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4월호 통권 138호호 기획연재

“이 시대 청년들 삶, 소설로 그려낼 것”

첫 창작집 ‘손잡고 허밍’ 부산작가상 수상 … 청년문제 유쾌하게 담아

내용

이정임 소설가는 핫하다. 유쾌하고 발랄해서 핫하다. 품성이 그렇고 소설이 그렇다. 그래서 이정임 소설가와 함께 있으면 덩달아 핫해지고 이정임 소설을 읽고 있으면 덩달아 핫해진다. 소설가들이 ‘이정임, 이정임’ 하는 이유고 독자들이 ‘이정임, 이정임’ 하는 이유다.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었어요.” 이정임 소설가는 작년 겹경사를 맞았다. 등단 10년 만에 첫 창작집을 냈고 그 책으로 부산작가상을 받았다. 등단 10년은 한풀 꺾이거나 한층 높아지는 갈림길. 이정임 소설가는 역시 핫했고 상까지 받으며 보란 듯이 한층 높이 나아갔다. 

 

부산작가상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문학상. 오로지 작품만 본다. 이정임 소설가 첫 창작집 수상 이유는 참신성과 주제의식이었다. ‘선정작은 현 사회 청년문제를 유쾌한 방식으로 드러내었다.’ 심사평에서 보듯 참신성은 유쾌한 방식이었고 주제의식은 현재 우리 사회의 청년문제였다.

 

이정임 소설가

▲이정임 소설가  

 

청년 작가 자신의 경험·상상 소설에 담아

 

‘손잡고 허밍’. 단편소설 아홉 편이 실린 첫 창작집 제목이다. 제목에서 엿보듯 소설은 한 편 한 편 대단히 경쾌하다. 유쾌하고 발랄하다. 그러면서 가볍지 않고 묵직하다. 이리 내몰리고 저리 내몰리는 청년문제를 다루는 까닭이다. 속은 울지만 겉은 웃는 우리 시대 청년에게 손 내민 게 ‘손잡고 허밍’이다. 

 

청년에게 손 내민 건 작가 또한 청년이었기 때문. 작가 또한 취준생이었고 비정규직 ‘알바’였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다. 단편 ‘축지법교본’에 등장하는 목숨 걸고 달리는 퀵서비스 청년, ‘비틀젠틀 셔틀맨’에 등장하는 철인처럼 강해져야 하는 취업 포기생. 

 

“소설 속 얘기가 대부분 경험입니다. 현실이 너무 어둡지 않고 유쾌할 순 없을까 하는 바람이 상상과 만나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었습니다.” 

 

작가가 말한 대로 소설은 유쾌하다. 돈을 벌고 싶지만 못 버는 청년, 돈을 벌긴 버는데 하루하루 암담한 청년의 현실이 판타지로 처리되면서 더욱 핫하게 읽힌다. 퀵서비스 일을 하는 청년이 돈을 더 벌려고 축지법을 배우는 대목은 압권이다. 당대 우리 사회를 희화하고 풍자하면서 이정임 소설은 공감대를 넓힌다.

 

이정임 소설가는 청년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낸 첫 창작집 ‘손잡고 허밍’으로 2017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사진은 2017년 부산작가상 시상식).

▲이정임 소설가는 청년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낸 첫 창작집 ‘손잡고 허밍’으로 2017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사진은 2017년 부산작가상 시상식). 

 

경성대 국문과 … 처음 쓴 소설 교내문학상 당선

 

“문학소녀도 아니었고 책도 안 읽는 편이었어요.” 이정임 소설가는 1981년생. 경성대 국문학과에 2000년 입학했다. 처음부터 소설가가 되려고 하진 않았다.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무얼 해야 할지도 몰랐다. 막막했고 무기력했다. 선배 따라다니며 술 마시고 놀기 바빴다. 소설에도 그런 대목이 나온다. 

 

그러다 3학년이 됐다. 같이 입학한 국문학과 동기와 연애를 시작했고 공부도 하고 싶었다. 그 시기에 조갑상 교수의 ‘문예창작론’ 강의를 들었다. 강의 방식이 특이했다. 숙제가 없는 대신 학기 말에 단편소설 한 편을 내야 했다. 소설에 관심도 없었고 써 본 적은 더더욱 없었다. 썼다가 고치고 또 고치고, 그러다가 학기가 지나서야 겨우 제출했다. 

 

“제가 선생님을 잘 만났어요.” 학기가 지나서 제출한 소설을 다듬어 교내문학상에 응모했고 덜컥 당선했다. 그게 이정임 소설의 시작이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 조갑상 교수는 이정임을 소설로 이끈 분이었다. 소설로 이끈 분은 한 분 더 있다. 같은 학과 박훈하 교수였다. 조 선생은 소설가로서 소설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가르쳤고, 박 교수는 문학평론가로서 사물을 다르게 보는 시선을 가르쳤다.  

 

문학도 이정임에게 소설은 신기루였다. 자유자재였고 무궁무진했다. 현실에선 무기력했지만 소설에선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내가 부러워하던 사람이 될 수 있었고, 축지법을 쓸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어디든 취직할 수 있었다.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비로소 무얼 해야 할지 알았다. 열심히 했다. 소설가 되려는 이가 으레 그랬듯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썼다.  

 

마침내 2007년 등단했다.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옷들이 꾸는 꿈’이 당선됐다. 소설에는 세탁소가 나오고 옷들이 나오고 옷들 사이로 헤엄치는 멸치가 나오고 그리고 어머니가 나온다. 판타지 기법은 이때 이미 이정임 소설가의 소설재산 목록에 들었다. 심사평은 이정임 소설의 장점을 압축했다. 판타지가 일으킨 낯섦의 높은 밀도와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이었다.

 

소설의 문장은 문체와 직결한다. 문체의 성격이 작품을, 또는 작가를 규정하는 경우가 적잖다. 그러므로 많은 작가가 자기만의 문체 확립에 애쓴다. 이정임 소설가도 마찬가지리라. 그렇기에 신춘문예 등단작에서 심사위원은 대뜸 문체를 꼽았고 첫 창작집 기사를 쓴 국제신문 문화부 김현주 기자도 이미지를 문자로 옮긴 듯한 독특한 문체를 꼽았다.  

 

이정임 소설가는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옷들이 꾸는 꿈’으로 등단했다.

▲이정임 소설가는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옷들이 꾸는 꿈’으로 등단했다.  

 

사실인 듯 사실 아닌 허구성이 소설의 매력

 

“제 문체요? 아직 없어요. 그때그때 달라요.” 문체에 관한 한 이정임 소설가는 의외로 담백하다. 욕심이 없는 듯 보이기도 하고 이미 욕심을 채운 듯 보이기도 한다. 없다니? 말이 되나? 들이대자 말문을 살짝 연다. 자신의 호흡에 맞추다보니 문장이 짧다고. 입말 위주로 쓰니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다고. 구상하는 작품마다 그에 어울리는 문체를 찾는다고. 무엇보다, 독자가 읽으면서 불편한 게 나은지 빨리 읽히는 게 나은지 고민한다고. 

 

등단작에서도 그랬듯 ‘어머니’는 이정임 소설에서 비중이 높은 인물이다. 작가 말대로 아직 객관화가 덜 됐긴 하지만 마냥 안쓰럽고 마냥 희생만 하는 100% 완벽한 어머니가 아닌 자식에게 짐이 될 수도 있는 어머니를 글로 드러낸다. 어느 누군들 자식에게 짐이 되는 어머니를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으랴만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작가는 어머니가 가진 양면을 이야기하며 어머니 곁으로 더욱 다가간다. 60대 중반 어머니는 지금 요양병원에 있다. 

 

“내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소설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소설은 왜 좋을까. 소설의 매력은 무얼까. 이정임 소설가는 허구성을 말한다. 허구는 허구 그 자체이기도 하고 사실의 허구화이기도 하다.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자식에게 짐이 되는 어머니를 드러냈듯 내가 겪은 일을 내가 겪지 않은 일인 양 쓸 수 있고 그 뒤에 숨을 수 있는 게 소설이란 얘기다. 

 

2017년 11월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톡톡’ 행사에 참석한 이정임 소설가 모습.

▲2017년 11월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톡톡’ 행사에 참석한 이정임 소설가 모습. 

 

소설, 쓸 때마다 어려워 … 소설가 남편 친구이자 동료

 

소설이라고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터. 읽는 것도 그런데 하물며 쓰는 것은 더 그럴 것이다. 이정임 소설가도 그랬다. 쓸 때마다 어렵고 쓸 때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쓸 때마다 징징거렸다. 가성비도 낮았다. 들인 노고에 비해 그다지 돈이 되지도 않았다. 이 소설을 마지막으로 공무원 시험을 치겠다고 벼렸고 돈 되는 일을 하겠다고 벼렸다. 늘 그랬다. 그러다가 2015년 부산소설문학상을 받았고 그 길로 소설에 영영 발목 잡혔다.

 

이정임 소설가는 남편도 소설가다. 201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임성용 소설가가 남편이다. 소설 공부를 같이 한 대학 동기라서 남편이 등단하기 전엔 마음이 무겁더니 그런 게 사라져 요즘은 편하다. 대신에 곧잘 티격태격한다. 남편에게 소설 한 대목 지적하면 “등단했다고 견제하느냐?” 그러고, 그러면 “선배 작가한테 어디 대드느냐?” 한소리 한다. 이정임 소설가는 요산문학관 사무차장이고 임성용 소설가는 부산소설가협회 사무차장이다. 

 

‘화목.’ 이정임 소설가가 꼽는 부산 소설계의 미덕이다. 문학단체 실무자로서 전국작가대회 같은 델 참가해 보면 타지 소설가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나보다 한발 앞선 이를 존중하고 한발 늦은 이를 배려하며 부산 소설은, 부산 소설계는 층이 두터워져 왔다. 등단할 무렵이나 등단 10년이 지난 지금이나 소설 쓰기는 여전히 버겁지만 화목의 힘으로 창작의 고통을 견디며 창작의 즐거움을 누린다. 

 

“어느 순간 지나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더라고요.” 청년문제를 두툼한 책으로 쓴 만큼 청년을 바라보는 마음은 애틋하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청년이 가진 고민은 깊고 어둡지만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바란다. 열 마디 백 마디 말이 무슨 위로가 되겠느냐며 내미는 손. 그것이 ‘손잡고 허밍’이다.

작성자
동길산
작성일자
2018-04-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4월호 통권 138호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