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7월호 통권 142호호 전체기사보기

부산에 바다만 있나? 계곡도 있다! 계곡물 발만 담가도 땀이 쏙~

부산 나들이 - 부산 계곡

내용

줄줄줄~ 시린 물이 살을 태우는 듯한 땡볕을 싣고 떠난다. 

맴맴맴~ 시원하게 울어 대는 매미. 산속 가득 푸른 여름으로 울울창창하다. 

부산! 하면 바다를 떠올리지만 자연 에어컨 바람을 빵빵하게 내장한 계곡에 발을 담그면 

찜통더위도 놀라 뒷걸음질 친다.

 

대천천 애기소 계곡. 

▲대천천 애기소 계곡.

 

옛 선비들이 깊은 산골짜기에서 즐긴 ‘탁족’은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가 더위를 쫓던 피서법이다. ‘탁족’은 피서법인 동시에 정신 수양의 방법이기도 했다. 깊은 계곡에서 탁족을 하면서 마음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다. 즉 불볕같이 뜨거운 인간의 욕망을 피해 세속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인생의 지혜가 담겨있는 여름나기 비법이다. 

 

물가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으면 꽉 막혔던 생각도 사방팔방 뚫리지 않고 배기겠는가. 열대야와 폭염으로 지칠 대로 지친 마음에 푸릇푸릇한 깃이 돋아난다. 갑갑한 형식을 벗어 던지게 하는 녹음이 주는 자유다.

 

부산은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유명하지만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시민들도 많다(사진은 북구 화명동 대천천 애기소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 모습). 

▲부산은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유명하지만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시민들도 많다(사진은 북구 화명동 대천천 애기소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 모습).

 

아름다운 풍광 자랑하는 ‘대천천 애기소’  

 

북구 화명동 ‘대천천 애기소 계곡’은 산성마을에서 화명동 방향으로 ‘산성로’를 따라 1㎞쯤의 우측 우거진 숲을 끼고 있다. 반대로 가는 길은 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에서 1번 마을버스를 타고 ‘애기소’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5분 정도 물소리에 홀린 듯이 걸음을 옮겼더니 ‘도심 속에 이렇게 멋진 계곡이 있었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청량한 바람이 땀방울을 훔쳐간다. 자연 그대로의 ‘워터파크’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물가의 그늘마다 돗자리를 깐 사람들이 알록달록 피었다.

 

금정산에서 발원한 대천천의 ‘애기소 계곡’은 선녀가 목욕을 하러 올 만큼 물이 깊고 맑기로 소문났다. 폭포물이 떨어져 물웅덩이를 이룬 ‘애기소’ 주변은 기묘한 암반으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젊은 아낙이 아기를 데리고 와 이곳 경치에 혼이 나가 애기가 물에 빠져 죽는지도 몰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다리를 기점으로 아래쪽은 유아들이 수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심이고, 상류 ‘애기소’ 물웅덩이는 성인이 다이빙을 할 수 있을 만큼 깊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이용복의 ‘어린 시절’-

 

순진무구한 동심의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시간이다.

 


대천천 상류 애기소는 성인이 다이빙을 할 수 있을만큼 깊고, 하류는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좋다.
하류에서 즐겁게 물놀이 하는 아이들.

▲대천천 상류 애기소는 성인이 다이빙을 할 수 있을만큼 깊고, 하류는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좋다. 

 

공용주차장 가깝고 편의시설 잘 갖춰


‘퐁당 퐁당’ 튜브를 낀 아이들이 물장구를 친다.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즐거워하는 꼬마의 얼굴이 마냥 귀엽다. 위쪽에선 시원한 물보라를 주고받으며 물싸움 놀이에 정신이 팔린 아이들로 떠들썩하다. 한쪽에선 바위 미끄럼틀을 타고 ‘풍덩!’ 물방울이 터지면서 높이 뛰어 오른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신나는 웃음소리가 계곡을 꽉 채운다. 

 

“엄마, 이리로 좀 와보세요. 송사리예요! 소금쟁이도 있어요.”

 

책에서만 보던 물고기와 곤충을 직접 본 아이의 눈이 별처럼 초롱거린다. 수박을 자르던 젊은 엄마가 재빨리 뜰채를 챙겨 물가로 간다. 어린 아이는 아빠가 돌을 주워와 물을 막아 주자 그 안에 장난감을 동동 띄우고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아이의 표정이 멱 감은 햇살 같다. 바위에 나란히 앉아 발을 담근 어린 연인들은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듣는다. 돗자리에 빙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은 이미 여름의 낭만에 흠뻑 취해있다. 

 

대천천 ‘애기소 계곡’의 장점은 접근성과 편의시설이다. 공용주차장은 ‘애기소’에서 3분 거리에 있으며, 공용화장실 앞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까지 갖췄다. 계곡 주변에는 다양한 수목과 곤충이 서식하고, 인근에 있는 금정산성 서문이 최근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또 대천천 양옆의 양달 마을과 음달 마을은 소박함이 묻어나는 시골 동네 같아서 눈 닿는 곳마다 정감이 간다. 대천천 주변의 볼거리는 ‘화명수목원’을 비롯해 미륵사, 정수암, 금정산성, 부산어촌민속관 등이 있다. 


해운대구 장산계곡은 양운폭포가 있어 물이 깊고 맑다. 
장산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 모습.

▲해운대구 장산계곡은 양운폭포가 있어 물이 깊고 맑다. 

 

도심 속 깊은 계곡·폭포 ‘장산 계곡’ 


도심과 가까워 산행코스로 인기가 좋은 해운대 ‘장산’은 계곡도 깊고 물도 좋다. 부산 시내버스 181·100-1·115-1·63·40·38을 타고 ‘대림1차아파트’ 정류장에 하차, 걸어서 10분 정도면 대천공원에 도착한다. 장산 계곡을 가기 위해서는 대천공원을 통과하는 게 편하다. 예전부터 대천공원을 부산사람들은 ‘폭포사 입구’라고 불렀다. 공원으로 가는 길은 온통 나무들이 토해내는 푸름으로 넘실거린다. 인공호수를 둘러싼 아름다운 산책길에는 느긋한 휴식이 머문다.

 

장산 계곡 물은 흘러서 인공호수로 들어갔다가 다시 흘러 해운대 신도시를 흐르는 춘천천이 된다. 인공호수의 시작이 장산 계곡의 끝자락인 셈이다. 어린 아이들 때문에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기 힘들다면 장산 계곡 끝자락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대천공원에서 가장 가까울 뿐만 아니라 물이 얕아 어린 아이들이 놀기 좋다. 더 깊은 계곡으로 가고 싶다면 대천공원에서 약 1.5㎞ 정도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계곡을 올라가는 동안 목 좋은 곳은 벌써 물놀이가 한창이다. 

 

양운폭포·폭포사·산림욕장·체육공원 … 보고 즐길 거리 많아


장산 계곡에는 ‘폭포사’와 ‘양운폭포’가 있다. 석태암, 장산사, 폭포사를 거쳐 체육공원까지 가는 임도는 거의 평지라서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폭포사를 지나 상류를 따라 계속 오르니 물소리가 점점 세진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폭포가 나타났다. ‘와~ 그것 참 한번 시원하게 쏟아지네!’ 폭포 전망대에서 여자 분 서넛이 탄성을 지른다.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물줄기의 낙폭이 용맹하고 거침이 없다.

 

용이 되려다가 만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양운폭포’는 장산의 명물이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이곳은 해운대 팔경 중 하나다. 암석단애에 걸려 있는 폭포수가 떨어질 때 흰 물보라가 구름처럼 피어난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가마소’는 폭포 아래의 물웅덩이 이름이다. 웅덩이 둘레가 15m, 높이 9m, 깊이 3m로 마치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마소’라 불린다.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넣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이곳은 인명사고가 빈발해 지금은 수영금지 구역이다. 

 

다시 계곡 아래로 발을 옮기자 또 다른 ‘소’가 있다. 제법 아담한 수영장 크기다. 예닐곱의 여대생들이 물속에서 첨벙대며 게임을 한다. ‘까르르’ 웃는 해맑은 소리가 계곡에 퍼진다. 여러 갈래의 폭포 줄기가 허옇게 몸을 던지며 힘찬 코러스를 넣어 준다. 제법 깊어 보이는 물에는 산행을 하고 내려온 등산객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멱을 감고 있다. ‘어, 시원하다~’ 여름 햇살을 뚫고 산을 올라 성취감을 맛본 표정들이다.  장산 계곡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취객들을 잘 볼 수 없다. 생태관, 산림욕장, 생태자연학습장, 체육공원 등이 있어서인지 공원과 계곡을 찾는 시민들의 건강함이 느껴진다. 절경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아이의 손을 잡고 식물을 관찰하는 부부의 모습에 그림 같은 평화가 깃들어 있다. 푸르게 흘러가는 장산 계곡은 생각보다 깊고, 길게 뻗어 있었다. 장산 계곡은 산림욕에도 안성맞춤이다. 초여름에서 늦가을까지가 산림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한다. 또한 장산은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라 그 가치가 무한대다. 

 

고찰 앞 흐르는 맑은 물 ‘장안사 계곡’


‘장안사’는 기장군 장안읍 불광산 자락에 있는 고찰이다. 장안사 앞으로 계곡이 흐르는데 사람들은 이 계곡을 ‘장안사 계곡’이라고도 하고 ‘불광산 계곡’이라고도 한다. ‘장안사 계곡’의 물은 어찌나 맑은지 물속의 돌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만 같다. 깨끗한 거울이 소리 없이 흘러간다. 물속 돌 틈 사이로 흩어지는 송사리 떼의 그림자에서 조용한 활기가 핀다. 피라미, 소금쟁이, 다슬기, 가재 등이 유유자적한 제 삶을 만끽하고 있다.

 

‘어유, 차가워!’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담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수심이 얕아보여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무더위를 한방에 날리는 ‘산속 빙수’다. 맑은 물소리와 짙푸른 수목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가 콧구멍을 뻥 뚫는다. 물가에 식구 수대로 알록달록한 캠핑의자를 펴고 앉은 가족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나무그늘 아래 깊이 잠든 어른들도 있고, 엄마의 눈빛이 물놀이하는 아이를 좇고 있는 따뜻한 시간이 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그늘막 아래에는 돌쟁이 정도의 귀여운 아기가 쌔근거리며 낮잠을 즐긴다.  

 

기장군 장안읍 장안사 앞에는 불광산에서 흘러내려온 계곡이 있다. 물이 얕고 그늘이 많아 가족단위 나들이에 딱이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어른들은 나무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기장군 장안읍 장안사 앞에는 불광산에서 흘러내려온 계곡이 있다. 물이 얕고 그늘이 많아 가족단위 나들이에 딱이다.


꽃·계곡·단풍 … 계절마다 독특한 매력 발산


물놀이를 일찍 마치면 장안사 암자인 ‘백련사’와 ‘척판암’을 가보는 것도 좋다. ‘척판암’은 장안사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다보면 나무가 빽빽한 꽤 넓은 쉼터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절벽 아래에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척판암’은 대사가 ‘판자를 던져 사람들을 구했다’고 해서 지어진 절이다. 건물 지을 면적이 협소해 산신각은 마치 공중 부양하고 있는 듯 특이한 모양새다. 

 

장안사 계곡은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으로 화사하고, 여름에는 줄기차게 흐르는 계곡물과 짙푸른 녹음의 극치를 보여준다.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마음을 뺏고, 겨울에는 자신을 텅 비워 낸 고즈넉한 분위기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천 년의 고찰이 있는 장안사 계곡은 사계절마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휴식 공간이다. 장안사 계곡은 기장시장에서 마을버스 9번을 타고 종점에 내리면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다. 길 왼편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금방이다. 장안사 계곡은 불광산, 시명산, 삼각산이 어우러져 만든 명품계곡이다. 

 

옛사람들은 삼복이 시작되면 갖가지 방법으로 더위를 몰아냈다. 탁족을 하며 시를 읊고, 때론 세찬 폭포수를 맞으며 열기를 물리쳤다. 하얗게 쏟아진 폭포수는 부딪치고, 깨지고, 알알이 흩어져 여름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 깊고 청정한 계곡들이 염분의 끈적거림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부른다. 가마솥더위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얼음물과 얼음 바람을 무한 제공하는 계곡으로 떠나보자. 부산의 계곡은 폭염을 식혀주지만 그 인기는 뜨겁다.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8-07-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7월호 통권 142호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