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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항일운동부터 촛불혁명까지 … 민주주의 정신 깃든 기억의 공간

1999년 10월 16일 개관 … 내년 20주년 맞는 부산 민주화운동 성지
민주항쟁기념사업회 위탁운영 … 전시실·공연장·야외무대 갖춘 문화공간이자 산교육장
한번쯤 이곳 - 부산민주공원

내용

부산민주공원은 기억의 공간이다. 민주공원이 품고 있는 기억은 부산의 역사와 정신이다. 1960년 4·19혁명과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월 민주항쟁, 2016년 촛불혁명까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뜨겁게 타올랐던 부산의 민주주의 정신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곳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쉬이 오지 않았던 것처럼 이곳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산복도로의 구불구불한 길을 덜컹거리며 달려야 닿을 수 있다. 산허리를 돌아 달리는 버스는 좁고 오래된 골목과 골목이 이마를 맞대고 있는 산복도로의 풍경을 애틋하게 보여준다. 산복도로는 부산 현대사의 상징이다. 산복도로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한 삽으로 시작됐다. 전쟁과 가난을 견디며 이 땅을 지켜온 한 사람이 대지에 꽂은 한 번의 삽질에서 시작해 산 하나를 거대한 사람의 마을로 만들었고 역사를 일구었다. 간판도 없는  가게와 도로 쪽으로 창을 낸 낡고 오래된 집과 푸른 이끼가 낀 오래된 담장에는 담쟁이넝쿨이 무심하게 자라고 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뜨겁게 울려 퍼졌던 도종환의 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담쟁이')

 

부산민주공원 야외마당 

부산민주공원 

▲부산민주공원 야외마당. 

 

부산의 상징 산복도로 정상 위치

 

도종환의 시 '담쟁이'를 떠올리며 민주공원으로 가는 산복도로를 걷는다. 길은 길고 유장하다. 올라가며 내려가고,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진다. 시간과 역사의 물줄기를 따라 걷는 듯하다. 민주공원으로 가는 길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기억하는 공간이 이곳에 들어선 것 마땅한 이유를 이 보여준다.

 

민주공원은 공원이면서 기념관이며 복합문화공간이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부산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한 부산시민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민주시민교육의 요람으로 삼기 위해 사단법인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부마민주항쟁 20주년인 1999년 10월 16일 개관했다. 

 

민주항쟁기념관, 민주의 횃불(조형상징물), 주변 공원을 아우르는 공간을 아우른다. 고 신영복 선생이 쓴 현판이 걸려있는 민주항쟁기념관은 민주공원의 본관이자 심장이다. 민주항쟁기념관에는 늘펼침보임방(상설전시실), 작은펼침보임방(기획전시실), 큰방(중극장), 작은방(소극장) 등이 있다. 늘펼쳐보임방은 항일운동부터 시작해 4·19혁명, 부산민주항쟁까지 부산민주주의 항쟁사를 보여준다. 관련 각종 사료와 문서 자료, 영상자료 200여 종을 전시하고 있다. 민주공원은 기념관으로 이곳에서 전시하고 있는 자료는 화려한 볼거리는 제공하지 않지만 깊고 유장하다. 

 

민주항쟁기념관 입구에 걸려있는 이철호 화백의 민주항쟁도(2002). 

▲민주항쟁기념관 입구에 걸려있는 이철호 화백의 '민주항쟁도'(2002).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의 숭고한 넋과 뜨거운 숨결이 자료 하나 하나에 오롯하게 담겨 있다. 빛바랜 문서에 담긴 활자 하나하나가 금방이라도 뛰쳐나와 "민주주의여 만세!"라고 외치는 듯하다. 전시 자료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 담긴 말과 함성들이 후드득 살아난다. 부산이 지켜낸 민주주의 정신과 우리의 삶이 늘펼침보임방에서 만난다. 화려함보다 조금은 불편한 고졸함이 이 공간에 더 알맞은 이유다.

 

부산시민 함성 담은 민주의 횃불

 

민주공원의 중심에 있는 상징조형물인 민주의 횃불은 꼭 보아야 한다. 조각가 김정헌의 작품으로 부산 민주주의 정신을 밝히기 위해 치켜든 부산사람들의 굳센 주먹과 활활 타올랐던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담아냈다. 우뚝 솟아 하늘 높이 타오르는 횃불 모양의 조형물은 민주주의의 성지 부산의 정신을 보여준다.

 

민주의 횃불 

▲민주의 횃불 

 

몸과 마음 충전하는 살림의 공간 

 

기억은 살림 속에서 계승된다. 민주공원의 푸른 숲과 너른 마당은 살림의 공간이다. 야외에 있는 넋기림마당(추념의 장), 가리사리마당(인식의 장), 어렵사리마당(고난의 장), 올바름마당(정의의 장), 바람의 마당(염원의 장), 바깥놀이마당(야외극장), 들꽃나무뜰(수목원)는 아름답고 고요하다. 민주항쟁기념관을 둥글게 감싸고 만들어진 산책길은 뜨거워진 가슴을 잠시 달래며 쉬어가기에 더없이 적당하다. 겹벚나무 편백나무 등 400여 종의 나무가 우거진 숲에는 사계절 꽃이 피고, 맑은 바람이 분다. 연하게 비린 풀냄새와 나무냄새, 향긋한 흙냄새를 맡으며 민주공원 둘레를 걷다보면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돌면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몸이 살아나는 곳, 민주주의 정신이 살아서 여전 활활 불타오르는 곳, 민주주의가 살림의 길이라는 것을 민주공원의 산책로는 몸으로 깨우쳐준다. 민주공원의 고요한 숲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민주공원은 구석구석 명소를 숨겨두고 있다. 이곳은 겹벚꽃 명소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해마다 겹벚꽃이 피는 봄이면 천지가 분홍의 꽃대궐로 물결친다. 부산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숨은 명소다. 역동적인 부산항과 용두산공원, 산복도로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부산항의 야경과 발 아래로 펼쳐지는 산복도로의 불빛은 민주의 횃불을 타오르게 하는 굳센 심지를 닮았다. 

 

야외 공원에는 4·19 기념탑,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 민주열사 추모비를 만날 수 있다. 차가운 돌멩이 위에 새겨진 문장은 뜨겁고 웅혼하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볼만한 곳이 근처에 많다. 중구 동구 서구를 잇대는 산복도로는 골목골목이 살아있는 부산현대사 박물관이다. 실핏줄처럼 촘촘하게 뻗어있는 산복도로의 굽은 골목을 따라가면 30여 년 전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쳤던 젊은 청년들이 살았을 담장 낮은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이어진다. 낮은 담장을 뛰어올라 광복동과 남포동을 지나 부산역으로 거대하게 물결쳤던 함성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산복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부산의 속살로 깊이 스며드는 시간이 된다. 이색 볼거리가 궁금하다면 왕자웨이의 영화 '중경삼림'에 나오는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영주동오름길모노레일은 한번쯤 타볼 것을 추천한다. 

 

 

■부산민주공원 가는 방법

부산민주공원은 버스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하다. 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 부산역 동대신동역에서 걸으면 삼십분 쯤 걸린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원도심 구경삼아 걸어도 좋다.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에서 43·508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기장 청강리공영차고지~광안해수욕장~금성중·고~민주공원까지 운행하는 38번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도시철도 부산역이나 초량역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걸린다. 민주항쟁기념관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글· 김영주/사진· 권성훈 기사 입력 2018-10-10 다이내믹부산 제1845호
자료출처 : 함께 나누고 싶은 '부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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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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