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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안데스산맥이 둘러싼 ‘여행자의 도시’

세계테마여행 / 페루 와라스
고산 트레킹 메카… 전 세계 여행자 몰려
해발 4,000m 만년설·빙하 호수 ‘감동·황홀’

내용

페루는 남아메리카 서부에 위치한 나라다. 북쪽으로 에콰도르와 콜롬비아, 남쪽으로 칠레, 동쪽으로 브라질, 서쪽으로 태평양 해안과 맞닿아 있다. 현재 페루에는 인디헤나(인디오), 유럽계 백인, 인디헤나와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스페인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공용어는 스페인어이며, 토착어인 케추아어도 쓰인다.

페루는 잉카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마추픽추, 쿠스코 등 찬란한 고대 문명의 유적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이밖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페루에선 아마존을 만날 수 있으며, 석양이 아름다운 사막과 신비의 안데스 산을 마주할 수 있다.

6천m 넘는 고봉 즐비… 도시 호위하듯 둘러싸

페루에서의 첫 여정을 안데스산맥 중심부에 위치한 고산 도시, 와라스(Huaraz)에서 시작했다. 페루 중서부에 위치한 와라스는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400㎞, 버스로 8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다. 해발 3천90m에 위치한 와라스는 고산 트레킹의 거점 도시다. 해마다 건기인 5월에서 9월이면 수많은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이른 아침, 와라스에 도착하니 설산에서 불어오는 듯한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친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설산이다. 만년설을 머리에 인 해발 6천m가 넘는 고봉들이 동네 뒷산처럼 아무렇지 않게 모여 있다. 페루에서 가장 높은 와스카란(Huascaran 6천768m)을 비롯해 세계적 미봉으로 꼽히는 알파마요(Alpamayo, 5천947m), 빙하로 인해 U자 계곡이 된 산타크루스(6천259m) 같은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산들이 와라스를 호위하듯 서 있다. 이 산들은 블랑카 산맥에 속한다. 블랑카 산맥은 6천m급 봉우리 27좌, 5천m급 봉우리 500개가 약 200㎞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군이다. 히말라야 다음으로 가장 크고 높은 산맥이라고 한다. 와라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는 산타크루스(Santa Cruz) 트레킹이다. 세계 자연 유산인 와스카란 국립공원을 말발굽 모양으로 돌며 야영을 하는 3박4일 트레킹 코스다. 트레킹 중 해발 4천m가 넘는 고지에서 빙하 호수와 반짝거리는 설산을 만나 볼 수 있다.

산타크루스 트레킹을 신청하고 고도 적응을 할 겸, 시내 산책에 나섰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중앙광장 주변에는 등산장비를 팔거나 대여하는 가게, 여행사, 여행자 숙소가 즐비하다. 식당과 카페에는 트레킹을 준비하거나 끝낸 여행자들로 활기를 띤다.

와라스는 수도 라마에서 북쪽으로 400km, 버스로 8시간 거리에 위치한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다(사진은 분주한 시장 앞 거리).

친절한 페루 사람들… 한류에 큰 관심 보여

중앙광장에는 성당이 있다. 대지진으로 인해 파괴된 후 새로 지은 성당이다. 1970년 페루에서는 '불의 전차'라 불리는 강도 7.9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페루에서 가장 높은 산인 와스카란의 만년설이 마을을 덮쳤고, 눈사태로 인해 희생자가 6만7천명에 달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융가이 마을은 인구 1만8천여명 중 살아남은 사람이 100여명 정도에 불과했을 정도로 기록적인 지진이었다.

인디헤나 비율이 높은 와라스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여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대지진의 피해로 도시는 철저히 파괴되었지만, 45년이 지난 오늘날 도시는 활기차다. 도시의 역동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시장이다.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냉장고가 아닌 상온에 걸려 있고, 페루의 별미라고 하는 '꾸이(Cuy, 기니피그)'도 매대에 무심히 놓여 있다. 한쪽에는 페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인 잉카콜라(Inca Kola)가 쌓여 있다. 잉카콜라는 콜라의 청량감을 그대로 살린, 감기 시럽약 맛이 나는 노란색 콜라다. 페루의 자체 콜라 브랜드였으나, 1999년 이후 페루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잉카콜라의 상표권은 코카콜라의 소유가 됐다. 페루 내에서는 코카콜라와 공동으로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 국가 자존심이었던 상품의 상표권이 외국에 넘어간 것에 대해 페루 사람들의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페루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친절하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이방인에게 친절히 답해주고, 조금이라도 친해지면 내 일처럼 앞장서 도와준다.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한 상인은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며 반가워했다. 페루 내 의료봉사, 교육봉사하는 한국인들이 많아 한국은 페루를 돕는 우호국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대자연에서 겪는 한밤 추위와 고산병

트레킹 첫날 오전 6시경, 여행사 미니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이번 트레킹은 10명의 친구들과 같이 하게 되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모두 유럽 출신이다.

건기의 끝자락인 8월 말,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차창을 타고 내리며, 창 너머 물안개 낀 호수와 마을을 가린다.

트레킹 중 마을을 지날 때면 전통복장을 한 여인들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색채가 화려한 포대기가 인상적이다.

정오가 지나 바케리아(Vaqueria, 3천700m) 마을에 도착했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빵, 바나나, 과자, 사탕이 든 도시락으로 가볍게 점심을 먹는다. 차에 싣고 온 짐을, 나귀에 옮겨 싣는다. 야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짐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나귀는 예부터 고산지대에서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고 한다. 덩치는 작지만 힘이 센 데다 겁이 없어 좁은 벼랑길을 잘 다니기 때문이다. 한 마리당 25㎏씩 나눠지는데 예전엔 무리하게 많은 짐을 실어 나귀가 죽는 일도 있었다. 일행 중 누군가는 나귀에게 팁을 줘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우리 일행은 맞장구치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와라스는 페루의 중서부, 안데스 산맥 중심부에 위치한 고산 트레킹의 메카다. 시내 중심가인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는 등산장비를 팔거나 대여하는 가게, 여행사, 여행자 숙소가 즐비하다.

우아리팜파 계곡을 걷는다. 내리막길이라 수월하다.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을 4시간 걸어 파리아(Paria) 캠핑장에 들어선다. 이곳의 고도는 3천870m. 고산병에 대한 우려가 크다보니 고도를 자꾸 확인하게 된다. 그건 비단 필자뿐만이 아닌 듯하다.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일행이 한 일은 코카차를 마신 것이다.

고산병은 낮은 지대에서 고도가 높은 해발 2천~3천m 이상의 고지대로 이동하였을 때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반응이다. 대표적인 초기증상이 숨이 막혀 답답하고 두통을 느끼는 것인데, 고산병을 누가 경험하게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고산병 예방약 '소로체(Soroche)'를 먹기도 하고, 고산병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코카차도 마신다. 필자는 고산병까지는 아니었지만, 숨을 쉬어도 다 쉰 것 같지 않아 답답했다.

하늘·구름·설산·호수… 대자연이 그려내는 절경

따뜻한 수프 한 그릇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몸이 든든해진다. 코카차를 한 잔 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차디 찬 계곡물로 세수를 한다. 캠핑장에는 잠을 자는 텐트, 요리하는 텐트, 식사를 하는 텐트, '화장실 텐트'가 있다. '화장실 텐트'는 구덩이를 파고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천막을 쳐 놓은 텐트다.

나귀는 작은 덩치에 비해 힘이 센 데다 겁이 없어 좁은 벼랑길을 잘 다닌다. 나귀는 오래 전부터 고산지대에서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사진은 짐을 실어 나르는 나귀들).

해는 빠르게 졌고, 추위는 갑자기 몰려왔다. 영하 기온에서 기능을 발휘한다는 겨울용 침낭에 침낭 하나를 더 덮고, 갖고 있던 옷을 모두 껴입고 잠을 청한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온몸에 감돈다.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오전 6시경. 상쾌하면서도 차가운 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번쩍 든다. 아침식사 시간, 우박이 내린다.

둘째 날, 눈앞의 설산을 바라보며 평원을 걷는다. 시작은 평지였으나 곧 오르막이 나타나고 경사가 있는 가파른 암벽길이 나타난다. 혹여나 미끄러질까 싶어 발목에 힘이 들어간다. 고도도 점점 높아져 숨이 찬다.

산타크루스 트레킹은 해발 4천m가 넘는 고지에서 만년설을 입은 산과 하늘을 담은 빙하 호수와 설산을 만나볼 수 있다. 선명한 색채의 조화가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하다.

정오경 푼타우니온(Punta Union)에 도착했다. 해발고도 4천750m로 이번 트레킹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고개다. 360도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넋을 잃을 정도다. 만년설을 입은 산과 하늘을 담은 빙하 호수는 누군가 그려낸 듯 완벽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구름과 산을 뒤덮은 흰 눈이 섞인다. 이따금 흰 눈은 호수의 초록 물빛 속으로 떨어진다. 선명한 색채의 조화에 연신 감탄하다가 셔터를 눌러본다. 안데스는 직접 찾아온 트레커에게만 보여주는 선물이라는 듯, 사진기 안에는 그 아름다움이 다 들어오지 않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 풍경을 마음에 담을 뿐이다. 산봉우리 위로 구름이 연기처럼 피어나고, 저 발치 아래로 보이는 세상은 멀게만 느껴진다.

둘째 날 우리 일행이 묵은 곳은 고도 4천250m의 타우이팜파(Taullipampa) 캠핑장이다. 고도가 높아지니 일행 중 고산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간다.

트레커들은 한밤 추위에 떨고, 고산병을 겪으면서도 트레킹을 멈추지 않는다(사진은 휴식을 취하는 트레커들).

알파마요… 완벽한 피라미드 모양 봉우리

셋째 날, 하이라이트는 알파마요(Alpamayo)다. 해발고도 5천947m의 알파마요는 완벽한 피라미드 모양을 자랑한다. 가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 1위에 꼽히기도 했고, 할리우드 영화사 파라마운트 사의 로고에 나오는 산이라고 설명한다. 로고에 나오는 산은 북면이고, 우리처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은 남면이라고 덧붙인다. 날카로운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일행은 호들갑을 떨며 알파마요를 사진에 담아내기 위해 분주하다.

계곡을 걷다가, 아톤코차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걷는다. 여전히 반짝이는 호수 빛깔에 감동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다.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고 발을 쉬게 한다. 전날 발가락에 생긴 물집이 더 심해졌다.

셋째 날, 총 8시간을 걸어 야마코랄(Llamacorral, 3천760m)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 옆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다. 마지막 날이라 아쉬움이 깃든 느긋한 밤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저녁 식사 후에도 일행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고도가 낮아져 따뜻하게 잘 수 있다고 모두 행복해 한다.

마지막 날 아침, 캠핑장에 내려앉은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바위가 삐죽삐죽 솟은 가파른 내리막과 완만한 평지를 번갈아 걸었고, 3시간 만에 트레킹이 끝났다. 일행들은 간이상점에서 너나할 것 없이 앞다퉈 맥주를 마신다. 곧 미니버스를 타고 와라스 시내로 돌아간다. 이제 문명 세계다.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인터넷도 할 수 있다. 당연했던 일상을 경이로운 자연과 맞바꾸었던 지난 나흘. 잊지 못할 아름다움으로 남을 것만 같다.

작성자
글·사진 김정희
작성일자
2015-10-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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