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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70년 세월 안은 삶의 공간 … 부산 최초 아파트

남포동 국도시네마 뒷골목에 자리 … 1941년 청풍장, 1944년 소화장 지어

내용
남포동에 위치한 청풍장과 소화장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70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청풍장(淸風莊). 맑은 바람이 감도는 별장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맑은 바람, 청풍은 고금을 막론하고 나라 안팎을 막론하고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이기도 하다.
서울 청운동과 경남 함안 백세청풍 바위가 그렇고 일본 명승지로 지정된 교토 옛 정원 청풍장과 200년 역사 아소산 유황온천 청풍장이 그렇다.
일제강점기 1941년 일본인이 부산 원도심에 지은 청풍장 역시 맑은 바람이 감돌던 고급 아파트였다. 높다란 건물 없이 탁 트인 그 시절 자갈치와 남항 바다로 향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는 풍경은 얼마나 맑고 속 시원했을 것인가!

근대역사문화재로 등록 노력, 주거공간이라 무산
부산 첫 아파트 청풍장. 1941년 지었으니 70년을 훌쩍 넘었다. 중구 남포동 비프(BIFF)광장 국도시네마 뒤편 골목에 있다. 남포프라자 건물과 안경점 샛골목으로 들어가 처음 만나는 고색창연 4층 건물이 청풍장이다. 언뜻 보기엔 사람이 살겠나 싶어도 아직도 사람의 온기로 따뜻한 아파트다. 1층은 모두 점포고 2층 위로 주거지다. 아파트 뒤로 돌아가면 베란다 여기저기 화분이며 빨래며 사람 사는 모습이 정겹다. 2007년 문화재청이 청풍장과 옆에 옆에 있는 아파트 소화장(昭和莊)을 근대역사문화재로 등록하려다 무산된 것도 여기가 사람 사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소화장은 1944년 지은 아파트다. 고급 아파트에 대한 일본인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음이 읽힌다. 조선도시경영회사 부산지점 관사로 쓰였다. 그 회사는 동양척식 방계회사로 도시계획을 입안했다. 소화장 소화(昭和)는 사실 우리 민족에겐 뭔가 얹힌 듯 소화가 잘 안 되는 이름이다. '소화'는 1925년 즉위한 일본 천왕 히로히토 연호, 일제강점기와 2차 세계대전 중심에 히로히토가 있었다. 그러니까 청풍장과 소화장 모두 일본인 정서가 깊게 스며든 이름이다. 광복 이후 6 · 25전쟁 기간에는 임시수도 부산으로 피신 온 국회의원들 관사로도 쓰였다.

1940년대 일본 모더니즘 건축양식
1940년대 지은 부산 첫 아파트 청풍장과 소화장. 70년 나이치고는 여전히 건장하다. 노익장이다. 벽에 못 하나 박는데 누구는 반나절이 걸렸고 누구는 한나절이 걸렸고 누구는 아예 박지를 못했다고 한다.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적벽돌과 시멘트, 모래, 자갈로만 지었는데도 저리 '땐땐모찌'다. 그것도 70년 아파트가 그렇다. 일본을 경계하면서도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하는 대목이다. 건축 당시는 둘 다 3층이었지만 광복 이후 4층으로 증축했다. 외양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거의 비슷하다. 인근 부산근대역사관과 함께 일제 말기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세월은 무섭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부산 최고의 아파트였던 청풍장과 소화장 모두 지금 1층 안벽에 노란색 경고판이 붙어 있다. 건물이 노후하고 벽체 일부 균열, 누수 등으로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으니 통행과 주차에 주의하라는 안내문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시절 최고급 아파트가 저렇듯 아무리 잘 나가던 사람도 때가 되면 생의 뒤안으로 물러나게 하는 게 세월이다. 사는 게 뭔지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건지 막막할 때 자갈치 바닷바람이 청풍이 되어 부는 그 곳 청풍장과 소화장 골목을 느릿느릿 걸어 볼 일이다.

글 동길산 시인

 

작성자
부산이야기 2014년 11월호
작성일자
2014-11-2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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