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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11월호 통권 133호 호 기획연재

하늘과 땅이 맞닿은 초원 말 달려 별바다를 만나다

응답하라! 자매도시 / 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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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아시아의 중앙 내륙에 위치한 이 나라의 정식 이름은 몽골공화국(Republic of Mongolia)이다. 줄여 몽골리아(Mongolia). 몽골은 본래 ‘용감하다’는 뜻의 부족명이었으나, 13세기 칭기즈칸이 통일국가를 세운 뒤 민족명이 됐다. 몽골은 칭기즈칸 이후 대제국 시대를 열었으며, 중국대륙을 지배해 국호를 ‘원’이라 칭했다. 1921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는 몽골인민공화국(Mongolian People’s republic)으로 국호를 정했으며, 1990년 민주화 이후 몽골공화국으로 바꿨다. 몽골은 한때 ‘몽고(蒙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말은 몽매하고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종족이라는 뜻으로, 수천 년 동안 몽골의 침략에 시달려온 중국인들이 몽골인을 낮춰 부르기 위해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조선인에 대한 멸시를 담아 ‘조센징’이라고 부른 것과 비슷하다. 몽골의 역사는 대충 굵직한 흐름만 봐도 엄청난 굴곡의 연속이다. 인류 역사상 어느 민족도 이루지 못했던 대제국을 건설했다가 쇠락했으며, 사회주의 혁명과 민주화 과정을 모두 겪으며 힘겨운 현대사를 관통했다.

 

 

초원 사이로 흐르는 톨강 

▶ 초원 사이로 흐르는 톨강

 

 

수도 울란바토르 … 수천 년 몽골민족 역사 간직
울란바토르. 몽골의 중앙 북부에 위치한 이 도시는 몽골의 수도다. 1천300m의 초원성 고원도시인 울란바토르의 옛 이름은 우르가(Urga). 1639년 할하족 군주인 투셋 칸 곰보드르지가 세운 도시다. 1649년 라마불교의 본산이 들어서면서 우르가는 급속도로 발전, 18세기 러시아와 청나라 중계무역지로 더욱 번창했다. 우르가는 1911년 외몽골의 독립과 함께 몽골의 수도가 됐다. 1921년 인민혁명으로 사회주의국가가 되면서 1924년 도시 이름을 ‘붉은 영웅’을 뜻하는 울란바토르로 바꿨다. 인민혁명의 영웅 수흐바타르(Sukhbaatar)를 기념해 지은 이름이다. 지금도 도시 한복판의 거대한 광장에는 말을 타고 기상을 뽐내는 수흐바타르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이 광장의 이름은 수흐바타르광장에서 칭기즈칸광장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옛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광장 주변에는 정부청사, 의회건물, 문화의 궁전, 독립 영웅들의 묘 등이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울란바토르시청도 광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역사는 400여년이지만, 수천 년 몽골민족의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시가 내세우는 슬로건 역시 ‘위대한 역사를 간직해온 새로운 역사의 창조자, 수도 울란바토르!’이다. 고대 유목국가와 몽골제국 시대의 유산을 고이 간직하며,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창조해가고 있는 도시라는 의미다. 울란바토르는 경이로운 역사와 전설에 걸맞은 아름다운 자연과 신비로운 사원들을 품고 있으며, 유목민들의 전통가옥인 게르(Ger)와 화려한 현대적 건물들이 공존하는 도시다. 무엇보다 자신의 게르를 찾아오는 손님은 절대 내치지 않는 초원의 법칙을 아직도 지키며 살아가는 몽골인들의 따뜻한 정이 있는 도시다. 우리와 너무도 닮은 그들은, 우리와 너무도 닮은 아픈 현대사를 겪었으며, 우리와 너무도 닮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칭기즈칸광장. 원래 사회주의 혁명의 영웅 수흐바타르를 기념하는 수흐바타르광장이었지만 민주화 이후 이름을 바꿨다.
▶  울란바토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칭기즈칸광장. 원래 사회주의 혁명의 영웅 수흐바타르를 기념하는 수흐바타르광장이었지만 민주화 이후 이름을 바꿨다.

 

 

세계인 찾는 관광지 … 6~8월 여름철 여행 적기

몽골의 중심 울란바토르에는 매년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울란바토르 관광청이 등록 여행사를 통해 공식 집계하고 있는 방문객만 연 40여만명. 관광청에 등록되지 않은 여행사를 통하거나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여행자들까지 합치면 연 방문객은 50만명이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까지 몽골여행이 붐을 이루면서 울란바토르를 찾는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실 울란바토르를 찾는 관광객 수는 연간 300만명에 달하는 부산보다 훨씬 적다. 외국인들의 방문이 주로 6∼8월 여름철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몽골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지만 언제 왔다 가는지 모를 정도로 짧고, 겨울은 영하 40∼45도까지 떨어져 살을 에다 못해 감각을 마비시키는 추위가 혹독하다. 봄 역시 겨울의 연장으로 건조하고 차가운 강풍으로 초원이 황량하다. 최근에는 몽골의 혹독한 추위를 맛보기 위해 겨울철 울란바토르를 찾는 여행자들도 꽤 있다. 겨울엔 몽골의 드넓은 초원이 폭설로 하얗게 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울란바토르에서는 따뜻하고 안락한 고급 리조트에서 머물며 독수리를 활용한 전통 사냥을 체험하고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골든 이글 페스티벌은 유목민들의 각종 전통 시합을 선보여 몽골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 골든 이글 페스티벌은 유목민들의 각종 전통 시합을 선보여 몽골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전통 ‘독수리 사냥’ 재현하는 ‘골든 이글 페스티벌’
울란바토르의 대표적 겨울축제는 3월의 ‘골든 이글 페스티벌’이다. 도심 인근 초원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무형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카자흐족의 ‘독수리 사냥’을 전통 방식 그대로 재현한다. 말을 타고 경주를 하며 활쏘기 같은 유목민들의 전통 시합도 선보여 몽골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냥꾼들이 독수리 깃털로 치장한 복장으로 퍼레이드를 펼치고, 전통 춤과 각종 음식이 초원의 겨울을 녹인다. 겨울철 울란바토르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스카이 리조트’다. 프랑스 MAS(Mountain And Snow)사가 설계한 이 리조트는 이탈리아 제설시스템을 갖춘 스키장으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은 물론 몽골인들도 가족과 함께 많이 찾는 곳이다. 일반적인 스키는 물론 썰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다양한 설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방문객들을 위한 시설과 모든 장비도 갖추고 있다. 특히 썰매, 스노우보드, 스키, 바이애슬론 같은 다양한 종목의 설상경기를 펼치는 ‘스카이 리조트 오픈’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 아마추어와 전문가 모두를 위한 겨울 스포츠축제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울란바토르 관광청은 “몽골의 처녀 눈이 내리는 장엄한 풍경과 함께 즐기는 썰매나 스키는 놓칠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겨울철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 신비한 테렐지·호스타이
몽골 초원의 진짜 멋은 추운 겨울보다는 역시 여름에 만끽할 수 있다. 8월 초 울란바토르 외곽의 초원은 너무도 아름답다. 새파란 하늘 아래 연두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끝없이 펼쳐진 초원, 드문드문 양떼와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그림이다. 자동차를 타고 복잡한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 같은 풍경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도심에서 동서 어느 방향으로든 30분쯤만 차로 달리면 초원이 펼쳐지는 것이다. 울란바토르 도심 가까이 자리 잡은 국립공원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신성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울란바토르를 찾는 방문객들이 꼭 들르는 고르히 테렐지(Gorkhi Terelj) 국립공원은 수백만년 전 세상은 아마도 이렇게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독특한 자연경관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울란바토르에서 동북쪽으로 7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테렐지는 몽골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유유히 흐르는 톨강(Tuul River)과 산, 바위와 계곡, 나무와 초원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이 공원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테렐지에 들어서면 초원 사이로 지면과 수면이 거의 같은 높이로 흐르는 강이 나타난다. 톨강이다. 강가에는 텐트를 치고 낚시를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캠핑족이 더러 눈에 띈다. 톨강에서는 카약 같은 수상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테렐지 국립공원에는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테렐지 국립공원에는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쏟아질 듯한 별 아래 게르 체험
테렐지에서는 말을 타고 초원과 숲 속을 누빌 수 있고, 트레킹을 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독특한 지형을 하늘 위에서 보고 싶다면 패러글라이딩을 하거나 동력 행글라이더를 타고 공원 위를 날아보는 것도 좋다. 테렐지 초원 곳곳에는 희고 둥근 게르가 수십채씩 무리지어 들어서 있다. 게르를 활용한 숙박시설인 게르캠프들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은하수가 수놓은 아름다운 밤하늘 별자리를 관측하는 ‘별 사냥’ 프로그램을 즐긴다. 테렐지의 게르들은 대부분 화장실과 샤워장 같은 편의시설과 레스토랑까지 갖춘 고급스러운 숙박시설이다. 울란바토르 동쪽에 테렐지 국립공원이 있다면, 서쪽에는 호스타이(Hustai) 국립공원이 있다. 도심에서 80㎞ 떨어져 있는 이 공원에서는 야생마 타키(takhi)를 볼 수 있다. 타키는 전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야생마로 알려져 있다. 운이 좋으면 붉은 사슴, 마눌 고양이, 늑대, 여우, 스라소니 같은 다양한 야생동물들도 볼 수도 있다. 하늘을 활보하며 날아다니는 매, 수리, 독수리, 수염 수리, 느시, 먹황새, 다우리안파트리지, 금눈쇠 올빼미 같은 야생조류도 관찰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말 달리다
몽골에는 ‘세 걸음 이상 거리는 말을 타고 간다’는 말이 있다. 유목민인 몽골인들에게 말은 그만큼 친숙하다. 요즘 울란바토르 같은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말 타는 법을 배우지 않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말이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때문에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우기 전부터 어른과 함께 말을 타고 다니면서 말 타는 법을 먼저 익힌다. 실제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관광객들의 승마체험을 돕는 길잡이도 대부분 10세 미만의 아이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말을 타고 길을 안내하면서, 손님을 태운 말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 초원에서 방목하는 몽골의 말은 건강하고 활력이 넘친다. 드넓은 초원을 마음대로 뛰어다니며 풀을 뜯다가 관광객이 모이면 등에 안장을 차고 손님을 태운다.
테렐지에는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말을 타고 30분, 1시간, 3시간 동안 초원과 숲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데, 비용은 우리 돈으로 5천원, 8천원, 2만원 정도. 단,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의 승마 비용도 같이 지불해야 한다. 테렐지의 유명한 ‘거북바위’에서 말을 타고 출발한다. 1시간 동안 초원과 숲을 누비는 코스. 말은 잘 길들여 있다. 길잡이가 이끄는 대로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조금씩 속도를 내며 언덕에서는 힘차게 뛰어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탄탄한 말 근육의 움직임이 허벅지에 그대로 전해진다. 처음에는 잔뜩 긴장되지만 말의 움직임에 익숙해지면 굳었던 몸이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말안장을 꽉 붙들고 있던 두 손도 풀어 길잡이에게 맡겨놨던 고삐를 건네받을 만큼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적당한 힘으로 고삐를 오른쪽으로 당기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당기면 왼쪽으로 말이 방향을 바꾼다. 말갈기를 휘날리면서 달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가닥 다가닥’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승마의 매력에 빠져든다. 

 

 

 

칭기즈칸 

몽골 밤하늘의 별.

 

 

순수한 자연 느끼는 잊지 못할 승마체험
손님의 긴장 이완을 눈치 챈 길잡이 소년이 숲 속으로 길을 잡는다. 높은 침엽수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온갖 새들이 노래를 부른다. 이런 곳에서 말을 타고 달리고 있다니! 동화 같은 꿈을 꾸는 것 같다. 숲을 벗어나니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고 제법 높은 언덕이 나타난다. 말이 힘차게 뛰어 오른다. 테렐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장쾌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언덕을 천천히 내려오자 묵묵히 가던 소년이 갑자기 ‘히히히잉~’ 말 울음소리를 낸다. 멀리 풀을 뜯고 있던 두 마리의 말에게 보내는 신호다. 설마 하는데 그 말들이 순식간에 달려온다. 깜짝 놀란 손님에게 소년은 안심하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두 말은 손님과 소년이 타고 있던 말과 얼굴을 부비며 서로 반가워한다. 말안장을 풀고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던 동료인 모양이다. 그렇게 네 마리의 말과 두 사람은 한참을 동행하다 초원을 벗어나서야 헤어진다. 출발한 ‘거북바위’로 돌아와 말에서 내리자 다리가 휘청한다. 허벅지에 힘을 너무 준 탓이다. 엉덩이도 꼬리뼈 부분 피부가 까져 엄청 따갑다. 고통이 이제 느껴진다. 승마 시간은 길잡이 소년의 배려(?) 덕분에 1시간 30분이 넘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약간의 돈을 내밀자 해맑은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또 세운다. 말을 잘 타는 착한 아이다. 테렐지에서 말을 타고 달린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인생 장면’의 하나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호스타이 국립공원에서도 말을 타고 공원을 둘러보거나 차를 타고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


최고의 양고기 ‘허르헉’ 그리고 초원의 별바다
몽골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칭기즈칸이다. 울란바토르 도심에서 약 54㎞ 떨어진 ‘천진벌덕(Tsonjin Boldog)’으로 불리는 초원에는 거대한 칭기즈칸 기마동상이 서 있다. 칭기즈칸이 황금채찍을 들고 말을 타고 있는 동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동상으로 높이가 40m에 달한다. 특이하게 번쩍이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는데, 모두 250t이 넘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사용됐다고 한다. 테렐지 국립공원 인근에 들어선 칭기즈칸 기마동상 역시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다. 기마동상을 받치고 있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조그마한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칭기즈칸 동상 얼굴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콧날이 우뚝하고 눈이 부리부리한 서양인 같은 거대한 칭기즈칸 얼굴이 생경하지만,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여름철 몽골 초원의 밤은 늦게 찾아온다. 밤하늘의 별을 제대로 보려면 오후 10시가 넘어야 한다. 별을 기다리며 몽골 전통 요리 ‘허르헉(Horhog)’을 먹는다. 양고기와 갖은 채소를 달궈진 돌과 함께 냄비에 넣어 쪄내는 음식이다. 초원의 양시장에서 살아 있는 양을 구입하면, 인근의 위생적인 도축시설에서 전문가가 각 부위별로 먹기 좋게 장만해준다. 몽골 전통의 시큼한 마유주와 함께 먹는 허르헉의 맛은 정말 기가 막히다. 우리의 수육처럼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하다. 흔히 알고 있는 양고기 특유의 냄새는 단 1도 없다. 그래서인지 몽골인들은 외국에 나가서는 절대 양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드디어 하늘에 별이 총총히 뜬다. 고개를 젖히자 까만 하늘에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별이 빽빽하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얼굴로 떨어질 것 같다. 시끌벅적하던 식사 자리가 조용해진다. 초원에 드문드문 들어선 다른 게르에서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별을 촬영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아, 이것이구나! 별이 그렇게 보고 싶었던 거구나, 저 많은 사람들은. 별바다를 바라보며 그들처럼 특별한 감흥을 느껴야 한다는 강박이 든다. 그럴수록 저급한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아름답다.

  

작성자
구동우 편집위원
작성일자
2017-10-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11월호 통권 133호 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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