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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4월호 통권 138호호 기획연재

“바다 좋아 시작한 일, 부산 바다 지킴이 큰 보람”

내용

부산의 서쪽 끝 가덕도. 그 가덕도의 끝에 위치한 가덕도등대. 망망대해를 눈앞에 두고 우뚝 솟은 하얀 등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등대와 함께하는 사람. 깜깜한 밤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돼 주는 사람. 우리는 그들을 ‘등대지기’라고 부른다. 가덕도등대를 지키는 김대현 신항해양교통시설관리센터장을 만나 부산의 등대와 등대지기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덕도등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대현 신항해양교통시설관리센터장은 바다가 좋아 등대지기로 30여 년간 일했다(사진은 김대현 센터장이 가덕도등대 주등을 점검하는 모습).

▲가덕도등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대현 신항해양교통시설관리센터장은 바다가 좋아 등대지기로 30여 년간 일했다(사진은 김대현 센터장이 가덕도등대 주등을 점검하는 모습). 

 

1909년 불 밝힌 가덕도등대

 

가덕도등대를 향하는 차가 한적한 어촌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을 한참 갔을까, 하나밖에 없는 길 앞에 철조망 문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군사지역이라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철조망 문을 지나서 또 다시 롤러코스터 같은 산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가덕도의 끝, 가덕도등대를 만난다. 새하얀 등대와 붉은 동백꽃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김 센터장은 환한 미소로 반겼다. 먼저 부산에 있는 등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부산에는 영도등대·오륙도등대·가덕도등대 이렇게 3개의 유인등대가 있습니다. 이 3곳을 2년마다 돌아가며 근무합니다. 오는 5월이 되면 등대에서 근무한 지 31년이 됩니다(웃음). 지금 근무하고 있는 가덕도등대는 영도등대만큼 역사가 깊은 등대입니다. 영도등대보다 3년 늦은 1909년 불을 밝혀 2002년까지 그 시설을 그대로 사용했죠. 다른 등대들이 대부분 개·보수로 원형이 많이 없어진 데 비하면 가덕도등대는 보존 상태가 좋습니다. 하지만 워낙 시설이 노후화되고 등대의 높이가 낮아서 2002년 옛 등대 옆에 새롭게 등대를 세우게 됐죠. 옛 가덕도등대는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 50호이기도 합니다.”

 

주등 관리와 기상·해양 관측 주요 업무

 

육지의 끝, 아니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등대에서 근무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 만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23살 때까지 거제도 조선소에서 조선설계 일을 했었어요. 그러다 바다가 정말 좋아서 바다를 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등대관리 공무원이 있다는 걸 알고 지원했는데 합격을 했어요.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관할인 소매물도등대·서이말등대에서 4년 정도 근무를 하다 부산으로 왔습니다.”

 

등대지기는 어떤 일을 하는지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2007년부터 신항해양교통시설관리센터와 순환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총 5명이 돌아가며 일을 하는데, 2명은 센터에서 2명은 등대에서 근무하고 1명은 쉬게 되죠. 보통 4일은 등대에서 4일은 센터에서 근무하고 이틀 쉽니다. 8일 근무를 하는 동안은 등대에 있는 관사에 머물러요. 등대가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출퇴근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거든요. 아침에 관사에서 일어나면 제일 먼저 등대의 주등이 밤새 제대로 작동을 했는지 확인합니다. 지금은 자동화돼 있어 직접 주등을 끄고 켜진 않지만 제대로 불이 켜지고 꺼지는지 확인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일입니다. 또 3시간에 한 번 등대 기상관측을 해서 기상청에 알려주고, 수온과 염분도를 측정하는 연안정지해양관측을 해서 수산과학원에 알려주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또 가덕도등대는 등대체험을 할 수 있는 등대라 등대체험을 하러 오는 시민들을 안내하는 것도 저희들 몫이죠.”

 

1909년 첫 빛을 밝힌 가덕도등대는 2002년까지 사용되다 시설 노후로 가동을 중단, 옆에 새로운 등대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 낮은 등대가 1909년 지어진 옛 가덕도등대, 오른쪽은 2002년 새롭게 지은 등대.

▲1909년 첫 빛을 밝힌 가덕도등대는 2002년까지 사용되다 시설 노후로 가동을 중단, 옆에 새로운 등대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 낮은 등대가 1909년 지어진 옛 가덕도등대, 오른쪽은 2002년 새롭게 지은 등대. 

 

오륙도 근무 시절 태풍 ‘매미’ 만나 고생한 기억 생생

 

무슨 일이든 일을 하다보면 힘이 들 때가 있다. 바다가 좋아 시작했고 천직이라 생각하고 30년을 넘게 일해 온 그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을 터였다. 

 

“등대는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태풍이 올 때가 항상 고비입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올 때 오륙도등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집채만 한 파도가 60m 높이의 사무실까지 덮쳐서 유리창이며 사무실 집기며 다 깨지고 부서지고 난리가 났었죠. 감전 위험도 있어서 사무실을 다시 정비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등대관리하는 사람들은 비상이죠.”

 

대화를 마친 김 센터장이 등대까지 왔는데 주등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냐며 등대 꼭대기로 올라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미 들어올 때 등대 높이를 봤는데 웬만한 아파트 13층 높이나 되는 등대를 걸어 올라가자니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평소에 운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 올라가다 보면 표가 난다”며 웃으며 말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의 이정표인 주등을 보고는 밖으로 나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부산 바다 풍경에 가쁜 숨이 탁 트인다. 등대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내려오면서 김 센터장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계획인지. 

 

“아직 계단을 걸어서 오르락내리락 할 만하니까 정년까지 채워 봐야죠.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작성자
이한주
작성일자
2018-04-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4월호 통권 138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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