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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12월호 통권 146호호 문화관광

언 손 녹이는 따뜻한 음악 … 아날로그 감성에 숨죽이는 곳

LP 음악 카페

내용

낙엽 끝에 첫눈 소식이 묻어온다.  

한해의 끝자락으로 달려가는 시간, 잠시 숨을 고르며 LP음악 감성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음악이란 모든 지혜와 철학보다 드높은 계시라고 했던가. 

바늘이 긁어대는 열정과 고독, 부산의 LP음악 카페를 소개한다.

 

LP 음악카페 

 


품격 높은 음악의 향연 ‘필하모니’ 

대연동 문화회관 맞은편에 클래식 음악카페 ‘필하모니’가 있다. 2층에 자리한 카페 구조가 이색적이다. 한 공간이 1층과 

2층으로 분리된 유럽풍 실내에 피아노·빈티지 소품·2천여 장의 LP·4천여 장의 CD 배치가 고풍스럽다. 클래식과 재즈를 혼합한 피아졸라의 탱고가 흐른다. 음과 음의 연결이 애잔하다. 휘몰아치던 탱고가 아스라이 멀어졌다가 폭우처럼 쏟아진다. 귀가 번쩍 열린다.

잠깐 들어봐도 음질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고음에서도 소리가 찢어지지 않는다. 소리란 역시 고민한 만큼 정교하고 풍부한 음역을 얻을 수 있다. 같은 음악이라도 음악을 들려주는 이의 노하우에 따라 천차만별. 이것이 아날로그 시스템의 매력이다. 파워앰프·턴테이블·스피커·톤암·카트리지·트랜스 포노앰프·소스 기기 등이 잘 튜닝된 LP음악은 연주회장의 실연보다 만족감을 준다. MP3 같은 디지털 음원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음악의 홍수 시대에 음악이 대접받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필하모니에서는 다르다. 음악이 극진한 예우를 받는다.

필하모니에는 미리 기획된 음악 프로그램 따위는 없다. 클래식·재즈·기타·송년 음악회·신춘 음악회 등이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진다. 연주 시간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 흥이 오르면 동이 트도록 계속될 때도 있다. 연주자와 관객의 혼연일치. 이와 같은 독특한 음악 분위기가 필하모니의 힘이다.

필하모니는 1981년 중구 광복동에 문을 연 최초의 클래식 음악 감상실이다. 당시 이웃 양복점의 화재로 고가의 명품 스피커와 수많은 음반·그랜드 피아노·음향기기 등을 소실했다. 그 후 세를 든 건물주의 부도로 위기를 겪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2년 대연동에 자리를 잡았다. 필하모니는 광복동에서 광안리, 다시 대연동 시대로 부산의 문화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필하모니에서는 식사를 곁들일 수 있으며, 메뉴로 커피·생맥주·스파게티·버섯해물라이스 등이 있다. 영업시간은 12:00~24:00.

필하모니
위치: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76번길 28
전화: 051-628-2592

  

필하모니는 그날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즉흥 음악회를 진행한다. 

▶ 필하모니는 그날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즉흥 음악회를 진행한다.

 

 

어둑한 실내에서 즐기는 오페라의 매력 ‘오페라 바움’

송정해수욕장 동쪽 공수마을 끝자락에 ‘오페라 바움’이 있다. ‘바움(Baum)’은 독일어로 나무를 의미한다. 오페라로 숲을 일군 공간, 하얗게 용트림하는 송정 바다를 보며 일출과 일몰처럼 이곳에서 막을 오르내린다. 좌석 40석 규모의 음악 감상실이 꽤 감각적이다. 잠수함에 승선한 듯한 어두컴컴한 실내에 20명 남짓한 회원들이 오페라 공연에 푹 빠져있다. 작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감상실 안. 120인치 대형 스크린은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 ‘코지 판 투테’가 장악했다.

프레스토(presto)로 들어가자 바이올린·오보에·플루트 등의 악기가 리드믹컬하게 연주된다. 관능미 넘치는 화면 중간중간 애절하게 솟구치는 아리아 코지 판 투테는 사랑의 변심을 다룬 희극이다. 국내에서는 ‘여자는 다 그래’라는 제목으로 공연됐다. 피날레 합창 ‘낙천적인 사람은 행복하다’가 울리면서 막이 내린다. 2막으로 이루어진 188분의 공연이 끝났다. 불이 켜지고 이어지는 티타임. 회원들 간의 수다가 잔잔한 바다의 물비늘처럼 반짝인다.

이어 심형섭 대표의 ‘오페라 제대로 감상하기’ 수업이 1시간가량 진행됐다. 오페라는 음악·연기·문학이 집합된 종합무대 예술이다. 오페라 바움에서는 기초반·중급반·심화반으로 나누어 오페라 감상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초반은 매주 목요일·중급반은 토요일·화요일에 열린다. 금요일에는 영화·대중음악·클래식·팝·재즈 등을 감상하는 ‘열린 감상시간’이 진행된다.

영업시간은 평일 11:00~20:00. 소액의 회비로 다과와 커피는 무료로 제공하고 와인은 2만 원에 판매한다.

 

오페라 바움
위치: 부산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관광 7로 31 헬로시티 307호
전화: 051-722-9597

 

좌석 40석 규모의 음악 감상실 ‘오페라 바움’에서는 120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 좌석 40석 규모의 음악 감상실 ‘오페라 바움’에서는 120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과거 전설 명맥 잇는 LP카페 ‘음악에’

‘음악에’는 광복동 옛 유나백화점 인근 국제시장 골목 3층에 있다. 한국전쟁 당시 세계적인 항구를 끼고 있던 광복동은 우리 문화의 중심지였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왔거나, 밀수품인 LP레코드판으로 서울보다 최신음악을 먼저 접했다. 전쟁 상흔을 음악으로 달랬던 시절, 부산에는 ‘무아’라는 음악 감상실이 있었다. 무아의 마지막 DJ가 음악에를 열고 그 전통을 잇고 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음악에로 오르는 계단에 굵은 등산용 로프가 매어있다. 산을 좋아하는 정병호 대표의 소품이자 손님에 대한 배려다. 실내에 들어서면 주홍 불빛을 담은 난로가 반긴다. 벽면 가득 17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애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2천여 장이 훌쩍 넘는 LP·CD·DVD·오래된 앨범·작은 무대·낡은 통기타가 그렇다. 뒤쪽 벽면 스크린에는 요즘 가장 핫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피아노를 치며 가성·미성·탁성을 넘나든다. 락·발라드·아카펠라·오페라가 혼재된 음악, 예술의 아름다운 가시에 영혼이 찔린다. 대형 스피커로 듣는 맛이 다르다.

턴테이블 위에 마이크를 설치해 옛 ‘DJ BOX’를 구현한 센스. 주인은 가끔 손님들의 음악 리퀘스트로 멘트를 날려준다. “자, 다음 곡은 인디언 레저베이션~.” 낭만을 발사하는 화법이다. 원곡은 마빈 레인워터가 불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레이더스의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리운 시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음악에 영업시간은 17:00~02:00. 간단한 음료와 수입 맥주를 판매한다.

음악에
위치: 부산 중구 중앙로40번길 20
 

 

국제시장의 전설적 음악 감상실 ‘무아’의 후계자 ‘음악에’. 이곳에는 2천여 장이 넘는 LP‧CD‧DVD‧오래된 앨범이 가득하다. 

▶ 국제시장의 전설적 음악 감상실 ‘무아’의 후계자 ‘음악에’. 이곳에는 2천여 장이 넘는 LP‧CD‧DVD‧오래된 앨범이 가득하다.

 


LP 바다 항해하는 음악선 ‘세라비’ 

부산 앞바다와 잘 어울리는 광안리 ‘세라비 LP 음악 감상실’. 단골손님들이 5대째 가게를 인수해 맥을 이어왔다. 내부로 들어서면 블루스의 제왕인 기타리스트 로버트 존슨의 사진이 보인다. 스물일곱 짧은 삶을 음악으로 연소시킨 불꽃같았던 연주자, 현재의 세라비를 있게 한 음악 혼이 액자 속에 일렁인다.

나선형으로 생긴 음악 감상실은 항해 중인 여객선을 연상시킨다. 선수에 해당하는 공간에 둥그런 조타대가 설치돼 있다. 항로표지까지 세운 세라비의 단골손님들은 이곳을 더러 ‘세라비호’로, 정흥상 대표를 ‘선장님’으로 부른다. 스탠다드바와 세 개뿐인 테이블은 손님들끼리 음악적 공감과 연대를 느낄 수 있는 구조다. 양쪽 벽면 가득 LP판이 꽂혀있고, 2대의 턴테이블이 레코드판을 돌린다.

신청곡 위주로 음악을 틀어주는 세라비는 희귀 음반이 많기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간혹 세라비를 찾는 손님의 신청곡 중 미처 소장하지 못한 LP가 있으면 곡목을 적어두었다가 구입한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들려주려고 노력하는, 음악 제공자로서 프로 정신이 있는 흔치 않은 음악카페다.

LP를 고른 뒤 헝겊으로 정성껏 닦는 과정이 경건해 보인다. 쉽게 생산되고 쉽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정성이 담긴 선곡이 ‘세라비’를 찾는 마음들을 어루만져 준다. 어둑한 조명 아래 재즈 음악가이자 트럼펫 연주자인 쳇 베이커의 우수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l fall in love too easily….’ 내가 사랑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내 세상이 된다. 이것이 바로 음악이 지향하는 세계일 것이다. 세라비 영업시간은 18:00~04:00, 매주 월요일은 휴업이다. 각종 음료와 수입 맥주를 판매한다.

세라비 LP 음악 감상실
위치: 부산 수영구 남천동 3-58, 봉황상가 지하

 

 

클래식 음악 대중화 꿈꾼다 ‘무지크바움’ 

‘무지크바움’은 도시철도 1호선 교대 전철역 5번 출구, 동래방향 30m쯤에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벽면을 장식한 그림에서 음악의 향기가 피어난다. 음악홀 강경옥 대표는 “30년 전부터 무아·필하모니 등을 섭렵했다”며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물고기처럼 음악을 떠난 삶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 그것 하나만 믿고 필생의 꿈을 무지크바움에 세웠다. 벌써 6년 전 일이다.

고가의 원목으로 모던하게 꾸민 음악 감상실에 그랜드 피아노가 품격을 더했다. 전면에 작은 무대가 있고, 집중도를 높인 35석의 좌석 배치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가끔 연주자들의 신작 발표 무대가 되곤 한다. 30년간 꾸준히 모은 3천 장이 넘는 LP·CD·DVD로 음악실을 가득 채웠다. 무지크바움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꾀할 뿐만 아니라 인문학·영화·오페라·발레특강· 미술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12월에도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강좌가 5~6회 예정돼 있다. 음악 감상실 이용료 1만 원이면 커피는 무료다. 독특한 음악 로고가 새겨진 에코백과 머그잔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무지크바움
위치: 부산 연제구 거제1동 121-23, 중앙대로 1225
전화: 070-7692-0747

 

무지크바움은 인문학‧오페라‧미술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장 내 마련된 무대에서는 연주자들의 신작 발표 연주회도 열린다. 

▶ 무지크바움은 인문학‧오페라‧미술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장 내 마련된 무대에서는 연주자들의 신작 발표 연주회도 열린다.

 

 

날씨에 민감해지는 초겨울. 구석구석 숨어있는 음악카페를 투어하며 삶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지난 시간을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 LP음악으로 헛헛한 마음을 충전한다면 다가올 혹한도 따뜻할 것이다. 말보다 큰 음악의 힘을 믿는다.

 

작성자
글· 이영옥 시인/ 사진·권성훈
작성일자
2018-12-1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12월호 통권 146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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