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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8월호 통권 118호호 기획연재

숲·바다·강·포구 … 놀며, 쉬며, 걷자

부산 오륙도 ~ 강원 통일전망대 잇는 770㎞, 해파랑길의 시작
갯내·갯소리·갯바람 함께 걷는 길 … 한여름 더위 저만치

내용

해와 바다. 해파랑길 ‘해’는 해도 되고 바다(海)도 된다. 해와 더불어 바다와 더불어 걷는 길이 해파랑길이다. 해 뜨는 곳은 동쪽. 해파랑길은 동해를 끼고 이어진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 동해 바닷가 길을 해파랑길이라 한다. 

 

770㎞ 대장정 해파랑길은 모두 50구간. 부산은 네 구간이다. 오륙도에서 미포까지 1구간, 미포에서 대변항까지 2구간, 대변에서 임랑해변까지 3구간, 임랑해변에서 진하해변까지 4구간이다. 진하는 울산이지만 경계는 그렇게 나눴다. 각각 17.7㎞, 13.7㎞, 20.2㎞, 19.7㎞다. 

 

해파랑길 부산 구간은 갈맷길을 품고 있지만 걷는 구간마다 사람냄새, 삶의 냄새 풀풀 풍기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갈맷길의 유명세에 힘입어 트레킹의 매력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해파랑길을 찾고 있다. 갈맷길을 걷고 나면 부산 사람은 부산에 살기를 잘했다, 외지인은 부산에 살고 싶어 몸살이 난다. 해파랑길 부산 구간 역시 그렇다. 부산 사람은 부산에 대한 사랑이 진득해지고 외지인은 부산에 대한 동경이 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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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보고·먹는 즐거움 있는 출발

부산 구간 시작은 남구 용호동 오륙도. 오륙도는 남해와 동해 경계다. 오륙도 가장 가까운 전망대 땅바닥에는 오륙도가 경계임을 상징하는 동판이 놓여 있다. 동해와 서해 경계는 전남 해남 토말이다. 우리 눈에는 그 바다가 그 바다 같아도 바다는 저렇듯 다르다. 동해와 남해, 서해 다 다른 바다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며 우리 사는 한반도를 감싼다. 

 

도시철도 경성대·부경대역 5번 출구로 나와 오륙도 가는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저 앞에 반듯한 건물이 보인다. ‘오륙도 해파랑길 관광안내소’다. 안내소에서 무료로 나눠 주는 관광 팸플릿은 산뜻하면서 친철하다. 상근하는 해설사도 산뜻하면서 상냥하다. 오륙도 설명이며 해파랑길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1년 365일 가운데 설과 추석만 쉰다. 그것도 오전만 쉬고 오후에는 근무한다. 그러니 1년 365일 언제 가도 관광객을 맞아주는 친절한 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해파랑길은 안내소 뒤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냥 가기가 아쉽다. 안내소 일대는 오륙도 해맞이공원. 안내소와 맞닿은 언덕 위로도 관광객이 꾸역꾸역 밀려들고 언덕 아래로도 밀려든다. 왜 그럴까. 언덕 위는 ‘오륙도 스카이 워크’이고 언덕 아래는 100% 자연산 해산물 좌판이 있다. 둘 다 오륙도 명물이자 부산 명물이다. 

 

스카이 워크는 말 그대로 하늘을 걷는 곳. 바다 위 허공에 설치한 투명유리를 걷는 게 아슬아슬 위태롭기도 하고 훠이훠이 황홀하기도 하다. 용호해녀회에서 전을 펼친 해산물 좌판은 오륙도 청정해안에서 갓 잡은 해산물만 다룬다. 한 접시 만원, 이만원. 날씨가 궂어 물질 못하는 날만 빼고 매일 오후 1시쯤 장사를 시작한다. 해녀가 물질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 1시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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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잇는 770㎞ 동해 바닷가 길이다(사진은 해파랑길이 시작되는 오륙도의 명물 ‘오륙도 스카이 워크’).

 

 

해안 절경 감상하며 걷는 이기대길

길은 걷는 즐거움도 크지만 보는 즐거움도 크다. 해파랑길 1구간 시작은 안내소 언덕.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꽤 그럴듯하다. 수평선까지 일망무제 펼쳐진 바다며, 팔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오륙도며, 유람선이 일으키는 물살이며, 보이는 것 모두가 해파랑길을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 즐거움이 부산에 대한 진득한 사랑으로, 진득한 동경으로 이어진다. 

 

안내소 언덕에서 용호동 동생말까지를 이기대라 한다. 영국은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했지만 영국이 셰익스피어에 인도를 끼워 주겠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곳이 이기대다. 해파랑길 부산 구간이 다 그렇지만 특히 이기대는 갯내와 갯소리와 갯바람이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떠미는 길이다. 숨을 깊숙이 들이켜면 어느 순간 눈물이 핑 고인다. 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를 이 순간. 이 좋은 순간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기대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하는 것이 고맙고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인다. 

 

이기대 지명 유래도 눈물 고이게 한다. 이기대의 이기(二妓)는 두 기생. 임진왜란 때 적장을 껴안고 바다에 뛰어들어 순절한 두 기생의 얼이 서린 지명이다. 이기의 기상은 남강에서 순절한 논개에 뒤지지 않는다. 두 기생에 대한 고증이 쉽지 않지만 어릴 때 두 기생 무덤을 봤다는 토박이 증언이 있는 만큼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기대 구간은 걷기가 대단히 수월하다. 오륙도 언덕배기에서 출발했기에 길은 대체로 내리막이다. 반대편 동생말에서 오는 사람들은 숨을 헉헉 몰아쉬지만 오륙도에서 출발하면 세월아 네월아 느긋하게 걷는다. 길은,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진을 빼는 길이라면 다음엔 다들 꺼릴 터. 출발이 좋은 해파랑길 부산 구간, 그래서 중간도 좋고 끝도 좋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부산 사람 성정을 빼닮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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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해안절벽은 데크 계단길을 조성해 놓아 걷기 편하다(사진은 바다 너머 부산의 도심을 감상하며 걷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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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해맞이공원 아래에는 자연산 해산물을 판매하는 해산물 좌판이 있다.

 

 

곳곳에 숨은 이야기·싱싱한 해산물 넘치는, 동생말

이기대는 자연과 비자연이 조화를 이룬다. 자연적으로 생긴 것과 사람이 만든 것이 이기대에 이야깃거리를 입힌다. 대표적인 게 돌개구멍과 구리광산이다. 바위에 구멍 또는 굴을 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하나는 자연이 낸 구멍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낸 굴이다. 돌개구멍은 이기대 편평한 갯바위에 공룡 발자국처럼 난 둥근 웅덩이. 갯바위 빈틈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에 의해 주야장천 회전하면서 생긴 구멍을 말한다. 구리광산은 일제강점기 유물. 광산에서 구리를 캐던 곳이 이기대다.

 

동생말 지명도 구리광산에서 유래했지 싶다. ‘구리(銅)가 나온다(生)’고 동생말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멍게 한 접시, 해삼 한 접시 합쳐서 만원!” 농바위·치마바위·장바위·어울마당·해녀막사·해식동굴·구름다리. 안내소 팸플릿에 적힌 이기대 명물이다. 농바위는 장롱처럼 생겼고 치마바위는 쫙 펼친 치마처럼 생겼다. 해녀막사는 지금도 해녀막사로 쓰인다. 돌로 얼기설기 쌓은 막사를 해녀 둘이 곳간으로 쓴다. 두 해녀 고향은 포항과 제주. 막사 옆에 난전을 차리고 오전에 잡은 해산물을 내다판다. 한 해녀는 두 접시 만원을 외친다. 말만 잘하면 소주 한 병은 덤으로 준다. 필자에게도 그랬다.

 

자연과 비자연이 조화를 이룬 이기대는 문화의 길이기도 하다. 영화 ‘해운대’ 촬영장이 있고 꼿꼿한 시비가 세 기나 있다. 시비 두 기는 작고한 문인을 기린다. 요절한 시인 최계락과 올 5월 타계한 김규태 시인이다. 시비에 무슨 시를 새겼는지 보려고 밤이면 밤마다 낮이면 낮마다 파도가 들락대고 파도소리가 들락댄다. 

 

동생말을 지나면 횟집 촌. 맛집으로 알려진 반듯한 횟집이며 보기에도 정겨운 천막 횟집이 일 년 열두 달 성업 중이다. 횟집 촌을 지나고 대로를 지나면 초·중·고가 보인다. 초·중·고 교명이 죄다 같다. ‘분포’다. 분포는 용호 포구 옛 이름 ‘분개’에서 나온 지명. ‘개’는 포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개펄, 갯바위, 갯낚시 등 일상에서 자주 쓰인다. 

 

용호새마을금고 최대복 이사장은 이 일대가 염전이었고 염전마다 화분처럼 생긴 가마에 바닷물을 채워 끓여서 소금을 얻었다고 회고한다. 분개 분이 화분 분(盆)이다. 원래는 화분이 아니라 소금 굽는 그릇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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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공원안내소 언덕에서 용호동 동생말까지가 이기대다. 걷기 편한 이기대구간은 오륙도에서 출발하면 빼어난 풍광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소박한 포구에서 멋쟁이 항구로 변신, 남천항

해파랑길은 용호동을 지나 메가마트 남천점으로 이어진다. 메가마트에서 광안대교를 보며 걸으면 남천항이 나타난다. 작은 고깃배 소박한 포구에서 요트며 수상오토바이가 멋부리는 멋쟁이 항구로 변신했다. 남천항을 지나자 길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으로 가면 남천 해변시장, 가운데는 벚꽃길, 오른쪽은 광안해변로. 벚꽃 피는 철이라면 당연히 벚꽃길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광안해변로가 정답이다. 

해파랑길도 해변로다. 해변로는 광안대교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명당이다. 수영야류며 어방놀이며 수영구 전통을 소개하는 해변로 벽화가 볼 만하다. 

 

광안해변로가 끝나면 미술작품이 시선을 끈다. 우람해서 시선을 끌고 육감적인 붉은색이 시선을 끈다. 프랑스 현대작가 장 피에르 레노의 화분 연작 ‘생명의 원천’이다. 현대 미술작품은 ‘생명의 원천’을 기점으로 광안리해수욕장을 따라 늘어서 있다. 여섯 점이며 모두 거장의 작품이다. 낮에는 밋밋하지만 밤이 되면 거장 이름값을 하는 작품들이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이름 하여 ‘광안리 바다 빛 미술관’. 그려진 그림을 소장하는 과거형 미술관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빛과 함께 존재하는 디지털 작품을 전시하는 세계 최초 미래형 전시관이다. 2007년 4월 5일 개관했다.

 

야경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은 수영강 강변길

해파랑길은 바다에서 강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최초 해변공원이라는 민락수변공원을 거쳐 수영강 강변길과 합류한다. 벚나무 집성촌인 수영강 강변길을 걸으면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강변길은 아득하게 이어지지만 첫 번째 다리인 민락교를 건너 해운대로 접어들어야 한다. 기회 되면 강변길 끝까지 걷길 권한다. 수영강 강변길은 살아생전 꼭 한 번은 걸어야 할 명품 길이다. 진짜다. 

 

민락교를 지나면 해운대. 해파랑길 해운대 첫 명물은 수영만 요트경기장이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으니 쑤욱 들어가 보자. 88서울올림픽 요트경기가 여기서 열렸고 올림픽 성화대가 금방이라도 용트림할 기세다. 계류장에 밧줄을 건 세계 각국 이색 요트는 잠자는 야성을 건드린다. 

 

요트경기장 다음은 ‘해운대 영화의 거리.’ 부산은 영화의 도시고 부산에서도 영화의 도시가 해운대다. 부산국제영화제 주 무대인 영화의 전당도 해운대에 있다. 

 

해파랑길 1구간 끝이 서서히 보인다. 영화의 거리 다음은 동백섬, 동백섬 다음은 해운대해수욕장, 다음은 1구간 끝인 미포다. 동백섬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인 APEC 정상회의 장소인 누리마루가 유명하고 전망대가 유명하고 인어상이 유명하다. 신라 대문호 최치원 선생 친필이라는 ‘海雲臺’ 석각은 꼭꼭 숨었지만 보려는 마음이 간절하면 보인다. 

 

유람선 선착장이 툭 튀어 나온 미포는 한적한 포구. 달맞이언덕을 품은 와우산(臥牛山) 꼬리께에 해당해 꼬리 미(尾)를 쓴다. 다들 머리를 치켜드는 세상에 꼬리를 자처하는 지명이 오히려 있어 보인다. 그건 부산의 기질이랄지 성정과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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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강 강변길은 마린시티의 야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명품 산책길이다(사진은 해질녘 수영강 강변길을 산책하는 시민 모습).

 

 

작성자
동길산
작성일자
2016-07-2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8월호 통권 118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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