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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718호 기획연재

모든 음식에는 방사능이 있다

/ 특별기고

내용

 끔찍한 교통사고 현장사진이 있는 유인물을 돌리며 `길가에 나가면 교통사고 위험이 있으니 집에서만 생활하자'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교통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난 사람이라면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이라는 것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유인물을 받았을 때 우리는 피식 웃고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 뻔하다.

 비슷한, 아니 더 심한 여론몰이가 일어나고 있다. 안정된 식수 공급을 위해 해수담수화시설을 건설했는데 고리 원전에서 내보낸 방사능이 수돗물에 들어올 수도 있으니 이 시설에서 나온 물을 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는 방사능 위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다. 가장 큰 오해는 나는 평소 방사선을 피폭하지 않는데 원전 때문에 내가 부당하게 위험한 방사선을 피폭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매일 상당한 방사선을 피폭하고 있다. 땅에서 오는 라돈 가스나 지각방사선도 있고, 일상으로 먹는 음식물에도 ㎏당 수십∼수백 베크렐의 천연방사능이 들어 있다. 이런 자연방사선이 주는 방사선량은 연 평균 3밀리시버트 정도이다.

 일부에서는 0.1도 없는 것보다 못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자동차 한 대가 배출하는 배기가스에도, 밥 한 그릇에도 발암물질은 있다. 사과 한 개, 상추 한 장에도 방사능이 있고 천연 발암물질도 있다. 실질적으로 의미 없는 사소한 위해요인을 `위험할 수 있다'고 애매하게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삼중수소(트리튬)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고리 부지 8개 원전에서 바다로 나올 삼중수소 양은 연간 약 100조 베크렐 수준으로 추산되므로 다른 방사성핵종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이로 인해 기장 앞바다 바닷물 농도는 L당 0.3베크렐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일반 수돗물에 본래 있는 삼중수소 농도(L당 약 1.4베크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삼중수소는 방사선위해도가 낮아 세계보건기구 음용수 기준이 L당 1만 베크렐이나 된다. 요컨대, 담수화공장에서 공급할 음용수 중 방사능은 우려할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사소한 방사능 증가를 놓고 위험할 수 있다느니 `우려'되느니 하는 등 모호한 말로 시민의 판단을 흐리는 것은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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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작성자
이재기 ·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작성일자
2016-03-0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7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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