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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3월호 통권 137호호 기획연재

“영화에서 들은 그 소리, 제가 만든 겁니다!”

부산 유일 ‘폴리아티스트’ … 영화 ‘곡성·마이웨이·불한당’ 등 150여 편 참여
Great 부산 - 정성권 모노폴리 사운드웍스 대표

내용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듣는 다양한 소리들. 예를 들어 발자국 소리, 문 여닫는 소리, 찌개 끓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가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소리라면?

 

‘에이~ 설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영화에서 사람 또는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나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사람. 때로는 현실에서 듣기 힘든 소리까지 만들어내는 사람. 바로 ‘폴리아티스트’다.

 

부산 유일의 폴리아티스트인 정성권 모노폴리 사운드웍스 대표. 정 대표는 영화에서 사람이나 물건이 움직일 때 나는 거의 모든 소리를 만들어낸다.
▲부산 유일의 폴리아티스트인 정성권 모노폴리 사운드웍스 대표. 정 대표는 영화에서 사람이나 물건이 움직일 때 나는 거의 모든 소리를 만들어낸다. 

 

소리 내는 도구들로 가득한 녹음실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에 자리한 ‘모노폴리’ 녹음실에서 만난 정성권 대표. 그는 부산 유일의 ‘폴리아티스트’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폴리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녹음실은 마치 만물상 같다. 각종 신발과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폴더형 휴대전화부터 자전거까지. 바닥 한쪽에는 모래와 볏짚도 깔려있다. 

 

“좀 정신없어 보이지만 보다 사실적인 소리를 만들기 위한 도구들입니다. 그래도 많이 정리한 건데. 하하.” 

 

그는 영화 ‘곡성’ ‘마이웨이’ ‘임금님의 사건수첩’ ‘보통사람’ ‘불한당’ 등 약 150편의 상업영화에 폴리작업을 했다. 최근에는 3월 초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창희 감독, 김상경·김강우·김희애 주연의 영화 ‘사라진 밤’을 작업했다. 

 

“스릴러 영화 ‘사라진 밤’을 가장 최근에 작업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와인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비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깨는 장면이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비바람을 만들어 내느라 살수차와 강풍기 소리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런 장면은 폴리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영화 ‘사라진 밤’처럼 현실에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상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 ‘곡성’이 그랬다. 

 

“영화 ‘곡성’에 보면 낯선 외지인으로 등장하는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고라니를 잡아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사실 살면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고라니를 잡아먹는 소리를 들을 기회는 없지 않습니까? (웃음) 현실에서 듣기 힘든 또는 들을 수 없는 소리들을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것도 폴리아티스트가 해야 할 일이죠.”

 

정성권 모노폴리 사운드웍스 대표는 부산에서 폴리아트 인재를 키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사진은 정 대표가 소리를 녹음하는 모습). 

▲정성권 모노폴리 사운드웍스 대표는 부산에서 폴리아트 인재를 키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사진은 정 대표가 소리를 녹음하는 모습).  

 

2001년 폴리아트 시작 … 2013년 ‘모노폴리’ 창업

 

그는 2001년 폴리아트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전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영화와 소리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무작정 녹음기술을 배우러 서울로 갔다.

 

“녹음기술을 배우러 서울로 올라갔어요. 사실 그때는 폴리아트라는 것도 몰랐고 그냥 가수들 녹음실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폴리아트를 알게 됐죠. 너무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무작정 영화진흥위원회를 찾아갔고 운 좋게 인턴을 하며 일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정 대표는 그렇게 1년 반 동안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프리랜서로 몇 년간 활동하다 2013년 지금의 ‘모노폴리 사운드웍스’를 차렸다. 모노폴리가 부산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었다. 

 

“처음 폴리를 시작했던 2001년에는 영화 관련 업종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어요. 테이프를 직접 주고받아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파일형태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으니 꼭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죠. 그래서 가족과 친구가 있는 부산에 자리를 잡은 겁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의 변화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게도 하죠. 꼭 우리나라 영화가 아니라도 부산에서 폴리작업을 할 수 있거든요. 사실 중국으로 진출하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언어장벽이 있다 보니 쉽지 않네요. 부산시에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부산서 폴리아트 인재 키우고파

 

정 대표는 부산의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폴리를 가르치고 있다. 모노폴리를 더욱 키워 부산의 영화 인재를 키우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영화 관련 학과 수업을 하다보면 폴리아트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몇 있어요. 모노폴리가 더 단단하게 기반을 잡아 그런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더 환경이 좋아지면 폴리아트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폴리아트를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무조건 영화를 많이 보라고 조언했다. 

 

“폴리아트에 관심이 있다면 영화를 많이 봐야 하고 볼 때 소리에 집중해서 ‘내가 폴리아티스트다’라는 생각으로 봐야 합니다. 평소 생활에서 나는 소리들도 잘 기억해두면 폴리작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죠.”

 

사실 미국의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영화 후반작업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폴리작업만 해도 할리우드 같은 경우 보수도 높고 한 작품에 투입되는 인원과 시간도 넉넉해 여유롭게 작업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 한 편당 2주 정도의 시간에 1~2명 정도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녹음실 운영과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정 대표. 그를 만나고 나니 영화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예사롭지 않다. 

작성자
이한주
작성일자
2018-03-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3월호 통권 137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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