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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맑고 푸른 바다와 작은 섬 어우러진 필리핀이 숨겨놓은 지상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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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주한 필리핀대사관 초청으로 클락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필리핀 문화탐방과 최근 휴양지로 주목받는 코론의 숨은 매력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와 환경복원을 이유로 6개월간 폐쇄를 결정한 ‘보라카이’ 그리고 ‘세부’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곳이며 다양한 열대 과일을 수입하는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지리적, 경제적 이유로 조기유학과 어학연수로 각광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은 라울 헤르난데스 주한필리핀대사 부부와 20여 명의 일행이 함께 했다.  

 

필리핀 코론  

▲필리핀 코론.

  

인천공항에서 늦은 밤 필리핀 클락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코론을 가기 위해서는 클락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클락은 골프장이 많아 골프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다. 공식 행사 일정으로 방문한 것이라 공항과 시내를 이동할 때 경찰차의 호위를 받는다는 게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옛 삶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휴양지


다음날 경비행기를 타고 코론 부수앙가공항에 도착했다. 

부수앙가공항은 작은 공항이라 활주로에 내려서 걸어서 청사로 이동해야 했다. 청사로 들어가면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직접 수화물을 내려서 청사로 가져와 주인을 확인하고 건네주기 때문에 탑승수속 때 받은 수화물표를 잘 보관해야 한다.


호텔과 연결된 선착장에서 배를 타는 관광객 모습.

▲호텔과 연결된 선착장에서 배를 타는 관광객 모습.

 

부수앙가공항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2006년부터 3년간 여객터미널 및 활주로 확장 등에 지원사업을 펼쳤기 때문이다. 우리 힘으로 이 공항을 건설했다는 표식을 보이자 어깨가 으슥해졌다. 청사 옆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 우리 일행만을 위한 깜짝 환영파티가 준비돼 있었다. 시원한 음료와 다과를 즐기며 4명의 남성들이 각기 다른 북을 연주하는 공연을 보니 흥에 겨워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연신 사진도 찍다보니 비행의 피로함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는 중에 본 모습은 우리의 옛 시골 마을이었다. 아직 휴양지로 개발이 덜 돼서인지 여기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 그대로를 많이 간직하고 있다. 호텔에 도착하자 석양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바다가 우릴 반겼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풀장에는 관광객들이 저물어가는 태양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호텔 내부는 마치 바다 속을 옮겨 놓은 것처럼 천장엔 다양한 색을 빛내는 해파리 모양 장식으로, 벽에는 조개껍질로 꾸며 놓았고 산호석이 즐비해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또 호텔과 선착장이 연결돼 있어 투숙객들은 보트를 이용할 수 있다.


해산물과 바비큐 모두 맛볼 수 있는 코론 현지 음식.

▲코론 여행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 모습.

 

낯선 곳에서 만난 정다운 풍경 


코론은 여타 동남아 휴양지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인프라 역시 부족하지만 천혜의 자연 환경이 너무도 수려해 인프라 구축은 시간문제로만 보였다. 더불어 행정당국의 의지가 확고해 보라카이가 잠시 관광객을 받지 않는 지금이 휴양지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호텔에서 진행된 또 한 번의 만찬행사가 끝나고 시간이 늦었지만 일행 몇 명과 근처 동네 구경을 나섰다. 길이 익숙하지 않고 안전상의 이유로 가이드 겸 경찰 두 명이 동행했다. 발길 가는 곳으로, 맛있는 냄새 나는 곳으로, 흥겨운 소리 나는 곳으로 마치 이곳 주민처럼 돌아다니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광경들을 많이 보게 됐다. 동네 귀퉁이의 조그마한 슈퍼에서 아이를 업고 장사하는 젊은 엄마부터, 무더운 열대야를 버티려 러닝셔츠만 걸치고 집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버지들. 검붉은 숯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꼬치를 열심히 굽고 있는 젊은 친구. 어쩌면 이토록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던가. 지난 26년간 171개국을 여행하며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부모님을 만나고, 내 어릴 적 동무를 만나고 다녔다. 

 

흥겨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긴 탁자에 빙 둘러 앉아 순서대로 한 곡씩 노래를 부르는데 그 솜씨가 대단해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노래방 문화가 발달한 우리의 잣대로 보아도 프로 수준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이유로 밤늦게 다니거나, 혼자 다니는 것을 제지당하는 경우를 흔히 겪게 되지만, 경험으로 비춰보면 낮보다 밤이, 여럿보다는 혼자 다닐 때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됨을 잘 알고 있다. 모른다고 머뭇거리고 위험하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엔 보고 들을 것이 너무 많다.

 

다음 날은 코론을 대표하는 까양안 호수로 출발했다. 코론섬 안쪽에 위치한 까양안에 도착하면 신비로운 풍경이 먼저 반긴다.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언덕 중간까지 올라가면 코론의 명소라고 불리는 곳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푸른 바다와 바위절벽은 황홀 그 자체다. 그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면 한 장의 멋진 엽서가 된다. 


코론은 기암괴석들로 이뤄진 작은 섬들이 많아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코론은 기암괴석들로 이뤄진 작은 섬들이 많아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까양안 호수·트윈라군 … 신비로운 경관에 감탄  


언덕을 넘어가면 드디어 평화로운 호수 까양안을 만나게 된다. 까양안 호수를 바라보니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의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깨끗한 까양안 호수에서는 스노쿨링을 즐길 수 있다. 마닐라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들을 만나게 돼 반가운 마음에 짧은 영어와 능수능란한 몸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간다. 필리핀 민속노래를 요청하니 소리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근처에는 이곳에서 관광객들을 상대하며 사는 사람들의 움막들이 있었다. 허락을 받고 내부를 보니 세간은 아주 간소하고 위성 안테나를 설치해 놓고 TV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코론섬은 맹그로브 숲으로 덮인 5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석회암의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그 광경이 너무 신비롭다. 필리핀 전통 배인 방카를 타고 기암괴석을 통과하면 트윈라군을 만난다. 상층부는 민물, 중층은 바닷물이 흐르고 하층부로 내려가면 뜨거운 바닷물로 이루어진 곳이다. 바다 속에 들어가면 아지랑이처럼 그 경계선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마음 같아선 뛰어들고 싶었다. 또 이곳에는 다른 동남아 관광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해수온천’이 있다. 천연 온천물을 가두어 만든 마키닛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산미구엘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코론 해안가 풍경

▲코론 해안가 풍경.


아름다운 산호초 보는 ‘스노쿨링’ 재미 쏠쏠 


점심은 바놀 비치에서 다양한 해산물과 바비큐로 배불리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늘 오지만 다니던 필자에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동남아 관광지 대부분은 열대어와 산호초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스노쿨링과 호핑투어를 할 수 있다. 물안경과 스노클, 오리발만 있으면 바닷 속 세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낚싯줄만 드리우면 열대어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코론은 다른 곳과 비교해 관광객의 발길이 적어서인지 산호초 보존의 정도가 좋아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형형색색의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타피야스 전망대에 오르면 코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약 700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특히 일몰과 일출은 더욱 장관을 이루는데 섬과 섬 사이로 뜨고 지는 해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80% 이상의 국민이 카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성당이다. 코론성당은 유럽과 비교해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 가는 모습이다. 필리핀이라는 국명은 스페인 지배하에 있을 때 당시 필립 국왕을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300년 넘게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던 나라지만 중남미의 스페인 식민지처럼 스페인어를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지리상으로 먼 거리에 위치해 직접적 지배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서국가인 필리핀을 변변한 교통수단 없던 시절에 효과적으로 스페인의 문화를 옮겨 놓는다는 것이 어려웠으리라 짐작해 본다. 재미있는 것은 필리핀 맥주로 알려진 산미구엘은 원래 스페인 소유의 회사로 식민지배 때 생산거점을 필리핀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두 나라를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잇고 있는 것은 맥주일지도 모른다.

 

이번 코론 투어는 그동안 가졌던 동남아 휴양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수려한 자연경관 덕분에 독특한 곳이 많아 휴양지라고 하기엔 너무나 볼거리가 많았다.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코론 시티투어 역시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투어를 정성껏 준비한 라울 헤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와 안상욱 총영사 및 대사관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카메라를 둘러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76세 청년’이 불편하였을 법도 한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준 동행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도용복 기사 입력 2018-05-31 부산이야기 6월호 통권140호
자료출처 : 함께 나누고 싶은 '부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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