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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790호 전체기사보기

1천300살 노거수 … 천년의 시간 지나 우주목이 되다

원효대사·문무대왕 설화 간직… 장안읍 수호신이자 마음의 고향
고요한 품과 웅숭깊은 그늘… 천년 견딘 신목(神木)으로 울울

내용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느티나무는 귀목(鬼木)이다. 아니, 신목(神木)이다. 깊고 너른 그늘에 서면 늙은 나무가 살아온 천년의 시간이 한 점 바람으로 등줄기를 서늘하게 훑고 지나간다. 한 그루의 나무가 영성이 살아있는 신령스러운 신목(神木)임을 깨닫게 된다.
 

장안읍 느티나무는 수령이 약 1천300년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느티나무로 알려져 있다. 나무 높이는 25m, 나무 둘레는 8m에 달한다. 천년 고찰 장안사로 가는 길목, 하장안 마을 입구에 우뚝 서 있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느티나무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느티나무. 수령 약 1천300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져 있다. 
 

모든 오래된 나무들이 그렇듯이 장안읍 느티나무에도 숱한 전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나무의 시작인 식목 설화다. 통일신라 때 원효대사가 장안사 뒤쪽에 척판암을 지을 때 일이다. 마침 문무왕이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신라의 고승 원효와 동해바다를 지키는 문무대왕의 원력과 혼이 함께 깃든 나무다. 그러니 어찌 신령스럽지 않을 것인가.
 

장안읍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만택 씨는 "우리 마을 사람 중에 이 느티나무에 얽힌 추억이 한 두 개쯤 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한 그루 나무가 마을 주민들의 삶속에 얼마나 깊이 뿌리 내릴 수 있는지를 장안읍 느티나무는 생생하게, 아프게 보여준다. 예전처럼 마을을 들고날 때마다 나무와 눈을 맞추던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장안읍 느티나무는 여전히 장안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해마다 음력 6월 15일에는 당산제를 열고 나무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당산제는 지금까지도 정갈하게 모셔오고 있다.
 

장안읍 느티나무는 장안사와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느티나무를 보러가는 길은 장안사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불광산 자락에 있는 고찰 장안사는 673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처음에는 쌍계사로 부르다가 809년 장안사로 고쳐 불렀다. 사찰 뒤쪽에는 원효대사가 수도중에 중국 중난산 운제사의 대웅전이 무저지는 것을 알고 소반을 던져 대웅전에 있던 중국 승려들을 구했다는 전설이 있는 척판암이 유명하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사
▲부산시 기장군 장안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천년 고찰의 하나다.
 

장안사를 보러가는 길에 잠시 길을 멈추고 늙은 느티나무를 만나는 것은 세상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경험이다. 나무 아래에 서면 나무가 견뎌온 지난 세월이 느낄 수 있다. 수피는 거칠고 상처투성이다. 개미가 기어 올라가는 굵고 단단한 수피 아래에는 늙은 나무의 생명이 꿈틀댄다. 나무는 묵묵하게 생을 견디고 있다. 단단한 침묵이 서늘하다.
 

번성했던 시절은 지났다. 인사를 건네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시간은 나무에게는 찰나이다. 천삼백년을 견뎌온 생명에게 몇 십년의 시간은 순간일 뿐이다. 나무를 찾는 발길이 드물어도 나무는 한결같다. 그늘은 깊고, 품은 넓다. 우람히 솟은 나무의 꼭대기를 보기 위해 한껏 목을 뒤로 젖혔다. 문득 깨닫는다. 우주목이 된 나무가 큰 팔을 뻗쳐 산과 강과 하늘과 바다와 인간세상을 껴안고 있다는 것을.
 

장안읍 느티나무는 1999년 산림청으로부터 밀레니엄나무로 지정됐다. 지난 천년을 넘어 새로운 천년을 열어줄 우주목(宇宙木)은 고요하게 이 땅을 지키고 있다. 

 

장안사 계곡
▲장안사 계곡. 장안사를 가는 길에 느티나무도 찾아보면 더욱 의미있는 나들이가 될 수 있다.

작성자
글·김영주 / 사진·권성훈
작성일자
2017-08-1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79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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