 같은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이전, 재개발이라고 하면 낡은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를 고층 빌딩으로 채우는 것으로 생각했지요. 오래된 건물에 담긴 역사, 그곳에 깃들어 살았던 사람들의 삶, 집과 건물, 동네가 품고 있는 사회·문화·역사적 가치들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요. 산복도로 르네상스 이전에는 재개발은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의 수단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면, 산복도로 르네상스 이후에는 역사와 문화, (원주민들의 삶의 질을 함께 포용하는) 복지의 개념까지 한데 어우러진 새로운 의미망을 갖게 된 것이지요.

창조도시기획과 입구에 걸린 이색 명판. 매달 창의성을 발휘한 직원을 선발, 명판에 이름과 얼굴을 걸어둡니다. 얼굴이 내걸려 조금 쑥스럽기는 하지만, 창의성을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우는 창조도시본부(창의도시기획과는 창조도시본부 소속입니다)의 영리한 전략이기도 하지요.

이런 엄청난 일을 하는 곳이 창조도시기획과입니다. 정말 요즘 부산시에서 가장 잘나가는 ‘핫’한 부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서 직원들, 숫기가 정말 없습니다.

"한 말씀만 해주세요. 어떤 게 가장 힘드세요?"

"...................................."

"사진 좀 찍을게요."

후다닥~~~

이 숫기 없는 남정네들, 다들 선비 같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쩜, 귀엽습니다. 표정은 선하고, 웃음은 해맑습니다. 일하랴 공부하랴, 기존의 인식체계를 리셋하랴 힘들고 고단한 일정에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선한 마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한 것은 부드러운 것을 이기지 못한다더니, 한없이 선량한 그 미소 뒤에 숨은 매서운 눈빛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고수의 눈빛입니다. 무림고수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칼날을 날카롭게 벼리고 있군요. 그 칼날은 무엇을 베게 될까요?

창조도시기획과 입구에 걸린 이색 명판. 매달 창의성을 발휘한 직원을 선발, 명판에 이름과 얼굴을 걸어둡니다. 얼굴이 내걸려 조금 쑥스럽기는 하지만, 창의성을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우는 창조도시본부(창의도시기획과는 창조도시본부 소속입니다)의 영리한 전략이기도 하지요.

강호에는 고수가 많다더니, 인문학을 통해 더욱 풍부해진 지성과 감성으로 천하제일도(天下第一都) 부산을 만들어가는 고수들의 진검승부가 기대됩니다.

지금 산복도로 감천마을 혹은 수정동 산복도로에 가시면 지구의 배꼽 혹은 부산의 배꼽으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는 부산의 미래를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지속 가능한 개발, 생명의 순환이 아름다운 산복도로와 원도심 만들기, 창조도시기획과에서 만든다는 것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2-08-0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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