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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11월호 통권 145호호 문화관광

100년 넘은 로스터기로 뽑은 커피 향은?

전포카페거리 새 명물 … 커피 관련 골동품 420개 전시

내용

서면 전포카페거리에 부산 커피박물관이 문을 열었다(사진은 커피박물관 김동규 관장). 

▶ 서면 전포카페거리에 부산 커피박물관이 문을 열었다(사진은 커피박물관 김동규 관장).

 

커피는 밤처럼 검고 아침처럼 섬세하다. 커피에는 커피 향보다 진하고 뿌리 깊은 커피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래서 대중적이지만 격조가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랜드마크9’ 옆에  ‘부산 커피박물관’이 개관했다. 들어가는 출입구에 영국 황실에서나 봄직한 마차와 빨간 공중전화부스가 서 있다. 다이얼 전화기가 소곤소곤 가을볕을 타고 커피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철물상과 공구상이 밀집해 낙후됐던 전포동거리가 최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카페투어’를 올 만큼 입소문을 탔을 뿐 아니라, 뉴욕 타임지에서 선정한 ‘2017년 세계 명소 52곳’ 중 하나로 소개된 화제의 장소다. 트렌드가 들불처럼 번진다 해도 정체성이 오롯한 문화가 버팀목이 돼주지 않으면 그 생명은 짧다. 그것을 염려한 사람들이 뜻을 모아 지난 6월 ‘부산 커피박물관’을 오픈했다.


세계 각국서 수집한 커피 골동품 … 직접 만져볼 수도  

부산 커피박물관은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1층에는 카페와 소품 가게가 입점해 있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김동규(41) 관장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커피 골동품 989개 중 420개를 부산 커피박물관에 공개했다. 골동품의 덩치가 크면 분해해 항공 포장, 해상으로 반입했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1800년대 중반에 만들어 시대적 감각을 고스란히 담은 독수리 장식품 등은 화려하면서 섬세하다. 오랜 시간이 품고 있던 진한 향기에 자극된다. 박물관에는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커피 유물들이 빼곡하다.

커피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골동품인 기물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1850년 프랑스 파리에서 제작된 그라인더(원두 가는 기계)로 직접 로스팅 체험도 할 수 있다. 

 

커피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기물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 커피박물관에는 김동규 관장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커피 그라인더와 로스터, 추출기 등 약 280점의 기물이 전시돼 있다. 

▶ 커피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기물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 커피박물관에는 김동규 관장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커피 그라인더와 로스터, 추출기 등 약 280점의 기물이 전시돼 있다.

  

카페 분위기에서 즐기는 이색 볼거리

커피박물관은 일반적인 박물관 형식을 과감하게 깼다. 들어가면 카페처럼 부담이 없고 편안하다. 이곳에서는 커피 로스터(생두 볶는 기계), 커피 그라인더(분쇄기), 여러 가지 용도의 커피머신(추출기), 커피잔과 홍차 찻잔, 저울, 포터 필터(커피 가루를 담는 필터), 템퍼(커피 가루를 평평하게 누르는 도구) 등의 기물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전시품이 지닌 역사도 흥미롭다. 커피 그라인더의 역사는 18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 가문의 장 피에르 푸조는 철강회사 사장이었다. 농기구를 만들던 철강회사는 이후 재봉틀과 커피 그라인더 제작 회사로 발전했다. 커피 그라인더는 ‘대박’이었다. 이 같은 성공을 등에 업은 손자 아르망 푸조는 자전거 제작에 나섰다. 이후 승승장구해 삼륜 전동차까지 개발했다. 농기구 제작 회사가 커피 그라인더를 발판 삼아 자동차 회사로 발전한 것이다.

부산 커피박물관에서는 푸조 가문이 초창기에 만든 업소용 ‘푸조00번’, ‘푸조0번’, ‘푸조1번’, ‘푸조2번’, ‘푸조3번’, ‘푸조4번’ 모두를 관람할 수 있다.

황동으로 만든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100년 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것인데, 튼튼하면서도 정교하다. 요즘 제품은 거의 내장형이지만, 시계 모양의 동그란 압력계, 해바라기처럼 생긴 커피 추출구, 물이 드나드는 관 등이 돌출돼 그 모양이 독특하다. 세월이 보태져 품격마저 느껴진다.

 

커피 역사‧상식 알고 싶다면 ‘부산 커피박물관’으로

커피박물관을 다녀오면 커피의 역사와 문화, 분쇄와 추출법, 로스팅, 우유와의 궁합, 그 외 커피 관련 상식 등을 알 수 있다. 친근한 대상에게 애정이 샘솟는 것은 당연지사. 다녀오면 커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생긴다.

커피는 볶은 생두를 분쇄해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커피는 수용성이다. 용해하는 물의 온도에 따라 그 맛이 확연히 다르다. 찬물이나 상온에서 추출한 것을 ‘더치커피’라고 한다. 요즘 커피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은 ‘콜드브루커피’는 분쇄한 원두를 찬물에 담가 뒀다가, 상온이나 찬물로 보통 6시간에서 12시간에 걸쳐 추출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덕인지 짧은 시간에 추출한 일반 커피에 비해 쓴맛이 덜하며, 순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와 ‘드립 커피’의 차이점은 추출 방식에 있다. 아메리카노는 커피의 지용성 성분까지 추출해 기름진 맛이 도는 반면, 드립 커피는 커피를 중간 분쇄해 종이필터에서 물줄기를 돌려가며 추출하는 여과식 방식으로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다. 많은 커피 애호가들은 아메리카노보다 드립 커피를 선호한다. 물줄기 조절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

한국인의 1일 커피 소비량은 한 사람당 평균 1.2잔으로 조사됐다. 한 사람이 1년간 438잔가량의 커피를 마신다는 이야기다. 매일 마시는 커피, 역사와 상식이 함께한다면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커피의 뜨거운 낭만이 그리운 깊은 늦가을, 전포동 부산 커피 박물관 탐방을 추천한다.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8-11-0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11월호 통권 145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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