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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2001년 개관, 창작극 고집 … 부산 연극상 휩쓸어

부산 소극장 ⑧ 자유바다소극장

내용

"배우가 등장하는 문이 다섯 군데나 있어요." 기발하다. 무대는 물론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서도 배우가 등장하고 객석 맨 뒤에서도 등장한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맛이 있다. 객석 뒤에서 배우가 슬그머니 등장할 때는 관객인지 배우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배우가 관객 같고 관객이 배우 같은 곳이 자유바다소극장이다. 강혜란 대표 표현대로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소극장이다.

2001년 개관한 '자유바다소극장'은 근·현대사를 주제로 한 창작극만을 공연하는 극장이다(사진은 공연 후 관객과의 기념촬영).

영도다리 점집 다룬 연극으로 '제1회 한형석연극상' 수상

소극장 색깔은 내용에서도 분명하다. 분명한 색깔은 1993년 극단 창단 이후에도 2001년 소극장 개관 이후에도 한결같다. 부산시가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운용하는 디지털 백과사전 '부산역사문화대전' 홈페이지는 극단 자유바다 색깔을 이렇게 표현한다. '한국 현대사의 억압적인 정치 상황을 소재로, 전쟁과 폭력의 후유증 그리고 억압에 저항하는 인간 행위를 주제로 한 창작극만을 위주로 일관된 주제의 레퍼토리 공연을 시도하는 극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유롭게 받아들인다 해서 자유바다고요…." 소극장명 '자유바다'는 중의적이다. 자유롭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있고 바다의 무한한 포용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극단 자유바다 정경환 연출가는 바닷물이 푸른 것은 산에서 내려오면서 바위에 부딪치고 세파에 부딪쳐 멍이 들어 그렇단다. 아픈 것도 받아들이고 슬픈 것도 받아들여 멍이 든 바닷물 같은 소극장. 자유바다소극장은 아픈 것도 받아들이고 슬픈 것도 받아들이는 포용력 무한한 바다 같은 소극장이다.

여기 포용력은 상이 증명한다.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가만히 있어도 상이 찾아오는 법이다. 가장 최근에 받은 상은 '제1회 한형석연극상.' 올해 4월 부산연극제에 올린 '전설의 박 도사를 불러라'가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 영도다리 점집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었다. 비경연 부문 출품작이라 뜻밖의 수상이었고 살아생전 부산 연극계 큰 어른으로 추앙받던 분의 이름으로 주는 첫 상이기에 뜻밖의 기쁨이었다. 한형석 선생은 독립투사, 독립군가 작곡가, 부산 아동극 대부, 부산대 교수 등 생애가 파란만장했다. 작년인가 재작년 KBS 1TV 공익광고 '부산의 재발견'에 부산을 빛낸 인물로 소개된 바 있다.

자유바다소극장은 도시철도 1호선 중앙동역 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사진은 포스터를 보고 있는 관객 모습).

창작극 외길 초심 잃지 않아

'돌고 돌아가는 길'도 상복이 터졌던 연극. 2011년 열렸던 제29회 부산연극제는 시대극 한마당이었고 시대극 향연이었다. 한국 현대사에 천착해 온 자유바다는 '돌고 돌아가는 길'을 무대에 올렸고 최우수작품상, 최우수연기상, 희곡상, 무대예술상 네 부문을 거머쥐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기득권층 장 현감 집안과 의병장 조 진사 집안을 다뤘다. 기득권과 민중 사이에서 끊임없이 재현되는 갈등이 소재였다. 제천수변문화축제, 밀양연극축제에 초청 공연됐다.

2012년 부산연극제 출품작 '나무목 소리탁' 역시 화제작이었다. 트라우마가 한 인간의 영혼을 붕괴시키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었다. 통영연극예술축제와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 초청됐다. '클래식아 놀자' '카바레에서 만납시다' '이씨 전기' '아름다운 이곳에서 살리라' '나! 테러리스트' '달궁맨션 405호 러브 스토리 보고서' '전설의 블루스' '마법의 성과 피노키오의 모험' 등 창작 희곡이 자유바다소극장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다. 대부분 정경환 작·연출이다.

정경환 연출가는 뚝심의 연출가다. 가겠다고 마음먹은 길을 좀체 바꾸지 않고 한번 붙잡은 걸 좀체 놓질 않는다. 뚝심의 표출이 자유바다소극장이 내세우는 시대극이고 창작극이다. 순수연극론에 입각해 시대극을 썼고 무거운 주제가 무겁지 않도록 창작극을 연출했다. 명작과 달리 창작극은 관객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대체로 흥행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창작극 위주로 하겠다'는 초지를 지킨다. 그러한 뚝심에 대한 헌사가 앞서 인용한 부산역사문화대전 '창작극만을 위주로 일관된 주제'였다.

일관된 주제는 극단 창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단 자유바다는 경성대 맞은편에서 1993년 12월 창단했다. 창작극이 드물던 시기였다. 외국 유명작품 번역극이나 서울 인기작이 주류였다. 창작극은 작품을 쓰는 과정부터 연출, 인지도 등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그러한 결기가 극단과 소극장을 오늘 지금까지 이끌어 왔고 내일 저기까지 이끌어 간다. 2001년 소극장을 수영구 남천동에서 개관했고 2010년 정월 현재 위치로 옮겼다. 도시철도 1호선 중앙동역 2번 출구로 나와 10걸음 될까 말까 한 거리에 있는 건물 3층에 있다.

부산 이야기 더 많이 무대에 올릴 것

"부산 극단이니 부산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자유바다가 그동안 다뤘던 소재는 임진왜란 의병,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월남전 등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재작년부터는 부산에서 일어난, 그리고 일어나는 이야기에 방점을 둔다. 오래 전 남포동 음악다방인 황금다방을 통해 부산의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설의 블루스'가 그렇고 영도다리 점집을 다룬 '전설의 박 도사를 불러라'가 그렇다. 소극장 강혜란 대표는 부산 역사나 인물을 다룬 연극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힌다.

자유바다소극장은 또따또가 입주단체다. 부산시가 지원하는 또따또가는 부산을 대표하는 예술창작공간. 부산 원도심 중앙동에 있다. 문학·미술·사진·영화·연극 등 거의 전 장르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가 입주해 있다. 월세 밀리고 전세금 다 까먹어 남천동 소극장 내주고 실의에 빠졌을 때 또따또가가 생기면서 합류했다. 어렵기는 지금도 거기서 거기다. 보름을 공연할 경우 보름 내내 관객이 차야 유지가 되지만 그게 쉬운가. 강의도 다니고 연극수업도 하면서 근근이 이어간다.

"웃으면서 눈물 흘리는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 강 대표는 고등학교 때 연극을 접한 이후 연극이 갖는 '현장성'에 푹 빠져 있다. 남편 정경환 연출가를 만난 현장도 연극판이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문학에 대한 안목이 높다. 부산작가회의가 매달 개최하는 토크쇼 '문학 톡!톡!' 행사에 소극장을 제공한다. 사무실엔 김수우 시인 시화가 있다. 중앙동 백년어서원 김수우 대표가 고교 선배다. 밝으면서 미래지향적 연극을 하고 싶고 슬픈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고 싶다며 관객에게 당부하는 말. "연극 좀 많이 봐 주세요." 11월 3일부터 15일까지 '바람 바람' 공연. 박상규·김혜정 부부가 펼치는 2인극이다.

※ 공연 문의 441-2733

작성자
글 동길산 시인
작성일자
2015-11-2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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