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1794호 기획연재

갓 구운 빵처럼 바삭한, 가을 햇살 머무는 오래된 공장

부산, 걷다 보다 반하다 -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F1963·카페 테라로사·수영강

내용

오래된것에는 힘이 있다. 그것이 공간이든 물건이든, 사람과 함께 시간을 견뎌온 공간과 물건에는 시간의 축적만큼 사람의 숨결이 스며들어 보이지 않는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오래된 것이 지니는 힘은 시간의 무늬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힘은 억세고 거친 무력이 아니다. 부드러운 힘, 유연한 힘이다. 강한 것은 부드러운 것을 이기지 못한다는 노자의 문장은 저 먼 곳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속에서 찬연하게 빛난다.


부산에는, 오랜 세월을 견딘 힘으로 새롭게 생명을 잉태한 늙은 공장이 있다. 오래전 공장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고, 문을 닫은 곳이다. 1963년 세상에 나왔다. 우리 나이로 55세. 중년을 넘어 장년으로 접어들었다. 삶의 찬란함과 고단함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나이. 점점 노년으로 다가가는 늙은 공장을 펄떡이게 했던 기계 소리는 멈췄고, 사람들은 떠났다. 쓸쓸하게 역사의 뒤란으로 사라지는 신산함으로 그늘졌던 공장이 어느날 우뚝 일어섰다.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고 부산을 가장 찬란하게 빛내는 ‘핫 플레이스’로 변신했다.


눈이 시린 가을 오후, 부산의 강가를 걸으며 문득 늙은 공장과 마주친다면, 당신도 어쩌지 못하고 오랜 세월을 견뎌낸 강철같은 공장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켜켜이 쌓인 먼지 사이로 세월의 찬란함을 뭉근하게 들여주는 옛 공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 F1963이다.


F1963의 중정. F1963의 심장이자 공장과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질적 요소를 융합하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F1963의 중정. F1963의 심장이자 공장과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질적 요소를 융합하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F1963의 1963은 고려제강이 지금의 위치에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로 F는 Factory를 의미한다. 이곳은 세계적인 와이어 회사로 성장한 ‘Kiswire’의 모태이자 노동자들의 땀과 열정이 서린 곳이다. 생산 공장이 시 외곽으로 이전한 후 와이어 창고로 남아 있던 공장의 운명은 뻔한 것 같았다. 공장은 사라질 운명이었다. 공장을 헐고 그 자리에 고층건물이 들어설 거라는 것을 많은 이들은 알고 있었다. 생의 반전은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공장 주인인 Kiswire는 고민 끝에 공장을 그대로 살리기로 결정했고, 2016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지금의 F1963이 우리 곁에 남게 된 사연이다.


부산비엔날레 전시장과 카페로 이름을 알렸지만 F1963은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다. 중정, F1963 스퀘어, 철죽원, 앞뜰-대나무와 수련 가든, 뒷뜰-대나무와 단풍 가든, 테라로사, 체코 맥주집 프라하 993 등.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도 들어설 예정이다. 


F1963은 향긋한 커피가 있어 더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카페 테라로사 수영점이다. 여기에 책과 예술작품을 채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F1963은 올 가을 꼭 들러봐야 할 부산의 공간이다.


카페 테라로사는 기존 건물의 기둥과 보 구조물을 그대로 유지해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입구에 들어서면 부산에서 활동하는 손몽주 작가의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끈다.옛 공장은 1963년부터 45년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던 곳이었다. 테라로사는 한 시대를 풍미하며 부산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곳의 역사를 품고 있다. 옛 것에 깃든 힘이 카페를 지켜주는 힘으로 새롭게 태어난 공간이다.


오래된 공장을 리노베이션해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로 탈바꿈해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테라로사.
▲오래된 공장을 리노베이션해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로 탈바꿈해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테라로사.


F1963은 공장의 역사를 간직한 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옛 공장과 헌책방, 향긋한 커피 냄새와 빵 굽는 냄새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느리게, 오래 걷다가 바라보면 매혹되는 곳, 오랫동안 부산을 지켜온 옛 공장에 반하게 된다.


F1963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수영강변 산책로.
▲F1963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수영강변 산책로.


■ 가는 방법

-주소:부산시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대중교통:도시철도 3호선 망미역 하차. 마을버스 2번 이용.


작성자
글·김영주 / 사진·권성훈
작성일자
2017-09-1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794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