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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3월호 통권 137호호 기획연재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정직과 정성만 담았습니다”

참기름·들기름 제조 35년 … 대한민국 전통명장 87호 품질에 대한 자부심 남달라 … 일본 이어 대만에 수출

내용

‘부산제품 사랑의 해.’ 부산 경제를 살리고 부산 상공계를 살리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부산광역시가 부산상공회의소와 함께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자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여성소비자연합회 등 시민단체가 지지했다. 대형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호응했다. 

 

두 백화점은 설 무렵 부산제품 코너를 신설했다. ‘메이드 인 부산’ 선물세트를 판매했던 것. 엄선하고 엄선한 부산제품 14종이 매장을 달궜다. 14종은 다시 3종과 11종으로 나눴다. 명장·장인 프리미엄세트 3종과 부산우수식품통합세트 11종이었다. 그러니까 3종은 14종 중에서도 엄선하고 엄선한 ‘메이드 인 부산’이었다.

 

명장·장인 프리미엄세트는 말 그대로 명장 또는 장인이 만든 명품. 명장 또는 장인이란 호칭을 얻은 달인이 이름을 걸고 내놓은 극상품이 프리미엄세트였다. 여기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대단한 영예였다. 그리고 자부심이었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극상품 셋은 명란 최대 소비국 일본에서 큰소리치는 장석준 명장의 명란(덕화푸드), 삼진어묵 창업주 며느리 이금복 장인의 어묵탕(삼진어묵), 그리고 대한민국 전통명장 87호 최순희 대표의 참기름과 들기름(승인식품)이었다. 셋 중 대한민국 전통명장 최순희 대표를 만나러 갔다.  


승인식품 최순희 대표
▲승인식품 최순희 대표

 

국산 통깨로 순도 100% 참기름 만들어

 

강서구 명지동 승인식품은 첫인상부터 똘똘 뭉친 자부심 그것이었다. 기름공장답지 않은 반듯하고 단아한 공장 외관에서 자기 세계에서 일가를 이룬 명인의 자부심이 읽혔다. 자부심의 바탕은 내가 만든 참기름과 들기름이 한국 최고라는 자신감이었다. 승인식품 바로 앞은 넓게 펼쳐진 명지 들판. 들판에 우뚝 선 모습이 외로우면서도 늠름해 보였다.   

 

“참기름과 들기름 전통명장은 한국에서 제가 유일합니다.” 

 

최순희(61) 대표 역시 자부심을 드러냈다. 자기 분야에서 유일한 전통명장으로 인정받을 만큼 최고라는 자신감, ‘땅을 굽어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100% 참기름, 들기름을 만들어 왔다’는 자신감이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그랬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100% 기름을 짰다. 내 아이가 먹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내 손주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국산 통깨를 썼고 순도 100% 기름을 내놓았다. 한 자루 80만원이나 하는 국산 통깨를 썼고 한 병에 2만원은 받아야 이문이 남는 걸 6천원에 팔았다. 그래도 남는 게 있으려니 하고 기름을 짰다. ‘시골에서 짜서 보내준 참기름보다 맛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다’ 할머니며 동네 사람이 맛있다 하니 좋았고, 나와 내 아이가 맛있는 것 먹으니 좋았다.    

 

우리나라 유일 참기름·들기름 제조 명장

 

딸아이는 올해 서른다섯. 아이가 태어날 무렵 참기름을 만들었다. 아미동 까치고개에서 만물상 슈퍼를 할 때 깨 짜는 기계인 깨돌이를 샀다. 그걸로 기름을 짜서 팔았더니 반응이 좋았다. 반응이 워낙에 좋아 성공을 예감했다. 지인에게 성공 예감 두 가지를 떠벌렸다. 성공해서 KBS 아침마당에 출연할 거라고. 뚫고 들어가기가 바늘구멍이란 일본에 수출할 거라고. 최고의 기름을 만들겠다는 다짐이자 다그침이기도 했다. 마침내 성공했고 두 가지 모두 현실에서 이루었다. 

 

아미동에서 하단동 에덴시장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기름과 고춧가루를 팔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참기름 시장이었지만 누가 어떻게 만들든 나 한 사람만이라도 100% 정직한 참기름, 100% 정직한 들기름을 만든다는 초심을 지켰다. 누가 뭐라고 하든 우직하게 앞만 내다보고 미래만 내다봤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한민국 전통명장 반열에 우뚝 섰다. 2017년 상반기 전통 참기름·들기름 제조 명장으로 지정됐고 이 분야에선 유일하다. 

 

참기름·들기름 제조 35년 경력의 ‘승인식품’ 최순희 대표는 우리나라 유일의 참기름·들기름 전통명장이다. 최 대표의 딸인 감지영 이사는 대학 졸업 후 최 대표를 도와 ‘승인식품’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사진은 최 대표와 감 이사가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 
▲참기름·들기름 제조 35년 경력의 ‘승인식품’ 최순희 대표는 우리나라 유일의 참기름·들기름 전통명장이다. 최 대표의 딸인 감지영 이사는 대학 졸업 후 최 대표를 도와 ‘승인식품’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사진은 최 대표와 감 이사가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 

 

뛰어난 품질로 일본서도 인기 … 세계로 수출

 

기름 인생 35년. 뭐든 한 자리에서 20년을 지키면 도가 튼다. 달인이 되고 명장이 된다. 하물며 35년이다. 미각이 남달라 기름을 감별하는 안목이 애초부터 뛰어났지만 이제는 기름 색상만 봐도 척이다. 탔는지 안 탔는지, 맛이 연한지 진한지 대번에 알아본다. 일반인은 좋은 기름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병에 붙은 라벨을 유심히 살피길 권한다. 원재료명에 통깨인지 분말이나 가루인지, 식품유형에 참기름인지 향미유인지 그것만 제대로 살펴도 좋은 기름을 살 수 있단다. 

 

“향으로 색으로 속이지 않을 테니 거상이 되도록 해 달라고 매일 기도합니다.” 

 

기도대로 최 대표는 기름에 향료 첨가나 고춧가루에 색소 첨가를 금기시한다. 오히려 이문을 적게 남기려고 안달이 났을 정도다. 대표적인 게 통깨 세척이다. 통깨는 여러 번 씻을수록 기름이 적게 나온다. 그렇지만 승인식품은 깨끗한 물로 네 번이나 씻는다. 딱 한 번만 눌러 짜서 기름을 내는 것도, 값싼 가루나 분말 대신 신뢰할 수 있는 통참깨와 통들깨를 쓰는 것도 승인식품이 내세우는 기업정신이다.  

 

먹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정신은 일본까지 감복시켰다. 얼마나 감복했는지 2015년부터 승인식품 기름을 수입해 지금은 50만병이 넘는다. 발단은 ‘오메가3’였다. 몸에 좋다는 오메가3가 들기름에 많다는 게 알려지면서 일본의 바이어가 시중 들기름을 전수 조사했다. 그랬더니 맛이며 향이며 내용에서 승인식품이 최고 점수를 얻었다. 일본 바이어는 승인식품을 불시에 세 차례 방문해 점검했다. 그때마다 혀를 내둘렀다. 지금은 대만에도 수출한다. 유럽의 올리브유가 가라앉고 승인식품 참기름·들기름이 뜰지도 모르겠다. 

 

최순희 대표는 참기름·들기름의 재료는 물론 공장의 청결 상태도 최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순희 대표는 참기름·들기름의 재료는 물론 공장의 청결 상태도 최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참기름병에 디자인을 입히다

 

승인식품의 또 다른 강점은 기름병이다. 소주병 같은 기름병 대신 와인병 같은 기름병을 쓴다. 한국해양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한 딸의 아이디어다. 승인식품 감지영 이사(35)가 딸이다. 제품은 좋은데 소주병 참기름이라서 선물하기가 좀 그렇다는 고객의 건의에 착안해 2013년 무렵 황금색 라벨, 봉황 무늬, 그리고 원터치 마개를 들였다. 그게 통했다.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특판이며 홈쇼핑 매출이 올랐고 수출량도 늘었다.

 

딸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엄마는 딸에게 권했다. 승인식품에서 함께 일하자고. 그 말을 해 놓고 엄마는 후회했다. 명색이 대학을 나온 아이에게 기름공장이라니. 다음 날 딸에게 엄마 마음을 밝혔다. 딸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어때서요? 우리 참기름 좋잖아요. 일할게요.” 

 

세상을 다 얻은 듯 뿌듯했다. 딸은 생산직으로 입사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생산·관리·유통 전반을 도맡는다. 

 

감지영 이사의 아이디어로 참기름·들기름 병을 세련되게 교체해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감지영 이사의 아이디어로 참기름·들기름 병을 세련되게 교체해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청결 또 청결” … 최고 품질 위한 고집

 

승인식품 기름 공정은 꽤 복잡하다. 입고와 보관을 거쳐 선별-먼지 제거-세척(4단)-가열-먼지 제거-착유-여과-집유-침전-여과(9단)-충진-포장의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공정이 기계화돼 있다. 그래서 기름공장이란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첨단공장처럼 반듯하고 단아하고 깨끗하다. 로봇이 왔다 갔다 하는 무인자동화시스템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정직은 기본이고요, 청결은 더 중요합니다.” 승인식품은 청결에 유별나다. 근무시간 가운데 세 시간은 청소시간. 털고 닦고 말리고 세 시간 청소가 일상이다. 최 대표에게 시집 산다고 푸념하는 직원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 대표는 청결 문제만큼은 단호하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세수는 안 해도 기계는 닦아야 한다는 게 다짐이라면 다짐이고 다그침이라면 다그침이다. 성에 안 차면 최 대표가 앞장서서 털고 닦고 말리고 그런다. 

 

최 대표는 업계에서 경쟁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툭하면 원 플러스 원 등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대기업이 왜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마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최선을 다해서 100% 정직한 참기름, 100% 정직한 들기름을 만들면 찾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리란 믿음을 처음부터 가졌고 지금도 그렇다. 처음과 끝이 같은 승인식품 최순희 대표. 들판에 우뚝 선 게 외로우면서도 늠름해 보인다. 

작성자
동길산
작성일자
2018-03-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3월호 통권 137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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