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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시골 장터 같은 첫 인상 … 보면 볼수록 정이 넘치네

돼지국밥·회·수제 어묵 ‘먹거리 천국’ 시장 인근 해안 따라 걷는 산책로 매력

내용

영도 남항시장 

 

 

 

영도 소풍 길 오르기 전 맛집 탐방

“영도 소풍 가고 싶어어, 영도 소풍 가고 싶어어~” 

어느 가을의 일요일 오전, 엄마·아빠와 소풍 가고 싶다는 참참 양의 노래가 이어진다. 어느 가을의 토요일 밤 알코올 세례에 흠뻑 젖었던 길남 씨는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딸의 노래에 눈을 겨우 뜬다. 일요일은 짜파짜파 요리사로 만족하면 될 텐데…. 딸아, 너는 왜 그런다니?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갑자기 소름이 돋으며 공포가 밀려온다. 내가 못 산다, 술이랑 살아라, 도대체 뭐 하는 거냐 등등의 잔소리가 이어지면 차라리 나을 텐데…. 참참 양의 고성방가 뒤로 이어지는 침묵은 길남 씨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그는 후다닥 일어나서 찬물로 빡빡 세수하고 딸의 노래에 화답한다.

“그래, 그래, 우리 딸 어디로 소풍 간다고? 영도? 갑자기 왜, 영도는 왜?”

눈치를 샤샤샥 보며 침실을 살피니 아내는 이제야 기지개를 켜며 “어제 몇 시에 들어왔는데?”하고 묻는다.

“하하하! 12시 조금 넘어 들어왔지. 자고 있어서 안 깨웠다 아이가. 참참이가 영도 소풍 가자네? 빨리 일어나서 소풍 가자고!”

온몸이 아프고 속이 쓰리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참 가장의 모습으로 연극을 한다. “소풍 만세!” 하고 외치는 딸과 영문을 모르는 아내를 바라보며 그는 가슴으로 눈물을 흘린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판에 씻고 나오는 아내가 오늘의 목적지를 말한다.

“오빠가 어제 전화로 영도에 있는 멍텅구리라는 데 데려간다고 안 했나? 야아가 그걸 듣고는 저런다 아이가? 거기가 그렇게 푸짐하다며? 거기서 점심 먹고 근처 남항시장, 봉래시장도 돌고 영도 흰여울길도 가보자. 내가 다 검색해 봤다.”

이미 결정난 상황에 망설일 건 없지만, 이 모든 ‘고난의 행군’ 이 자신의 세치 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놀라운 길남 씨다.

가족은 부산항대교를 타고 상쾌한 드라이브를 즐긴다. 영도에서 송도로 넘어가는 남항대교 앞에서 차는 우회전해서 멈춘다. 소문난 맛집 ‘멍텅구리식당’은 주인아줌마가 정말 멍텅구리인 거야? 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엄청난 양과 맛의 천국이다. 참참 양은 덤으로 인심 좋은 아저씨께 초코파이까지 잔뜩 얻고는 문어와 함께 만찬을 즐긴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미각이지만 서비스로 나온 매운탕에 속이 풀리는 길남 씨는 행복할 뿐이다.




남항시장은 생선회가 특히 유명하다. 눈앞에서 반죽한 생면을 파는 가게도 제법 많다.

▶ 남항시장은 생선회가 특히 유명하다. 눈앞에서 반죽한 생면을 파는 가게도 제법 많다. 




남항시장은 ‘2012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됐다.

▶ 남항시장은 ‘2012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됐다.




낡은 시장 이미지 벗고 활기찬 공간 탈바꿈 ‘남항시장’  

자, 이제 배를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시장 탐방에 나설 참이다. 식당에서 100m쯤 나아가자 주상복합형 시장이라는 특이점을 가진 남항시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천장은 아케이드 시설이 잘되어 있고 길은 적당히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시장에 특화된 골목이다. 주로 농·축·수산물이 판매되는데, 다른 시장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은 시장과 연결된 길들은 바로 주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항시장은 거의 일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의 물품이나 사람들의 수가 적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일요일 점심때인데도 시장은 활기 넘치는 모습이다.

길남 씨는 각 시장에 들를 때마다 그 시장의 지역성을 띠는 이름들을 발견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곳 또한 강한 지역성을 띠는 간판들이 많다. 남항생닭, 남항고기백화점, 태종상회, 제주왕족발(영도에는 제주 사람들이 많이 산다) 등등의 이름들이 다채롭다. 부산 각 지역에 대한 조금의 지식만 있다면 시장의 가게 이름들이 주는 잔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요즘 야시장이 유행을 타며 삼겹살을 보기 좋게 구워 제품으로 파는 가게들이 꽤 늘었는데, 남항시장에서도 이미 세 곳이 나 자리를 잡고 있다. 시장에서 마케팅 정보가 빠르게 교환되고 있다는 증거다. 손칼국수 가게도 눈에 많이 띄는데 여느 시장에 비해 가게의 수가 훨씬 많은 걸 볼 수 있다. 재밌는 건 그 가게마다 제법 손님들이 차 있어 가게의 순위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반죽한 생면을 파는 가게도 제법 많다. 말하자면 남항시장 칼국수 무림의 실력들이 아주 알차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제 어묵을 파는 가게도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종종 나타난다. ‘이 많은 가게의 이 많은 어묵들이 모두 소화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지만, 거의 모든 가게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포스가 팍팍 풍기기에 큰 걱정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가게마다 주종 어묵들이 다 다른 걸 알 수 있다. 남항시장 부근은 얼음에 잰 선어를 회로 먹는 빙장 회가 유명하기도 하다. 물론 앞에 들렀던 멍텅구리 식당에도 있는 메뉴다.

“오빠, 처음에는 꼭 시골 장터 같은 느낌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시장이 크고 활달하다.” 

아내의 말대로 남항시장을 지나가는 이들의 연령층은 생각보다 젊고 또 다양하다. 주로 주상복합건물들로 이루어진 시 장은 특색 있는 건물과 가게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도 특유의 오래된 일본식 건물, 또 그런 건물의 디자인을 잘 살려 인테리어한 카페가 보이는가 하면, 작은 평수에도 새로운 풍의 건물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을 살펴보면, 남항시장은 영도구 내의 한진중공업‧STX조선‧대선조선 등 조선 관련 대기업과 조선 기자재 관련 580여개 중·소 제조업체들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재래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남항시장의 가능성이다. 태종대, 절영 해안 산책로, 감지 해변 산책로, 국제 크루즈 여객 부두 등 영도 특유의 관광지와 연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다면 시장은 더욱 특화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영도구와 인접한 중구의 자갈치 시장, 용두산 공원, 광복동 거리 등의 인근 관광지와 상권을 연계한 ‘전통 시장 관광 투어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남항시장 끝자락에는 봉래시장이 있다(사진은 봉래시장 입구 모습). 

▶ 남항시장 끝자락에는 봉래시장이 있다(사진은 봉래시장 입구 모습).




남항시장 끝에서 만나는 새로운 길, ‘봉래시장’ 

길남 씨 가족은 남항시장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난다. 이름하여 ‘봉래시장’.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시장이 그냥 쭉 이어지다 갑자기 건널목 하나 사이로 시장 이름이 바뀌니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봉래시장은 봉래시장대로 나름의 역사를 따로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시장이다. 일제강점기에 산의 정기와 물이 고갈되라고 ‘고갈산’이란 엉뚱한 이름을 가지게 됐던 영도 봉래산의 이름이 붙은 시장은 방금 지나온 남항시장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영도 절영마를 로고로 해 ‘since 1932’라는 숫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1932년이라니…. 시장의 전통이 느껴진다.

영도는 원래 무인도였다. 조선 시대만 해도 부산진첨사가 멧돼지 사냥을 하러 오는 곳, 조엄의 조내기 고구마가 처음 재배된 곳 정도였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남항이 개발되고 간척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영도에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런 탓에 영도는 제주도, 거문도 등 다른 섬의 이주자들이 집단촌을 형성하기도 하는 특유의 문화를 가지게 됐다. 봉래시장은 이러한 사람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만들어진 시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봉래시장 주변에는 50년, 40년된 가게나 식당, 식품 기업들이 즐비하다. ‘부산 오뎅’의 명가로 우뚝 선 ‘삼진어묵’이 시장 끝자락과 부산대교가 이어지는 곳에 자리하고, ‘완도 식당’ 같은 깊은 맛을 자랑하는 돼지국밥집이 있다. 1938년에 문을 열었다는 ‘소문난 돼지국밥’, ‘제주 할매순대국밥’, 

‘재기 돼지국밥’ 등 유명 국밥집이 부산만의 맛을 자랑한다.

사실 봉래시장은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이 많이 줄어들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케이드 지붕 아래 그늘이 어둡게 느껴질 만큼 손님이 뜸했으나, 지난여름부터 ‘영도 봉래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의 활동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화장실 등 위생 시설이 깔끔해지고 밝아졌으며, 시장 간판도 산뜻하게 바뀌었다. 지난해 이뤄진 봉래시장 ‘아트 플리마켓’ 또한 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많은 호평을 끌어 냈다. 어린이 시장 체험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시장 재도약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급속도로 변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모색중인 것이다.

 

 

 

해물 가게 앞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 해물 가게 앞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시장도 들르고 해안가 소풍도 가고 … ‘일석이조’ 영도 투어

길남 씨 가족은 시장 투어를 마치고 다시 남항시장으로 돌아가 차를 탄다. 이제 영도가 자랑하는 눈부신 드라이브 코스 절영로의 풍경을 만끽할 때다. 참참 양은 시장을 돌아보다 피곤했는지 “바다, 바다!”를 두 번 외치고는 이내 잠이 들어버린다. 핀란드 작가 토펠리우스가 표현했었던 태양의 금이 흰여울길을 따라 바다에서 반짝거린다.

“오빠, 이렇게 보니까 오늘 들렀던 시장들이 여기 드라이브 코스하고 따로 생각되지 않고 연결되는 거 같아.”

아내가 길남 씨에게 한마디 한다. 길남 씨는 영도다리와 태종대에서 뚝 끊긴 관광코스의 연결고리로 두 시장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배들이 닻을 내리고 쉬고 있는 묘박지(錨泊地)가 눈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편의 송도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차를 세우고는 두 사람은 딸내미를 깨우기 시작한다.

“영도 소풍 왔는데 자면 우짜노? 인자 일어나야지!”

참참 양이 떼를 쓰다 자갈 해변을 보고는 눈을 번쩍 뜬다. 시장과 함께한 영도 소풍 길이 그렇게 완성된다. 독자 여러분도 주말을 이용해 남항·봉래시장 영도 소풍 길을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떠신지.

배길남 기사 입력 2018-11-06 다이내믹부산 제호
자료출처 : 함께 나누고 싶은 '부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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