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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물안개길 걸어서 만나는 비밀정원, 뭉글 피어나는 애틋한 그리움

한번쯤 이곳 - 태종대 태종사 수국
우리나라 최대 수국 군락지 6월 30일 ~7월 8일 수국꽃 문화축제
일본·네덜란드 등에서 온 30여 종 5천 그루 만개 ‘황홀경’

내용

그곳에 꽃이 있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무성했다. 꽃은, 멀리 스리랑카에서 왔다고 했다. 꽃이 있는 그곳, 바닷가에 있는 작은 절집을 지키던 한 스님이 먼 이국에서 가져와 심었다고 했다. 어떤 이는 아니라고 했다. 부처님의 가피로 하룻밤새 꽃이 피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그 말도 틀렸다고 했다. 절집 마당에 원래 꽃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곳 스님과 신도들이 아기 부처님 보살피듯 지극정성으로 가꾸어서 꽃천지가 되었다고 했다. 각자 자기가 들었던 말이 옳다고 했고, 무성한 말과 소문과 초연하게 꽃은 피고 졌다. 그리고 올해 다시 피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수국 군락지인 태종대 태종사. 분홍, 보라, 파랑의 수국이 절정으로 피어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수국 군락지인 태종대 태종사. 분홍, 보라, 파랑의 수국이 절정으로 피어있다. 

 

마치신화나 전설의 한 페이지처럼 각자의 믿음대로 피어나서 세상과 바다를 향해 바다안개처럼 피어나는 꽃의 군락. 

 

태종대에 있는 작은 절인 태종사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거짓말처럼 꽃이 핀다. 색이 곱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표적인 여름꽃인 수국이다. 태종사를 가기 위해서는 태종대로 가야 한다. 오늘은 차를 버리고, 도시철도와 버스를 타기로 한다. 도시철도 중앙동역에서 내려 태종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 영도의 끝자락으로 덜컹거리며 달렸다. 버스의 종점은 태종대다. 태종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숲길을 꼬박 삼십여 분을 걸어야 수국이 있는 절집, 태종사가 나온다. 초여름의 태양은 따가웠고, 바다에서 올라온 습기는 질긴 칡덩굴처럼 발목을 감았다. 툭툭 발을 차면, 바다안개의 알갱이들이 톡톡 터질 것 같았다. 

 

수국의 작고 여린 잎들이 통통 피어나는 소리를 들으며, 수국의 나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이만하면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 수국이 뿌리를 내리고 뻗어간 게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태종대 버스종점에서 태종사까지는 숨어있는 바다의 속살을 더듬으며 걷는 길이다. 숲과 나무 사이로 무시로 바다의 알갱이들이 스며든다. 

 

바다안개를 헤치며 숲으로 가는 길, 바다와 산의 국경지대로 가는 길, 반도를 넘어 대서양을 건너 낯선 세상을 만나러 가는 길. 버스종점에서 시작된 길은 숲의 끝자락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눈앞에 오색찬란한 꽃대궐이 펼쳐졌다. 흰색, 분홍, 연보라, 자주 꽃잎들이 신화인듯 전설인듯 뭉게뭉게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수국의 바다다.

 

태종사에서는 해마다 수국꽃 문화축제가 열린다(사진은 지난해 축제). 

▲태종사에서는 해마다 수국꽃 문화축제가 열린다(사진은 지난해 축제). 

 

우리나라 최대 수국 군락지인 태종사에는 일본, 네덜란드,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30여 종 5천 그루의 수국이 활짝 피어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뽐내고 있다. 대부분 태종사에서 40여 년간 가꿔온 것들로, 매년 6월 말께 바다안개처럼 절 마당 가득히 꽃을 피운다. 

 

수국은 흙의 산도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져 ‘살아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도 불린다. 처음에는 흰색 꽃을 피웠다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흙이 산성이면 푸른색 꽃을, 토양이 염기성이면 붉은색 꽃을 피운다. 뿌리가 뻗은 방향이 다르면 하나의 줄기에서 여러 색깔의 꽃이 피기도 한다.

 

절집의 꽃과 나무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태종사의 수국도 누군가의 지극한 정성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만발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수국을 키우고 가꾼 이는 태종사의 주지 스님과 신도들이다. 작은 절이었던 태종사는 우리나라 최대 수국의 군락지로 이름을 알리면서, 수국이 피는 여름에는 수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해마다 수국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맞춰 수국축제를 열고 아름다움을 나눈다. 올해는 6월 30일부터 7월8일까지 열린다. 

 

태종사는 수국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수국말고도 숨은 보석이 많다. 부처님 진신사리와 1983년 스리랑카 국무장관으로부터 선물 받은 보리수, 2010년 그리스 국립박물관장에게 기증받은 올리브 나무도 있다. 태종대 끝자락에 있는 작은 절에는 대서양과 지중해의 나무가 먼 바다를 돌아 뿌리를 내리고 단단한 열매를 맺는다. 그 나무 아래에 서면 대서양 물살을 가로지르는 흑등고래의 지느러미가 번득이고, 올림푸스 산정에서 휘날리던 바람의 한 가지를 느낄 수 있다. 

 

태종사 수국을 본 후 흰여울문화마을을 둘러봐도 좋다.

 

작은 절에서 꽃피운 한 송이 꽃이 화엄장엄을 이룬 곳, 그곳에 수국이 피어 있다. 바로, 지금.

 

흰여울길은 태종사와 멀지않은 곳에 있다. 

▲흰여울길은 태종사와 멀지않은 곳에 있다. 

김영주 기사 입력 2018-06-28 다이내믹부산 제1832호
자료출처 : 함께 나누고 싶은 '부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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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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