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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69호 기획연재

“올해 이 남자 어쩌면 대형사고 칠 것 같아”

1992년 롯데서 은퇴, 20년 만에 금의환향
선수에겐 응원을, 비난은 감독인 자신에게
이대호·홍성흔 없다고 성적 못 내면 ‘핑계’

내용

인터뷰 - 롯데자이언츠 김시진 감독

인생을 그다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4학년 6반입니다. 계획한 인생의 절반을 살았습니다.), 노련한 인터뷰어는 아니지만, 인터뷰를 하고 돌아설 때 '이 사람 정말 진국이네, 기대 이상의 깊이와 철학이 있네'라는 만족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김시진 감독(55)이 바로 그랬습니다. 인터뷰 내내 정말 성의 있는 답변과 온화한 미소, 뚜렷한 철학과 소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보다는 선수를 먼저 생각하는 감독, 개인 보다는 팀을 먼저 떠올리는 감독, 그렇다고 강요가 아닌 스스로 먼저 모범을 보이는 감독, 김시진 감독이 덕장의 모범 답안이었습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한테서 느낄 수 있었던 다소 불쾌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시진 감독.

넥센 히어로즈 감독 시절 제자인 송지만 선수가 김시진 감독에게 인사 온 모습.

시간을 1984년으로 되돌려봅니다. 1984년은 롯데 자이언츠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 고 최동원 선수가 한국시리즈서 혼자 4승을 올리며 롯데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습니다. 최동원의 괴력을 지켜보면서 말없이 속으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상대팀 에이스가 바로 삼성 김시진이었습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동갑내기 최동원과 쌍벽을 이뤘지만, 어쩌면 프로 성적은 한 발 앞서 나갔지만, 그해 8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최동원과의 1, 3차전 승부에서 기대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부상도 당했고요. 그 때 패배의 후유증 탓에 김 감독은 역대 한국시리즈서 7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부산시 미디어 센터와 인터뷰 모습.

선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 염원을 풀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김 감독이 보여준 능력은 군계일학입니다. 김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투수코치 시절, 정민태(현 롯데 투수 코치)를 비롯해 임선동, 김수경 등 수많은 투수를 길러내며 팀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시절에도 약체라는 전문가 평가에도 팀 성적을 극대화 시키는 마술 같은 능력을 보였습니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에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갖춰 개성 강한 롯데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며 롯데의 우승 갈증을 풀어주기에 제격이라는 평가입니다.

김 감독은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의 이탈로 롯데 전력이 예년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는 전문가 평가를 단호하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어느 팀보다 가능성 높은 유망주가 풍부한 팀이 롯데라고 말했습니다.

“주력 선수가 빠져나갔다고 성적을 내지 못하면 핑계거리 밖에 안 된다. 감독은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새로운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오히려 감독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긍정의 기회다.”

우리의 김 감독님, 롯데에서 감독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진정으로 시험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도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가진 해외전지 훈련도 유망주 발굴과 선수 간 화합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습니다.

김시진 감독 인터뷰 기념 사인 모습.

그렇다면 김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관은 무엇일까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면 우승이라는 큰 영광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홈런을 많이 치고 점수를 많이 얻는 야구도 좋지만, 팬들이,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 오로지 승리만 추구 하는 것이 아닌, 팬과 선수 모두가 만족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 김 감독은 우승 못지않게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 해 우승하고 반짝하는 팀이 아니라, 안정된 전력으로 지속적으로 성적을 내는 팀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김 감독은 프로선수라면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경기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며 롯데와 부산 팬들은 선수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만 보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감독은 절대 권위의 자리가 아니라 선수와 함께 호흡하고 선수가 경기장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라며 칭찬은 선수가, 비난은 감독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감독은 롯데선수시절,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 때 인연을 맺은 이웃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며 가끔 모임을 갖는다고 합니다.

초읍동에서 사직야구장으로 오던 큰 길이 생기기 전, 좁고 구불구불한 미로 같은 길을 지나 야구장으로 오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 때를 떠올리면 현재의 부산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고 감탄했습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부산, 김 감독은 경기가 없는 날에는 기장시장과 용궁사 등을 둘러보면 부산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사이판과 일본에서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알차게 시즌 준비를 한 만큼 올 시즌 좋은 경기를 펼쳐 보일 자신이 있다며 롯데와 부산 팬들의 힘찬 응원을 다시 한 번 기대했습니다.

선수 생활 대부분을 대구에서 보냈지만 김 감독의 고향은 포항입니다. 부산에서 평소 맛보고 싶었던 생선회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부산이 더더욱 정이 간다고 합니다.

작성자
글/조민제·사진/김창현
작성일자
2013-03-1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6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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