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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6월호 통권140호호 기획연재

40개국에 식자재 유통 … 글로벌 식품기업 ‘우뚝’ 1984년 오토바이로 유부 팔던 1인 기업으로 출발

제품 개발·외식업까지 확장 … 식재료부터 가공식품까지 ‘원스톱 서비스’

내용

삶이 딴딴했다. 지나온 삶이 딴딴하니 들려주는 이야기도 딴딴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이니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산 사람의 당당함과 진솔함이 이야기 중간 중간 묻어났다. 이야기는 구수했고 세계 구석구석 여행기를 읽는 듯했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산 사람과의 대화가 으레 그렇듯 신재섭 대표와의 대화는 즐겁고 유익했다. 

 

사람도 딴딴했다. 다부졌다. 그리고 겸손했다. 자수성가해서 성공을 이룬 이가 갖춘 겸손이었다. 대화 내내 수시로 양손을 무릎 아래로 내렸고 수시로 겸연쩍어했다. 그러면서 반듯했다. 그건 곧 자신감이었다. 열심히 산 사람의 자신감이었고 솔직하게 산 사람의 자신감이었다. 비를 잔뜩 머금은 5월 중순 방문한 사하구 장림동 재호물산 신사옥이며 직원들도 그랬다. 반듯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부산우수식품제조사협회 회원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신재섭 ㈜재호물산 대표 

▲신재섭 ㈜재호물산 대표.

  

사업 초기 2년간 부산 전통시장 직접 발품 팔아 영업


“수산물과 농산물을 들여와 제조하고 직접 뷔페나 마트에 공급하는 유통회삽니다.” 

 

신재섭 재호물산 대표의 어조는 간결했다. 수식하지 않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회사 소개 문구도 간결했다. 단 한 줄이었다. ‘자연의 신선함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바른 식재료.’ ‘정성 가득 담아 넉넉한 식탁을 만듭니다.’ 온통 한 줄이었다. 

 

간결하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어디 내놓아도 꿀릴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냥 얻는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나무가 제 몸 아프게 열어서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듯 신 대표가 오늘 여기 이르기까지 행로 역시 아팠고 고달팠다. 

“고생 엄청 많이 했습니다. 하루 세 시간, 네 시간밖에 못 잤습니다.” 

 

2017년 연매출액이 재호물산과 재호식품을 합쳐 640억 원에 이르는 중견기업이지만 처음 업을 시작할 때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전통시장을 매일매일 돌았다.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다. 

 

신 대표가 업을 시작한 건 1984년. 재호식품을 설립해 유부 제조와 도매시장 유통에 나섰다. 오토바이 한 대로 부산 전통시장을 누볐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부전시장·자갈치시장·감천시장 등을 돌고 집에서 아침을 먹은 뒤 수영시장·광안리시장 등을 돌았다. 오후에는 다시 부전시장부터 들러 수금하고 다음 날 주문을 받았다. 하루라도 빠뜨리면 시장 상인 영업에 지장을 주므로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 생활을 2년이나 했다. 2년을 매일같이 오토바이 탔으니 무릎이며 다리가 성한 데가 없었다. 

 

재호식품은 식자재부터 가공식품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식품유통기업이다(사진은 재호식품에서 최근 개발한 전복내장 소스로 만든 요리). 

▲재호식품은 식자재부터 가공식품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식품유통기업이다(사진은 재호식품에서 최근 개발한 전복내장 소스로 만든 요리).

 

부산우수식품제조사협회 회원

 

하필이면 단가가 낮은 유부를 팔기 시작했을까. 대답은 의외였다. 

 

“사실 유부가 뭔지도 잘 몰랐습니다. 지금이야 ‘유부’라고 하지만 예전엔 일본어 그대로 ‘아부라기’라고 많이 불렀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지만 그때 저는 ‘아부라기’가 드라이버나 펜치 같은 공구이름인 줄 알고 공장을 차릴 마음을 먹었습니다.”

 

1955년생 신 대표는 원래 경남 창녕에서 농사를 지었다. 1979년 결혼했고 1981년 초 누님이 있는 부산으로 와 전자시계회사에서 영업일을 했다. ‘불도저’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열한 달이나 우수사원상을 받았지만 회사가 도산했다. 일거리를 찾던 신 대표에게 지인이 ‘아부라기’ 공장을 해 보라고 권했다. 그게 드라이버 같은 어떤 공구의 일본어인 줄 알고 덜컥 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설립한 회사가 1984년 재호식품이었다. 

 

재호식품은 좀 단순한 편이었다. 유부와 곤약 같은 걸 전통시장에 도매했다. 물량은 양산 유부공장에서 댔다. 신 대표가 맡아서 관리하던 공장이었다. 이후 서울 신미식품 부산경남 총판을 맡아 공급했다. 그런데 노력에 비교해 돈이 되지 않았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떨어졌다. 수익이 좋은 수산물로 영역을 확장한 재호수산이 1997년 출범했다. 호텔과 뷔페 등에 물량을 댔다. 재호식품은 좋은 품질과 정량·정품 공급으로 평판이 좋았던 데다 운이 좋았다. 마침 뷔페 붐이 일면서 여기저기 대형뷔페가 들어섰고 재호수산 거래처는 늘어났다.

 

지금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뷔페, 그리고 마트와 거래를 이어 간다. 대기업도 꽤 된다. CJ· GS·롯데상사·대상·코스트코·홈플러스 등이다. 뷔페와 마트, 대기업 등 장기간 거래처가 많은 건 재호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신뢰도가 대단히 높다는 방증이다. 재호수산 이후로도 성장세는 가팔랐다. 2002년 동래 냉동창고 준공, 2003년 ㈜재호물산 법인등록, 2006년 장림공장 인수, 2010년 장림공장 증축, 2015년 냉동냉장 보세창고 인수, 그리고 2016년 현재의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해외 오지 다니며 상품 발굴, 지금은 아들이 큰 역할 도맡아


“제 이름 중간자와 아들 이름 중간자에서 한 글자씩 따온 상호입니다.” 

 

재호물산 신호익 상무는 신 대표의 아들. 외동아들이다. 1981년생이니 재호식품 설립 때는 세 살배기였다. 인터뷰 때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 대표가 공구인지 유부인지도 모르면서 덜컥 사업에 나서게 한 동력은 처자식에 대한 가장의 책임감이었으리라. 외동아들을 보며 생의 의지를 굳건히 다지기도 했으리라. 그러한 의지의 발로가 회사 이름 ‘재호’였다. 

 

아들은 강하게 키웠다. ‘오냐오냐’ 키우지 않았다. 고등학생일 때 이미 전통시장 배달을 시켰다. 회사에 입사할 때는 아들인 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도 해외 오지 출장 같은 험난한 일을 도맡는다. 신호익 상무는 현재 영업과 무역 등 생산을 제외한 전 분야를 관리한다. 젊고 진취적인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사실 해외 오지 출장은 신 대표의 전매특허다. 

 

“풍랑 거센 섬과 섬 사이를 몇 시간씩 오가느라 현지인조차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죠.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는 강도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하려고 만난 날도 ‘내일모레’ 필리핀 오지의 섬으로 출장 간다고 했다. 홍합과 몇 가지를 수매할 계획이다. 요즘은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나가지만 한창때는 한 달 열흘을 해외 오지에서 보냈다. ‘물건은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수매’ 신 대표가 엄수하는 철칙이다. 그렇기에 해외 오지를 누볐다. 가슴을 다 드러낸 아프리카 여인 이야기며 권총 강도를 만난 이야기며 신 대표의 세계 여행기는 밤을 새워 들어도 졸리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소라를 잡아 오면 사겠다는 신 대표 제안에 아프리카 마라카스 원주민은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며 콧방귀 뀌었다. 자기들은 입도 대지 않는 소라에 돈을 주겠다니 그럴 만도 했다. 

 

사실 재호물산은 글로벌기업이 된 지 오래다. 해외 각국에서 수산물과 수산가공물, 과일야채류, 농산물, 가공식품류 등 100여 가지를 수입한다. 그리고 수출도 한다. 날치알을 찾아서, 소라를 찾아서, 장어를 찾아서 신 대표는 세계 각국 안 가 본 데가 없다.  


신재섭 ㈜재호물산 대표는 전통시장에 유부를 팔던 재호식품을 종합식품유통기업인 재호물산으로 성장시켰다.

▲신재섭 ㈜재호물산 대표는 전통시장에 유부를 팔던 재호식품을 종합식품유통기업인 재호물산으로 성장시켰다. 


수입·수출 모두 활발한 글로벌기업


현재 해외 거래처는 40곳 정도. 베트남·멕시코·러시아·태국·대만·영국·뉴질랜드 등이다. 국내 산지 수매를 통해서도 1천여 식재료를 유통하며 초밥, 가공식품, 연체류 등 30여 제품을 ‘고마워’ 브랜드로 개발·생산한다. 최근 개발한 전복내장 소스는 국내외 시장에서 일대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수출도 공격적이다. 싱가포르·칠레·두바이·미국·일본 등지에 바다장어 양념구이, 초밥용 토핑제품, 일식재료, 조미가공품을 수출한다.   

 

유통·무역·식품제조·냉동냉장 보세창고·프랜차이즈. 재호의 사업 영역은 다양하다. 구매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사업영역이다. 전 과정을 꿰뚫는 키워드는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다. 2015년 냉동냉장 보세창고업을 시작하면서 식자재 수매부터 소비자 식탁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유통과정이 짧고 신선도를 유지한다. 신선하고 위생적이며 믿을 수 있는 올바른 먹거리, 그리고 정량·정품의 믿을 수 있는 식재료는 고객과의 약속이자 신 대표 자신과의 약속이다.

 

“나이에 맞게끔 최선을 다해서 살았던 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신 대표는 환갑을 넘겼다. 세상과 삶을 보는 안목이 훨씬 깊어졌고 훨씬 둥글어졌다. 걸어갈 길을 바라보는 것 못지않게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대한민국 No.1 냉동 농수산물 종합식품 유통기업’을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고객과 상생을 도모하고 미래와 상생을 도모한다.

 

다른 건 몰라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온 부분만큼은 정말 자부한다고 말하는 신 대표. 삶이 딴딴하니 이야기도 딴딴했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까지 딴딴해지는 기분이었다. 신 대표 상생의 대상인 고객과 미래, 그리고 우리 사는 부산은 또 얼마나 딴딴해질 것인가.

작성자
동길산
작성일자
2018-05-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6월호 통권140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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