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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초록 숲에서 부는 초록바람, 몸과 마음이 투명해지네

더 즐겁고 신나는 부산-도심 숲

내용

도심 숲 

 

마지막걸음은 늘 숲이다.

 

올 여름은 유난했다. 사상 초유의 폭염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찜솥처럼 이글거리는 도심을 탈출하는 무리가 줄을 이었다. 시간은 느리게 갔다. 더위에 지친 시간은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처럼 녹아내릴 것 같다. 

 

늦더위에 몸을 뒤척이는 여름의 끝에는 숲으로 걸음을 한다. 도심 한 가운데 있는 부산의 오랜 숲인 성지곡수원지는 8월 중순 이후에 들르기 좋은 곳이다. 성지곡수원지는 그 이름에서 근원을 알 수 있다. 부산 지역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1909년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콘크리트 중력식 댐이자 근대적 상수도 시설이었다. 백양산 계곡에서 발원한 동천(東川)이 흐르는 곳으로, 신라의 지관 성지(聖知)가 발견한 명당이라 해서 성지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00년대 중반 이곳 상류에 댐을 만들어 1910년부터는 이곳 수원지 물을 수돗물로 사용했다. 1972년 낙동강 상수도 취수공사가 완공되면서 수원지의 기능은 중단됐다.  

 

성지곡수원지로 가는 메타세콰이어 길 

▲성지곡수원지로 가는 길에는 삼나무와 전나무, 편백나무가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다. 

 

성지곡은 20세기 부산시민의 생명의 시원과도 같은 곳이다. 백양산 자락에 만들어진 성지곡수원지는 일대에 삼나무, 편백나무, 전나무 등 숲이 울창하다. 켜켜이 세월의 흔적을 새긴 전나무, 삼나무가 옛 수원지의 기억을 간직한 채 여전히 산을 지키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입구에서 수원지까지 오르는 숲이 남다른 운치를 자랑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근대 부산의 첫 샘물이 마르지 않고 지층으로 스며들어 부산의 골골을 적셔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상조차 이곳에서는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숲은 깊고, 나무의 품은 아늑하다. 일렁이는 바람은 아연 초록이다. 초록의 바람에 몸이 초록으로 물든다. 옷깃을 흔들며 시간 속으로 사라질 여름의 끝자락에 인사를 전하고, 새로운 시간을 맞는 제의적 장소로 숲만한 곳이 없는 이유다.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다정한 부녀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다정한 부녀. 

 

어린이대공원 정문을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보드라운 흙길을 지나 산으로 오른다. 숲이 깊어지며, 바람의 색깔이 바뀐다. 코끝을 적시는 공기의 파동도 달라진다. 맑고 싱그럽다. 두 눈이 초록으로 물든다. 

 

어느새 초록의 물결을 헤치고 나타나는 여름의 끝자락 혹은 가을의 첫머리를 마주할 수 있는 곳. 바로 숲이다. 도심 숲에서 무한한 계절의 순환과 시간의 순례를 만난다. 시간의 옷자락에 슬며시 한 손을 얹어 아득하게 스며드는 세월의 물줄기를 고요하게 감응할 수 있는 곳. 숲에서 저벅저벅 걸어가는 여름의 뒷모습을 본다. 가을이 오고 있다. 숲이 전하는 귓속말에 귀가 젖는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수맥의 갈피를 따라 지층으로 흐른다. 고요하게 스민다. 가을의 움이 터 발뒤꿈치가 톡톡 울린다. 세속보다 먼저 시간이 흐르는 곳, 거기. 숲.

김영주 기사 입력 2018-08-16 다이내믹부산 제1838호
자료출처 : 함께 나누고 싶은 '부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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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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