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건너 만나는 유년의 향수, 짙은 그리움을 만나다
[雨중산책] 비오는 날 걷기좋은 공원
소설 '소나기'에서 본 듯한 서정적 풍경· 운치 가득
- 내용
지금은 어린이대공원이라고 부르지만, 오래전 이곳은 성지곡수원지로 불렸다.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오늘은 잠시, 이곳을 옛 이름으로 부르기로 한다. 굳이 지난 시절의 이름을 들추어 부르는 이유는 감상적인 복고적 취향 때문만은 아니다.
옛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옛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간다는 것. 비오는 날의 성지곡수원지는 번잡한 도심 속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순수의 시원을 오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비를 피해 아이들이 자취를 감춘 어린이대공원은 수원지라는 옛 이름을 살갑게 느끼게 한다.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오르면 향긋한 편백나무 향기가 가득하다. 숲의 향기는 자극적이지 않다. 오감을 찌르지 않고, 오감으로 은은하게 몸속으로 스며든다. 그저 아련할 뿐.
▲나무데크 산책로.
비오는 날의 산책길로 성지곡수원지만한 곳이 또 있을까. 찰진 흙의 감촉을 느낄 수 있는 흙길 산책로의 끝에는 정갈하게 이어진 나무의 길, 나무데크가 이어진다. 나무데크가 끝나는 곳은 작은 계곡.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는 멀리서 보면 마치 징검다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유년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성지곡수원지'.
가만히 숲의 품에서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다. 문득 눈을 뜨면, 멀리 징검다리를 건너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보일지 모른다. 소나기를 피해 위태롭게 좁은 다리를 건너는 소년 그리고 소녀. 소설 '소나기'의 무대가 펼쳐지듯, 숲과 계곡의 물소리가 아득하게 잦아든다.
성지곡수원지는 이 여름, 비오는 날 한번쯤 가보아야 하는 곳이다. 더위에 지친 마음에 순수라는 연한 초록의 글자를 가슴에 새길 수 있다.
- 작성자
- 글·김영주/사진·문진우
- 작성일자
- 2016-07-2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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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738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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