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회고전으로 만나 본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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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드팬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코너는 한국영화회고전이 아닐까 싶다. 오래전에 상영되었던 영화들을 감독별로, 배우별로 정리해서 소개하는 코너다.
올해 한국영화회고전은 신성일 편이다. 흔히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60년대라고 하는데 이 시절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남자 배우가 신성일이다. 한국의 알랭드롱 이라 불리기도 했던 그는 1960년에 '로맨스 빠빠' 라는 영화로 데뷔하여 2013년 '야관문' 이라는 영화까지 총 513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대부분 주연을 맡았다고 하니 정말 배우의 신화이고 영원한 스타인 것 같다. 주옥같은 한국문학을 영화한 작품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1968년에는 '이상의 날개' 라는 작품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올해 회고전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내시' 초우' '안개' '장군의 수염' '휴일' '맨발의 청춘' '별들의 고향' '길소뜸' 등 8편이다. 별들의 고향이 1974년, 길소뜸이 '1986년도 작품이고 나머지는 1960년대 중후반의 작품들이다. 그 중에서 '장군의 수염'과 '안개'는 소설로는 접해보았지만 영화로는 볼 수가 없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안개' 라는 작품을 관람해 보았다. 이 작품은 60년대 감수성의 작가로 알려진 김승옥의 '무진기행' 을 작가자신이 각색하고 김수용이 감독하여 영화로 만든 작품인데 1967년 작이다. 소설속의 내용은 주인공 윤희중이 고향 무진으로 내려와 몇명의 지인들과 만나면서 산업사회가 막 시작되는 시기에 발생하는 개인주의, 세속주의, 속물성 등을 보여주면서 그것들과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영화속에서 주인공은 신성일이고 상대역 하인숙은 윤정희가 맡았다. 하인숙은 '맑게 갠날' 같은 아리아로 다듬어진 목소리로 '목포의 눈물' 을 부르며 무진을 떠나 서울로 가고 싶어하는 중학교 음악교사다. 이 인물을 생각하면 서울을 동경하며 서울로, 서울로 향하던 60년대의 청춘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 딱하고 안쓰러운 모습을 윤정희가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군처럼 밀려오는 안개와 비단조개를 문지르는 듯한 개구리 울음소리 등의 표현은 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통해서 꽤 감동을 받았는데 그때의 그 감동을 영화를 통해서 새롭게 느껴본 것 같았다. 50년 전의 영화라서 관객이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젊은이들과 외국인이 눈에 띄어서 좀 놀랐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수한 기술 때문인지 화면상태도 상당히 좋아서 관람하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60년대의 풍경을 영화를 보는 내내 만날 수 있어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았다. 아마도 오래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이런게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영영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 버릴 수도 있는 영화인데 한국영화 회고전을 통해 뒤늦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작성자
-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7-10-1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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