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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나를 향한 끝나지 않은 여정 안나푸르나를 걷다

세계테마여행 -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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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포카라에서 푼힐 전망대까지의 여정을 소개했고, 이번 호에서는 본격적으로 안나푸르나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고레파니(Ghorepani)에서 출발해 4일간 천천히 고도를 올리면서 시누아(Sinuwa), 데우날리(Deurali),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Machapuchare Base Camp)를 거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Annapurna Base Campm)까지 가는 여정이다. 보통 고산등정이 아닌 트레킹의 경우 ABC가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다. 

 

네팔 안나푸르나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하며 욕심 없이 가볍게 사는 행복 배워

고레파니에서 출발해 천천히 길을 걷기 시작한다. 3일째 산행, 본격적인 고산을 만나기 전이라 마치 한국의 산을 걷는 것처럼 낯익은 풍경들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또 다른 매력은 길을 걷는 동안 다양한 자연환경을 만나는 것이다. 정글 같은 곳도 지나고, 아름드리나무가 빽빽한 숲길도 걷고, 꽃이 가득한 동산도 만나고, 4천m가 가까워 오면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돌길과 눈길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원숭이가 길가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3일 동안 걸어서 걷는 것은 익숙해졌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어깨가 아파온다. 짐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였으나 트레킹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짐들이 많다. 좀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와 렌즈 3개와 별 사진을 찍기 위한 삼각대도 챙겼다. 그러나 정작 사용하는 렌즈는 하나밖에 없다. 새벽에 나가서 별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세찬 바람과 추위에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욕심이었다. 일상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혹은 더 좋은 것을 위해 이것저것 어깨에 잔뜩 지고 사는 건 아닐까? 가볍게 사는 것이 행복한 일임을 배낭 안을 무겁게 차지하고 있는 렌즈들을 보며 절감한다.

 

해발고도 6천993m의 마차푸차레는 히말라야의 마아다블람과 알프스의 마터호른과 함께 세계 3대 미봉으로 불린다(사진은 마차푸차레를 보며 걷는 트레커들 모습).

▲ 해발고도 6천993m의 마차푸차레는 히말라야의 마아다블람과 알프스의 마터호른과 함께 세계 3대 미봉으로 불린다(사진은 마차푸차레를 보며 걷는 트레커들 모습). 

 

현지 가이드·포터는 안내자이자 친구

트레킹 중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고산마을에 사는 네팔사람들, 전 세계에서 모여든 트레커과 가이드들,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걷는 현지 포터들이다. 현지 포터들은 고산마을에 필요한 물자를 나른다. 안나푸르나 길을 처음 걷는 사람들은 현지 포터들이 지고 가는 짐을 보면 깜짝 놀란다. 가장 무거운 짐은 40㎏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사람은 들기도 힘든 무게다. 게다가 배낭도 아닌 봇짐 같은 것에 끈을 달아서 그 끈을 머리에 걸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서 길을 걷는다. 동행한 가이드 비제이에게 물어보니 이들이 하루 종일 걸어서 물건을 갖다 주고 받는 비용이 가장 무거운 경우 4만원 정도라고 한다. 우리 기준으로는 턱없이 작은 대가지만 포터들은 그저 묵묵히 걷기만 한다.

트레킹을 할 때 가이드나 포터와 동행하는 문제에 대해 논쟁이 있다. 포터들에게 적은 비용을 주고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것이다. 나와 동행했던 비제이에게 물으니 답은 간단했다. ‘가이드나 포터와 함께 가는 게 안전하고, 우리한테도 좋다. 다만 우리를 친구로 생각해라’는 것이다.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는 함께 밥을 먹었고, 식사를 마치면 카드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간혹 가이드나 포터 때문에 힘들게 트레킹을 했다는 글을 보긴 했지만 다행히 우리와 동행했던 비제이와 푸르나는 재미있는 말동무이자, 듬직한 친구들이었다.

  

트레커들의 숙소인 로지는 트레커들이 피로를 풀고 정보를 교환하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사진은 안나푸르나 로지의 아침 풍경).

▲ 트레커들의 숙소인 로지는 트레커들이 피로를 풀고 정보를 교환하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사진은 안나푸르나 로지의 아침 풍경).

 

비오는 날 트레킹 특별한 경험 

 

시누아에서 하루를 자고 데우날리로 향하는 길, 이제 본격적으로 고도를 3천m 이상 올리기 시작하는 날이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최적기는 10~2월까지라고 한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히말라야의 설산을 볼 수 있는 때다. 3~5월까지는 날씨가 변수가 많고, 6~9월까지는 우기라 비가 많이 내린다. 그동안 아침은 맑고, 오후에는 흐렸는데 이 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비가 쏟아질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잠시 쉬면서 비를 피하고, 조금씩 내리면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비가 내리면 긴장을 해서인지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그동안 잘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뭇잎과 바위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 그 사이로 들리는 바람소리, 세차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까지. 비를 맞으며 걷는 트레킹도 좋았다. 트레킹 초반에는 산행 정보를 챙겼다. 걸어야할 거리는 몇 ㎞인지, 가는 길에 만나는 고개는 몇 개인지, 고도는 얼마인지, 날씨는 어떤지 확인해야 안심이 됐다. 하지만 하루이틀 지나자 시간과 고도, 날씨에 무심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걷고, 해가 질 때쯤 숙소에 도착하면 된다. 날씨가 좋으면 햇빛을 즐기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걷는다. 로지에서 밥 먹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잠이 들고 이튿날 다시 걸으면 됐다. 바꿀 수 없는 사실을 확인해서 걱정거리를 만드는 것보다 처해진 상황을 충실하게 이겨 나가면 된다는 간단한 삶의 이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안나푸르나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일출은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한다(사진은 안나푸르나의 일출을 바라보는 트레커들).

▲ 안나푸르나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일출은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한다(사진은 안나푸르나의 일출을 바라보는 트레커들).

 

6일에 걸친 트레킹 끝에 마침내 베이스캠프 도착

 

우중산행 끝에 데우날리(3천200m)에 도착했다. 다음날이면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 도착한다. ABC에 간다는 설렘 반,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 반으로 잠을 설쳤다. 다행히 다음날 날씨가 맑게 갰다. 데우날리부터 ABC까지 고도를 1천m 가까이 올리는 날이다. 고산증세가 두렵긴 했지만 비제이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우리를 격려했다. 데우날리부터 ABC까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히말라야의 고산과 만년설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구간이다. 특히 쿰부 히말라야의 아마다블람(Amada Biam, 6천853m), 알프스의 마터호른(Matterhorn)과 함께 세계 3대 미봉으로 불리는 마차푸차레(6천993m)를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네팔인들은 마차푸차레를 시바신으로 섬기며 신성시하기 때문에 등정을 금지하고 있다. 이 곳은 히말라야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발길이 허용되지 않은 곳,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경이로운 산이다. ABC로 향하는 마지막 로지인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에 이르자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8천m급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를 걸으며 안나푸르나 산군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앞서가는 비제이의 뒷모습만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4천m를 넘기자 호흡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사진을 찍을 때 호흡을 멈춰야 하는데 사진 한 장 찍기가 힘들다. 사진이 문제가 아니다. 앞서가는 일행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급선무였다. 한 시간 정도 긴장하며 안개 속을 걸었을까, 일행이 환하게 웃으며 기다리고 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알리는 표지판이었다. 6일에 걸친 트레킹 끝에 마침내 ABC에 도착했다. 생전 처음 4천130m의 땅에 섰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가 아니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와 거친 호흡 그리고 온몸을 덮치는 오한이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에 오르다 실종된 박영석 대장, 신동민 대원, 강기석 대원를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에 오르다 실종된 박영석 대장, 신동민 대원, 강기석 대원를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황금빛 물드는 안나푸르나 일출 황홀

안나푸르나의 봉우리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잠드는 일만 남았다. 다행히 고산 증세는 오지 않았지만 거친 호흡 때문에 밤새 뒤척였다. 새벽이 되자 창문을 통해 희미한 빛이 조금씩 들어왔다. 옷을 챙겨 입고 문을 나서자 아직 새벽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밤사이 구름과 안개가 걷혔다. 검지만 웅장한 안나푸르나 남벽의 실루엣이 로지가 있는 분지를 감싸고 있다. 해가 떠오르기 전이라 마치 거대한 성벽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여명이 가까워 오자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나오기 시작했다.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였다.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안나푸르나 1봉(8천091m)의 끝부분부터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다. ‘아, 이 압도적인 광경을 보기 위해 그 먼 길을 걸어 왔구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혹은 기도를 올리며 함께 안나푸르나의 여명을 맞이했다. 해가 밝아오고 천천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둘러보는데 추모비가 있었다. 그 추모비는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에 오르다 실종된 박영석 대장, 신동민 대원, 강기석 대원를 기리는 추모비였다. 직벽 높이만 3천m에 이르는 안나푸르나 남벽의 새로운 루트를 찾기 위해 도전에 나섰다가 끝내 안나푸르나의 별이 된 3명의 산악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며 ABC를 향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가야 한다. 비록 안나푸르나 정상은 아니지만 4천130m는 큰 도전이었고, 그 도전은 이제 산을 내려감으로써 완성될 것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한 후 공가부 지역을 찾았다. 2015년 4월 네팔 대지진 당시 드론프레스 미디어팀 소속으로 휴먼인러브 긴급구조팀과 함께 수색구조 활동을 펼쳤던 곳이다.

 

대지진 피해 입은 네팔 … 다시 희망 싹터

2년 만에 다시 찾은 구조 현장, 무너졌던 7층 건물은 철거돼 1층짜리 새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도저히 새로운 삶이 시작되지 않을 것 같았던 그곳에는 외국에 나가 일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네팔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낯선 외국인의 등장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2년 전 대지진 당시 이곳에서 구조활동을 했었다고 설명하니 ‘수크 바하두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분이 바로 옆 건물 2층으로 이끈다. 당시 한국과 오만팀이 구조 활동을 한 것을 기억한다며 조심스레 왜 다시 왔는지 묻는다. 대지진 이후의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왔다고 하니 놀라며 잊지 않고 다시 이곳을 찾아 주어서 고맙다며 손을 꼭 잡는다. 그리고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면서 커피 한잔을 주신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안나푸르나에서 신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경이로운 대자연과 그 대자연에 기대어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대지진의 아픔을 딛고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네팔인들을 만났다. 힘든 길이지만 뚜벅뚜벅 걸으며 자기 삶의 여정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싶다면 네팔로 떠나자. 그곳에 안나푸르나가 있다. 히말라야가 있다. 그리고 사람이 있다.

김도근 기사 입력 2017-09-25 부산이야기 10월호 통권 132호
자료출처 : 함께 나누고 싶은 '부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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