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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1월호 통권 135호호 기획연재

유럽의 지붕, 알프스 몽블랑을 걷다

내용

 

이름만으로 마음을 흔드는 곳이 있다. 눈 덮인 산과 푸른 언덕 사이 동화 같은 마을. 마을로 향하는 양 떼를 이끄는 목동의 휘파람 소리.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을 상징하는 곳. 유럽의 지붕 알프스(Alps)가 그런 곳이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길. ‘투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이하 TMB)’을 걸어보자.  

 

알프스 몽블랑 트레킹 

락블랑 산장에서 바라본 알프스 산군.



프랑스 산악도시 샤모니(Chamonix) 향하는 버스 창문 너머 알프스의 만년설이 펼쳐진다. TMB 트레킹은 알프스 산군의 최고봉인 몽블랑(Mont Blanc, 4807m) 가운데 두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으로 이어지는 160㎞의 둘레 길을 걷는 트레킹이다아름다운 알프스에 대한 기대와 험난한 산행에 대한 걱정이 뒤섞여 묘한 흥분을 일으킨다. 낯선 곳을 때마다 솟아나는 흥분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버스 안이 소란스럽다. 샤모니에 도착했다.

 

 

브레방 고개를 오르며 휴식을 취하는 트레커들. 

▶ 브레방 고개를 오르며 휴식을 취하는 트레커들. 



투르 몽블랑(TMB) 트레킹의 관문, 샤모니

샤모니는 몽블랑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여름이면 TMB 트레킹을 위해,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기 위해 수백만명이 찾는 아름다운 산악도시다. 오는 2월이면 우리나라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 1924 1 동계올림픽이 열린 도시가 바로 샤모니다. 샤모니는 등반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1786 자크 발마와 미셀 파카르가 인류 최초로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을 오르면서 비로소 탐험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등반의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TMB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온 트레커들이 무용담을 쏟아 낸다. 산장 예약을 못해 산장 식당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는 이야기부터 갑자기 눈이 쏟아져 시간을 헤맸다는 이야기까지, 다녀온 사람들은 자랑스러운 무용담이지만 이제 길을 나서야 하는 사람에게는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멋진 무용담의 주인공이 되는 일만 남았다.

 

번째 여정, 아름다운 프랑스 알프스길

날이 밝았다. 몽블랑의 만년설이 햇빛에 보석처럼 반짝인다. 샤모니의 서쪽 끝에 있는 레우슈(17m)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번째 여정은 레우슈에서 세이뉴 고개까지 3일간 50㎞를 걷는 길이다. TMB 트레킹 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곳이다. 산행에 몸이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일같이 1500m 이상의 고도를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눈은 즐겁다. 수만 수천 세월을 버텨온 빙하로 덮인 산을 마주하며, 푸른 나무와 꽃들이 가득한 산길을 걷는다. 고개를 넘으면 그림 같은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예쁘게 가꾸어진 집들 사이로 양떼가 지나간다. 상상했던 풍경 그대로다. 아름답다

숙소는 산장이다. 여기서는 산장을래퓨지(Refuge)’ 혹은알베르게(Auberge)’라고 부르는데 잠만 수도 있고, 저녁과 아침식사를 함께 수도 있다. 산장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모여든 트레커들의 사랑방이다. 비슷한 코스를 걷기 때문에 하루 이틀 지나면 서로 알게 된다. 나이도, 국적도 상관없다. 함께 고생하며 걷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친구가 된다.

 

 

샤모니는 몽블랑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여름이면 ‘투르 드 몽블랑’ 트레킹을 위해,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기 위해 수백만명이 찾는 아름다운 산악도시다. TMB 트레킹의 시작 도시,  

▶ 샤모니는 몽블랑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여름이면 '투르 드 몽블랑' 트레킹을 위해,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기 위해 수백만명이 찾는 아름다운 산악도시다. '투르 드 몽블랑' 트레킹의 시작 도시인 샤모니.


번째 여정, 웅장한 이탈리아 알프스

3일째 되는 , 드디어 세이뉴 고개를 넘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계다. EU 통합되기 전에는 검문소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표지석 하나만 있을 뿐이다. 세이뉴 고개를 넘으면 풍경이 달라진다. 프랑스 알프스가 여성적이라면, 이탈리아 알프스는 남성적이고, 웅장하다. 번째 여정은 세이뉴 고개를 넘어 페레 고개까지 3일간 50㎞를 걷는 길이다

세이뉴 고개를 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지체돼 숙소에 늦게 도착했다. 산장예약을 못했기 때문에 일찍 가서 숙소를 구해야 했으나 엘리자베타 산장은 이미 만실이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시간 정도 걸어가면 새로 지은 산장이 있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한 콤발 산장에도 역시 방이 없었다. 주인은 시간 정도 걸어가면 캠핑장이 있으니 텐트를 구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는 이미 졌고, 10시간이 넘는 산행에 몸은 지칠 대로 지쳤다

갑자기 한국말이 들려 뒤를 돌아보니 연세가 지긋한 한국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사정을 듣더니 걱정하지 말고 함께 자자고 이야기하신다. 예약한 방에 침대가 하나 비어 있으니 그곳에서 함께 자면 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함께 TMB 트레킹을 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분은 평소 존경하던 사진계의 원로이자, 대구국제사진비엔날레 위원장을 하셨던 구자호 선생님이다. 새로운 길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하고, 인연은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베니 계곡을 사이에 두고 모테 파브르 고개를 넘는다. 몽블랑 정상을 가장 가까이 두고 걷는 길이다. 전체 여정 중에 가장 대담하고, 웅장한 풍경을 보여준다

 

 

알프스 몽블랑 트레킹 

▶ 알프스 최고의 전망대 에귀디미디 전망에서 바라본 몽블랑을 오르는 사람들



번째 여정, 동화같은 풍경의 스위스 알프스  

알프스 길을 걷기 시작한 7일이 넘어섰다. 걷는 것도 편해졌고, 보이는 풍경도 익숙하다. 천천히 걸으며 보게 되고, 보면 생각하게 된다. 도시에서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고, 복잡하게 살아가지만 정작 고립될 때가 얼마나 많은가? 하늘, , , 바람, , 나무, , 사람들이 말을 걸어온다. 때로는 용기를 주고, 때로는 침묵하게 한다. 혼자 걷지만 세상과 연결돼 있다. 걷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다

번째 여정은 페레고개에서 시작해서 발므 고개까지 2일간 40㎞를 걷는 길이다. 길은 전체 구간 중에서 가장 편안한 길이다. 산세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사이로 작은 계곡이 흐른다. 산과 계곡을 품은 작은 마을에는 꽃으로 장식된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페레고개를 내려오는데 트레커 명이 배낭 개를 지고 오른다. 뒤이어 명이 다리를 심하게 절면서 힘겹게 산을 오른다. 괜찮냐고 물으니 무릎이 너무 아파 걷기가 힘들다고 한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무릎보호대를 주었다. 배낭을 들고 가던 트레커가 너무 고맙다며 20유로를 건낸다. 웃으며 사양하고 이건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알프스가 주는 선물이라고 하니 프랑스에서 젊은 트레커들은 연신 고맙다며 어쩔 모른다. 힘내라고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마디 했다. ‘디스 이스 코리안 스타일.’ 한국의 금정산, 지리산, 설악산을 오르며 배웠던 한국 산사람들의 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영어실력이 정도였다8일째 되는 , 발므 고개를 넘으려고 하는데 비바람이 거세다. 도저히 산을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고민하다가 산을 내려가 기차를 타고 샤모니로 들어가 그곳에서 마지막 산행을 하기로 했다

 

 

 

스위스 알프스의 오솔길을 걸어가는 트레커들. 

▶ 스위스 알프스의 오솔길을 걸어가는 트레커들.


마지막 여정, 유럽의 지붕 몽블랑을 만나다.

샤모니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마지막 산행을 준비한다. 남쪽으로는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산군이, 북쪽으로는 브레방 고개가 우뚝 솟아 있다. 스키의 고장답게 양쪽 케이블카와 곤돌라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여름이면 트레커들이, 겨울이면 스키어들이 알프스의 자연을 즐긴다만약 TMB 트레킹 구간을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샤모니에서 2 정도 머물면서 하루는 브레방 고개에서 락블랑 산장까지 걷고, 하루는 에귀디미디 전망대에 올라 알프스를 눈에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특히 에귀디미디 전망대는 고도 3842m 있는 전망대로 알프스 몽블랑을 바로 눈앞에서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에귀디미디 전망대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진 유럽의 지붕,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을 바라본다. 지난 10 동안 알프스 몽블랑 둘레길을 걸었다. 길이 세계 10 트레킹 코스인지, 여름이면 세계에서 수많은 트레커들이 모여드는지 있었다. 2018 새해, 걷기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세상을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투르 몽블랑 트레킹 기억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나, TMB 트레킹을 때는 생수를 필요가 없다. 그곳에는 에비앙 생수가 지천에 흐르고 있다.

 


작성자
김도근
작성일자
2018-01-0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1월호 통권 135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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