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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잎사귀 하나에 이야기 하나, 600년 품은 지혜의 나무

여름에 만나는 큰 나무 ①괴정동 회화나무

내용

여름 더위가 극성을 부리면 시원한 나무 그늘을 그리워 하는 이들이 많다.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마을마다 오래된 나무가 있었다.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하며 마을의 안녕과 구성원들의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나무로 추앙받았다. 마을 입구에 우뚝 서서 당산나무로 불리기도 한 나무는 여름이면 아름드리 그늘을 드리웠다.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며 크고 작은 소식을 주고 받으며, 마을살이를 의논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촌락은 사라졌지만, 아직 부산에는 동네 어귀에 뿌리를 내리고 마을을 지켜주면서 공동체의 시간을 지켜내는 늙은 나무들이 있다. 휴가철을 맞아 오래된 나무 그늘에 잠시 깃드는 것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방법이다. 오래되고 늙은, 지혜의 나무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괴정동 수령 600년 회화나무 … 마을 구심점으로 사랑받아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에는 오래 된 회화나무가 있다. 부산시 보호수 제2-8호로 지정된 회화나무는 수령이 약 62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600년을 살아낸 나무는 그대로 마을의 상징이 됐다. 괴정동이라는 동명도 회화나무에서 유래했다. 회화나무(槐)가 정자목으로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600년을 견뎌온 나무는 크고, 꿋꿋하고, 우람하다. 높이 20m, 둘레 6.5m로 사방으로 뻗은 가지가 풍성하고, 그 그늘은 시원하고 정겹다.

 

괴정동 회화나무 주변을 뛰어노는 아이들. 회화나무 샘터공원으로 만들어지면서 600년된 회화나무는 마을의 중심으로 역할을 꿋꿋하게 이어오고 있다.
▲괴정동 회화나무 주변을 뛰어노는 아이들. 회화나무 샘터공원으로 만들어지면서 600년된 회화나무는 마을의 중심으로 역할을 꿋꿋하게 이어오고 있다.
 

여름 한 철 괴정동 회화나무는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오는 이들을 고요하게 품어준다. 600살 된 늙은 나무는 아침 저녁으로는 버스정류장이 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버스가 이곳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내려준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마다 아이들은 나무와 눈을 맞춘다. 아이들은 늙은 나무에 관심 없겠지만, 나무는 그렇지 않다. 긴 가지를 뻗어 아이들의 푸른 이마를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인사한다. 잘 다녀와. 늙은 나무의 입맞춤과 포옹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커서 자라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자신의 나이만큼 나이든 늙은 나무가 푸른 잎사귀와 갈색의 늙은 가지를 뻗어 자신들을 키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회화나무 샘터공원을 중심으로 다섯 갈래의 골목이 뻗어 있다. 골목은 나무의 뿌리처럼 뻗어나가 새로운 마을을 이루고, 다시 나무로 모여든다.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사람들은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고, 나무 주변에 모여 세상일을 나누었으리라. 장기판을 앞에 두고 기싸움을 하는 어르신,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어린아이, 빨래거리를 한보따리 이고 와 큰새미의 차갑고 시원한 물에 설겅설겅 손빨래를 하는 아낙네까지, 괴정동 회화나무는 나무와 함께 지켜온 마을 공동체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회화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아이들이 나무 주변에서 놀고있다.
▲회화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아이들이 나무 주변에서 놀고있다.
 

괴정동 회화나무 아래에는 맑은 샘이 흐른다. 괴정 큰새미로 불린다. 사하구는 이곳을 회화나무 샘터공원으로 만들었다. 그늘막을 세우고, 빨래터를 만들어 마을공동체의 중심이 되도록 새롭게 꾸몄다. 공원은 62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 보호수인 회화나무와 도심 빨래터를 예전의 모습으로 재연해 역사와 생태환경이 통합된 건강한 주민공동체를 만들어 냈다는 평을 들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사단법인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한 제10회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에서 누리쉼터상(장관상)을 수상했다.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다대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한번쯤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나무 한그루 보러 가느냐는 투정은 회화나무가 품고 있는 600년의 역사와 이야기에 대한 모욕이다. 나무는 그윽하게 서있지만, 나뭇가지에 새겨진 지난 이야기와 노래와 눈물과 웃음을 새겨듣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작성자
글·김영주 / 사진·권성훈
작성일자
2017-07-1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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