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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삼나무·편백나무·대나무 창창한 숲길

갈맷길 700리 ⑦ 성지곡수원지~상현마을

내용

갈맷길 7코스는 성지곡수원지가 들머리다. 수원지 삼나무와 편백나무 숨소리를 몸으로 들으며 걷는 길이다. 나무가 내는 숨소리는 얼마나 고른가, 얼마나 가지런한가. 내 몸에서 나는 들뜬 숨소리를 고르며 내 마음에서 나는 어수선한 숨소리를 가라앉히며 걷는 길, 갈맷길 7코스. 사람도 마침내 나무가 되어야 끝나는 길이 갈맷길 7코스다.

나무와 함께 걷는 7코스 … 22.3㎞ 9시간

7코스는 두 구간으로 나뉜다. 1구간은 성지곡수원지에서 금정산 동문까지 9.3㎞, 4시간 거리다. 2구간은 동문에서 선동 회동수원지 입구 상현마을까지 13㎞, 5시간 거리다. 그러니까 7코스는 수원지에서 시작해 수원지로 끝나는 길. 무에서 시작해 무로 끝나는 인생길과 흡사하다.

7코스는 시작부터 기를 죽인다. 하늘에 가닿을 듯 창창한 나무들. 삼나무와 편백이다. 일자로 곧게 뻗은 키도 그렇고 약간 느슨한 외피도 그렇고 삼나무가 편백 같고 편백이 삼나무 같다.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어떻게 다를까. 다른 거야 한둘이 아니겠지만 이파리가 결정적으로 다르다. 삼나무 이파리는 오므려 있고 편백 이파리는 편 듯 편평하다. 어느 나무든 같아 보여도 다른 게 하나씩은 있고 달라 보여도 같은 게 하나씩은 있다. 사람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나무에 가장 가까운 게 사람이고 사람에 가장 가까운 게 나무다.

7코스 1구간은 숲길이 정일품이다. 한여름 땡볕은 정일품에 들지 못해 시샘한다. 경사가 완만해 걸음걸이도 완만하다. 곳곳이 평지고 곳곳에 나무벤치다. 유치원 아이들이 재잘거리고 재잘거리는 소리에 놀라서 눈알이 동그래진 새들이 재잘거린다. 아이와 어른이 공존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한다.

범어사 숲길.

갈맷길 7코스 1구간은 성지곡수원지에서 금정산 동문까지 9.3㎞, 4시간 거리다. 2구간은 동문에서 선동 회동수원지 입구 상현마을까지 13㎞, 5시간 거리다(사진은 성지곡수원지 나무데크길).

하늘 닿을 듯 창창한 나무 숲길

“나뭇잎으로 모자를 만들어 볼까요.” 마음이 나무 이파리처럼 파래질 때쯤 갈림길이 나온다. 만덕고개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쇠미산. 높이가 300m쯤 될까 말까한 야트막한 산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1급수에서만 서식한다는 도롱뇽을 품은 습지는 보호구역. 연못 같은 습지를 에둘러 나무다리와 나무난간이 놓인 생태체험장이 보인다. 나뭇잎으로 모자를 만드는 숲해설가 손동작을  바라보는 유치원 아이들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동래구가 10월 까지 운영하는 학생체험장은 매월 1· 3주 수요일 오후 열리고 일반인은 4주째 토요일 오전 관람이 가능하다.

만덕고개는 고갯마루. 땀도 식힐 겸 호기를 부린다. 내려다 보면 세상은 발아래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지존이다. 부러울 것 없고 기죽을 것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땀을 식혔으면 신발끈 단단히 죄고 나서 보자. 길은 금정산 남문을 거쳐 동문을 거쳐 북문까지 가파르게 이어진다. 특히 남문까지가 빡세다. 2.3㎞ 70분 남짓 거리지만 경사가 심해 땀은 두 배 세 배. 땀 흘리는 만큼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 역시 가벼워진다.

남문에서 동문, 북문까지는 비단길이다. 북문 이후부터는 범어사를 거쳐 하산하는 내리막이다. 동문까지는 2.0㎞ 60분, 북문까지는 3.8㎞ 70분. 동문을 지나 부채바위 제2망루 원효봉 북문에 이르는 길은 부산을 제대로 보는 명품길이다. 이 길을 아니 걷고선 부산을 봤다고 말 못할 듯. 부산을 제대로 봤다고 큰소리치고 싶은 그대, 금정산 남문에서 북문에 이르는 5.8㎞ 갈맷길을 걸어 보시라. 금정산 갈맷길에 푹 빠져 보시라.

금정산 고당봉에 오르면 아름답고 시원한 부산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금정산 남문과 동문을 거쳐 도착한 북문.

부산 제대로 보는 명품길

“그냥 누룩이 아니고 500년 된 누룩입니다.” 동문에서 내려다보면 학이 알을 품은 둥지 같은 마을이 보인다. 산성막걸리 고장 산성마을이다. 전통 민속주 막걸리 빚기 체험장 산성문화체험촌 차일찬 촌장 어조엔 자신감이랄지 자부심이 묻어난다. 100년도 아니고 200년도 아니고 무려 500년. 500년 세월을 호위무장처럼 배경에 두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누룩은 잘만 간직하면 씨간장처럼 몇 백 년이고 면면히 이어진다. 그래서 막걸리 역사는 누룩의 역사인 셈이다. 누룩의 역사가 500년이 됐다면 막걸리의 역사 또한 그쯤 된다.

산성막걸리가 팔도에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금정산성을 쌓을 무렵. 그때가 1700년대 초다. 전국에서 모여든 축성 인부가 새참 대용으로 가까운 마을에서 빚은 막걸리를 음용하게 됐고 그 인부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거기 술맛 참 좋더라!’고 입소문을 내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이다. 산성을 쌓기 이전부터 이곳 화전민들이 생계용으로 술을 빚었다 하니 산성막걸리 500년 역사가 영 빈말은 아니다.

북문에서는 약간의 갈등이 생긴다. 저리 가면 금정산 정상 고당봉, 이리 가면 범어사 하산길. 갈맷길을 고집하면 범어사로 내려가야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려니 뭔가 아쉽다면 일탈이 필요하다. 어차피 일탈의 연속인 인생길, 의도했던 길에서 벗어나 정상을 밟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 금정의 우리말은 금샘. 전설로만 전해지던 금샘을 찾아낸 이는 소설가 최해군 선생을 비롯한 부산의 향토사학자들이다. 이정표를 잘 살펴 금샘에 가 보자. 물 고인 금샘에 얼굴을 비추며 ‘내가 참 잘 생겼구나!’ 잠시나마 나르시시즘에 빠져 보자.

갈맷길 7코스는 부산을 제대로 보는 명품길이다. 특히 고당봉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일품이다(사진은 고당봉에서 하산 중인 등산객들).

범어사에 부는 시원한 대숲 댓바람

범어사는 천년 고찰. 통도사, 해인사와 더불어 영남 3대 사찰이다. 볼거리는 많고 많지만 다 보고 갈 수는 없는 일. 대웅전 앞 2층 종각만큼은 보고 가자. 북이 얼마나 큰지 스님 두 분이 양팔에 북채를 쥐고서 휘둘러도 자리가 남는다. 천정에 매달린 목어도 숲길처럼 정일품. 목어를 두들기면 세상 모든 물고기를 대신해서 울어주는 나무 물고기 소리에 들뜬 숨소리가 가라앉고 어수선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범어사에서 인가가 있는 팔송까지는 옛길. 넓적한 암벽에  ‘金魚洞天(금어동천)’ 멋지게 휘두른 붓글씨가 각자돼 있다.  대숲 댓바람을 들이키며 걸으면 등짝이 서늘해지고 등짝이 감싼 마음이 서늘해진다. 서어나무 숲도 일품이다. 외피가 울퉁불퉁 근육질처럼 생겨 남성미를 간직한 서어나무의 군락지는 숲 천이의 마지막 단계다. 다르게 말하면 극상림이다. 서어나무 학명을 풀이하면 ‘나무의 우두머리.’ 나무의 우두머리를 좌우로 거느리며 옛길을 걷는 기분이 그저 그만이다.

동문에서 북문에 이르는 길은 가파르다. 경사가 심해 땀을 많이 흘리지만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구불구불 옛길은 인가가 나오면서 끝난다. 이제부터는 주택가를 누비거나 도로를 또는 하천을 따라 걷는다. 테마공원을 갖춘 경륜장, 스포원파크가 나오고 연꽃농장이 보이고 한국     최초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가 보이고 회동수원지로 흘러가는 수영강 중상류 물줄기가 보인다. 갈맷길 7코스 끝 지점 선동 상현마을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은 그늘이 귀하다. 아카시나무 그늘이 저 앞에 보인다. 지금은 7월. 꽃을 모두 떨어뜨리고 한결 가벼워진 아카시나무다. 저 그늘에 들면 나도 가벼워질 것인가. 시 한 편 떠올리며 7코스를 마무리한다.

꽃이 다 진 아카시아 이파리를 만진다 / 꽃을 다 놓아주고 가벼워진 이파리를 만진다 / 이파리를 비추던 햇빛이 물러난다 / 이파리는 햇빛을 붙들지 않고 / 햇빛은 머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 숲을 감싸는 고요가 /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 이파리가 꽃을 놓아주듯이 / 햇빛이 물러나듯이 / 놓아주고 물러나면서 얻어진다는 사실을 / 한때는 꽃이던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 꽃에 맺힌 이슬이던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 이파리에 비하면 꽃은 얼마나 짧은가 /  햇빛에 비하면 이슬은 얼마나 짧은가 / 당신은 푸른 고요 속에 어른거리고 / 나는 꽃이 진 아카시아 이파리를 만지고 있다 / 꽃을 다 놓아주고 가벼워진 이파리를 /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갈맷길 7코스 축제

4월 우리문화체험축제마당(어린이대공원 일원) ☎ 860-7848
5월 금정산성 막걸리축제(금정산성, 스포원파크, 부산대 일원) ☎ 519-5066 (금정구)
10월 부산갈맷길축제 (갈맷길 전역) ☎ 505-2224(걷고싶은부산)

가 볼만한 곳

어린이대공원
산책로와 수원지, 삼림욕장, 휴식공간을 두루 갖춘 도심 속 자연휴식공간. 공원 안에 학생교육문화회관과 어린이회관이 있다.

남문
평거식 문(平居式門)으로 폭 290㎝, 높이 280㎝다. 문 상부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익공계 팔작지붕의 단층 문루다.

동문
홍예식 문으로 폭 300㎝, 홍예 높이 340㎝. 금정산 주능선의 해발 415m 고개에 있다. 전망이 뛰어나다. 금정산성 사적 제215호(1971. 2. 9). 길이 1만8천845m, 성벽 높이 1.5∼3m, 총면적은 8.2㎢로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산성이다.

금샘
고당봉 동남쪽 8부 능선에 돌출한 바위 무더기 가운데 남쪽에 우뚝 솟은 바위다

작성자
부산이야기 2013년 8월호
작성일자
2013-09-0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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