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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17년 7월호 통권 129호 호 기획연재

파도 소리·갯내음 동무 삼아 걷다보면 어느새 여름더위 저만치 뒷걸음질 치네

내용

풍경에 풍경을 이은 갈맷길. 역사와 문화에 마음을 흠뻑 적시고 자갈 구르는 소리, 허옇게 몸을 뒤집는 파도, 갯내음을 동무 삼아 정감 넘치는 기찻길을 걷다보면 더위도 빠르게 뒷걸음질 친다. 지난달에 이어 부산항대교를 가로질러 영도구 태종대~국립해양박물관~국제크루즈터미널~아미르공원~동삼해수천~동삼동 패총전시관(3.7㎞)을 둘러보는 갈맷길 3코스 3-3구간과 남구 부산문화회관~일제강제동원역사관~UN평화기념관(0.5㎞)을 둘러보는 3코스 3-1구간, 해운대구 구덕포~동해남부선 폐선부지~달맞이길(1.7㎞)을 걷는 아름다운 해안길인 1코스 1-2구간을 천천히 걸으면서 소개한다. 

 

영도구 아미르공원 

▲ 영도구 아미르공원.

 

해안절벽·해송이 빚어내는 고품격 경관 ‘태종대’

태종대로 들어가기 위해 바다 위를 달리는 부산항대교. 항만배후도로답게 양쪽으로 신선대 부두와 감만 부두의 하역작업을 돕는 크레인이 우뚝 서있다. 남구와 영도구를 연결하는 부산항대교는 특히 다리 밑에서 보는 야경이 아름답다. LED 조명이 연속으로 바뀌며 화려한 빛 축제를 벌인다. 2014년 개통한 부산항대교는 다이아몬드형 주탑 모양의 사장교(교각 위에 세운 탑에 케이블을 비스듬히 설치해 다리를 지지하는 공법)로 전국 최초 고리형 접속도로가 있다. 영도에서 나올 때 부산대교에서 보이는 부산항대교가 마치 나사모양으로 빙빙 돌아가는 형상의 거대한 설치미술처럼 이색적이다. 지질공원인 태종대는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의 암벽해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고품격의 경관을 자랑한다. 탁 트인 대한해협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야가 좋은 날에는 다대포 형제섬·나무섬, 거제도, 일본 쓰시마섬까지 보인다. 뿐만 아니라 섬 전체가 해송을 비롯한 120여종의 수목으로 뒤덮여 숲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가 짠 바닷바람에 섞여 더욱 상쾌하다. 또 영도등대에서 잘 보이는 주전자섬, 신선바위, 망부석은 태종대의 보물이다. 초여름 수국으로 인기를 끄는 태종사도 가볼만한 사찰이다.

  

태종대 유람선 선착장. 

▲ 태종대 유람선 선착장.

 

시민 품으로 돌아온 ‘감지해변 자갈마당’

태종대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감지해변의 자갈을 굴리는 파도의 노래가 일품이다. 그동안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불법 포장마차가 바다 전망이 좋은 위쪽으로 옮겨 ‘조개구이촌’으로 산뜻하게 재정비 했다. 40여년 만에 깊고 맑은 수심을 자랑하는 자갈해변에는 몽돌이 고요한 빛을 발한다. 엔진을 끄고 느긋하게 쉬고 있는 보트 너머 잠수복을 입은 해녀 두 분이 번갈아 가며 자맥질을 하고 있다. 

태종대 순환도로는 전망대 방향에서 왼쪽으로 가면 등대, 자갈마당, 신선바위, 태종사, 의료지원단 참전기념비가 나오고, 오른쪽은 전망대, 남항 조망지, 구명사로 간다. 태종대를 한 바퀴 돌아오는 알록달록한 ‘다누비열차’는 유원지의 흥을 돋운다. 다누비열차 코스는 전망대~등대~태종대~광장이며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어른 3천원, 어린이 1천500원. 다누비 승차장에서 시원한 야왜나무 숲길을 따라 80m가량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유람선 선착장에 닿는다. 유람선은 40분이 소요되는 코스로 자갈마당~모자상~전망대~망부석~신선바위~영도등대~한국해양대학교를 돌아 다시 태종대로 돌아온다.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요금은 성인 1만원, 소인 6천원이다.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생물과 문화를 알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국립해양박물관의 터널식 수족관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생물과 문화를 알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국립해양박물관의 터널식 수족관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해양 생물·문화 체험 가득한 ‘국립해양박물관’

지하1층·지상4층의 복합문화공간인 국립해양박물관은 물방울이 떨어져 튀는 모양을 형상화한 우주정거장 같은 멋진 건물이다. 상설전시실(8개관), 기획전시실, 어린이박물관, 해양도서관, 대형 수족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3층과 4층 전시 공간이 가장 인기 있다. 실물의 절반 크기로 만든 ‘조선통신사’ 모형 배는 선수와 선미가 솟아 있고 배에 방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박물관의 자랑은 지름 11m의 대형 원통 수족관이다. 터널형이라 머리 위로 발 아래로 헤엄치는 300여마리의 물고기를 볼 수 있어 깊은 바닷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터치풀에서 조개, 성게, 불가사리 등의 바다 생물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와∼진짜 물고기하고 똑같아!” 신기함에 붙들린 아이들의 눈이 점점 커진다. 둥그런 풀장에 몸길이 40㎝ 정도 되는 로봇물고기 3마리가 실제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장애물을 피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상하좌우, 수직과 수평 이동이 가능한 로봇물고기의 내부구조를 전시해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요트를 운전해보는 해양체험관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다. 박물관 내 부속시설로 ‘어묵체험관’이 있다. 체험시간은 총 90분. 예약제로 운영한다. 3살부터 성인까지 참가 가능하며 재료비만 내면 수제 어묵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미리 예약해 두고 박물관 관람이 끝난 뒤 어묵체험관에서 출출한 배를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탁 트인 바다 보며 산책하는 ‘아미르공원’국제크루즈터미널 주변은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고유의 전통양식으로 꾸며졌다. 정자와 솟대, 장대석의자 등이 있으며 화단은 해풍에 강한 눈향나무, 산철쭉, 해송, 후피향나무 등으로 조경돼 있다. 터미널 뒤편 잔디밭에는 벤치가 있어 바다를 보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오륙도, 부산항, 한국해양대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크루즈터미널에서 바다를 끼고 7분 남짓 걸어가면 가슴이 뻥 뚫리는 ‘아미르공원’이 나온다. 길이 600m, 폭 38m의 새파란 잔디밭이 길고 넓게 펼쳐져 있고, 잔디밭 옆으로 벤치가 있는 산책길도 조성돼 있다. 잔디광장, 바닷가 쪽으로 설치된 파고라(사방이 뚫려있는 휴게시설), 조명시설,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산책길을 따라 느티나무, 팽나무 등을 심어 시원한 그늘과 함께 운치를 더해준다. ‘아미르공원’의 명칭은 동삼동의 옛 이름인 구룡동(駒龍洞)에서 유래한 망아지(駒)의 ‘아’와 용(龍)의 순우리말 ‘미르’를 합성한 것이다. 중앙광장에 설치된 ‘절영마상’은 금방이라도 한 무리의 말들이 힘차게 뛰어 나갈 자세다. 


신석기시대 체험하는 ‘동삼동 패총전시관’ 

동삼혁신지구를 관통하는 ‘동삼해수천’은 한국해양대 방파제 입구 바다에서 ‘국제크루즈터미널’로 이어지는 갈맷길이다. 길이 2,196m에 폭 5m로 U자형으로 만든 인공 수로이지만, 벚꽃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숨은 명소이기도 하다. 2개의 구름다리가 멋들어지게 놓인 동삼해수천은 봄이면 벚꽃 길로, 여름이면 시원한 물과 나무 그늘로 찾는 발길이 잦다. ‘동삼동 패총전시관’은 신석기시대 유적 중 가장 오래된 동삼동 패총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100여점의 귀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패총 발굴지를 1/5로 축소한 토층전사 모형은 신석기시대를 마주한 듯 실감난다. 콩, 기장, 조 등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재배곡물과 독무덤, 조개팔찌 등 다채로운 전시품들이 눈길을 끈다. 방학기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개팔찌와 토기 만들기 체험 교실이 열린다. 예약접수로 참여 가능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의 뼈아픈 역사가 기록된 ‘일제강제동원역사관’. 

▲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의 뼈아픈 역사가 기록된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역사·문화 알아 가며 걷는 길

남구에 새롭게 추가된 갈맷길은 ‘부산문화회관’에서 출발한다. 부산문화회관은 부산을 대표하는 대규모 복합문화공연장답게 오페라·연극·발레·뮤지컬·오케스트라·재즈·성악·한국무용·국악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뜨거운 여름, 여유 있는 문화공연은 더위를 쫓는 또 하나의 피서방법이다.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피맺힌 역사를 더듬어 보고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는 것도 뜻깊다. 역사관에서는 육성으로 녹음한 북해도 ‘고락가’를 감상할 수 있는데, 탄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배고픔이라고 한다. 8월 20일까지 역사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4번의 전쟁! 아물지 않은 상흔전’을 열어 전쟁의 참상을 극명하게 전달한다.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이웃해 있는 ‘UN평화기념관’에서 전쟁이나 빈곤 없는 행복한 지구를 꿈꾸며 평화의 소중함을 매만져보는 것은 어떨까.

 

‘옛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는 송정 구덕포에서 달맞이언덕 문탠로드로 이어진다. 철길을 따라 바닷길과 숲길을 모두 걸을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다. 

‘옛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는 송정 구덕포에서 달맞이언덕 문탠로드로 이어진다. 철길을 따라 바닷길과 숲길을 모두 걸을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다.

 

구덕포에서 달맞이언덕으로 이어지는 해안길 

‘구덕포’는 송정과 청사포 사이에 있는 작고 아담한 포구다. 동쪽 해안은 대부분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서쪽은 부흥봉에서 남쪽 달맞이고개로 이어지는 산이 있다. 해안가에는 고두말바위 등 기암괴석이 있고, 후리질을 하던 조용한 어촌마을이 관광지로 변해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낮은 담장 너머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마당과 예쁜 분홍색 지붕, 여기가 ‘구덕포상회’다. 마을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독지가가 얼마 전까지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시던 집을 구입해 집의 형태는 전혀 훼손하지 않고 튼튼하게 리모델링해서 작은 소품 가게를 열었다. 구덕포 마을 뒤편 서늘한 굴다리를 지나면 ‘옛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로 오르는 길이 있다. 미포에서 송정 철길 4.8㎞ 구간은 부산시민들의 자부심이다. 어울마당까지 철썩이는 청사포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문탠로드는 달맞이 굽잇길로 이어진다.   

긴 여행의 끝자락에 어둠이 내려앉고 해월정 위로 둥근달이 떴다. 철길 옆에서 먼 바다를 보며 혼자 앉아 있던 빈 의자는 파도소리에 귀를 내어주고 별빛에 시린 마음을 데울 것이다. 과거는 언젠가는 드러나는 지층과 같은 것이다. 시간의 흔적을 뭉개버리면 복원하기 어렵다. 편리함만 좇지 않고 풍경을 거느리고 천천히 걷는 갈맷길. ‘낡음’ 속에 ‘새로움’이 번득이는 갈맷길 감성여행은 집에 돌아와도 잔잔한 파도 같은 여운을 준다.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7-06-2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7년 7월호 통권 129호 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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