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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9월호 통권 143호호 문화관광

나무, 흙, 바람 그리고 사람

일상을 벗어나 숲과 하나 되는 시간

내용

가을을 머금은 숲, 일상의 숲을 벗어나 자연의 숲으로 간다. 

폭염을 이겨낸 나무는 열매를 살찌우느라 분주하다. 

아이보리 색 귀여운 모자를 쓴 초록 도토리와 

아직은 가시가 아닌 연둣빛 털을 뒤집어 쓴 어린 밤송이가 여름을 훌쩍 건너왔다. 

맑은 물소리가 더위에 지쳤던 심신을 휘감는다. 

나무가 뿜어내는 에너지, 흙과 나누는 온화한 대화. 

곤충들이 살아낸 시간의 곡절한 무늬, 여기는 땅도 하늘도 바람도 나뭇잎도 

잔잔한 위안으로 다가와 활기로 전환되는 곳. 

생명의 근원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부산 치유의 숲’이다.

 

부산치유의 숲

 

‘부산 치유의 숲’은 ‘회동수원지’ 인근 기장군 철마면 장전리 ‘부산대학교 학술림’ 내에 위치하고 있다. 153㏊ 면적의 소나무와 참나무 군락지로 ‘장년산’의 완만한 경사를 이용해 1시간가량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다. 작년 11월 문을 연 ‘부산 치유의 숲’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숲이 가진 긍정적인 요소를 활용해 시민들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고자 설립됐다. ‘치유의 숲’ 부대시설로는 방문자 센터, 숲 문화센터, 치유마당, 풍욕장, 숲 속 명상터, 마음 나눔터, 솔바람 쉼터, 태교 숲터, 큰바위 쉼터, 숲속도서관 등이 있다. ‘큰바위 쉼터’로 오르는 나무계단에서 ‘아홉산’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있다는데 이곳에는 생강나무, 덜꿩나무, 팔손이, 회양목 등 진귀한 나무들이 서식한다. 그리고 숲에는 온갖 나비와 곤충, 도롱뇽, 개구리, 맹꽁이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상수도보호구역인 청정지역이면서도 접근성이 용이한 휴식처다.  

 

청정지역에서 느끼는 자연 그대로의 숲 


‘치유의 숲’ 맞은편에는 무료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화살나무와 해바라기가 반겨주는 출입구를 지나면 공기부터 확연히 다르다. 계곡을 따라 나무 데크가 길게 조성돼 있고, 중간 중간 수업을 진행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 구성이 이색적이다. 널찍한 나무 데크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숲과 혼연일체가 된 듯 자연스럽다.

 

화사한 초록과 맑은 햇살이 뒤섞인 숲의 나라, 3차원의 세계로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낯선 아름다움에 빠진다. 바람이 뒤집는 나무 그늘마저 영롱하다. 방문자 센터 잔디밭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함께하는 숲’ 수업이 진행 중이다. 신청자 열 명 남짓이 둘러 앉아 다도예법을 배우고 있다. 

 

20대에서 70대까지 참가자 나이도 다양하다. 각각의 찻잔을 앞에 두고 명상에 들어갔다. 숲의 고요를 파내는 진동. ‘맴맴~~ 찌르르르~’ 곤충들이 내는 소리의 음파가 묘한 끌림으로 다가온다. 치유지도사 선생님의 다도에 대한 설명도 자연을 닮아 그윽하다. 차를 따르기 위해 찻잔을 세울 때는 왼손으로 가려서 바로 세우며 예를 다한다. 또 차를 끓이기에 좋지 않은 물은 급히 흐르거나 고여 있던 물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사에도 해당된다. 하늘, 사람, 땅이 하나로 통하듯이 마음이 편안하면 만물과의 소통도 자유롭다. 그래서 차를 마실 때는 현실을 잠시 내려두고 무위자연의 상태로 돌아가 차를 세 번에 나눠 마신다. 첫 모금을 마시고 두 손을 배꼽 위로, 두 번째는 가슴 위, 마지막은 잔은 비우고 내려놓기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분으로 스며드는 첫 관문인 셈이다. 

 

기장군 철마면에 문을 연 ‘치유의 숲’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장군 철마면에 문을 연 ‘치유의 숲’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그룹 프로그램 운영 …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든 무료로 ‘치유의 숲’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성인을 위한 ‘함께하는 숲’ 프로그램은 삼림욕 체조·맨발 걷기·명상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활력을 충전한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이 있는 숲’ 프로그램은 가족 이름 짓기, 자연 환경 놀이, 숲 활동 등으로 가족 구성원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다시 찾는 숲’은 친목도모와 낙상예방 및 근력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차 마시기, 두드리기 체조, 인생나이테 그리기 등을 진행한다. ‘마주 보는 숲’은 임신부부(16주~32주)의 아기맞이 프로그램이다. 부모 됨 선언하기, 숲 소리 듣기, 태명 명찰 만들기, 태교 동화 읽어주기 등 예비 엄마 아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성인 단체를 위한 ‘쉬어가는 숲’은 지쳐있는 나를 위로하고 감정의 부조화를 인지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프로그램이다. 삼림욕 체조, 내 몸 바라보기, 숲 바라보기, 숲 느껴보기, 불편한 감정 버리기 등이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그룹별로 나눠 오전 10시부터 정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두 차례 약 2시간 동안 산림치유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진행된다.


‘치유의 숲’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일상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자연 속에서 활력을 충전할 수 있다(사진은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 모습).

▲‘치유의 숲’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일상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자연 속에서 활력을 충전할 수 있다(사진은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 모습).

 

 

숲속에서 춤도 추고 명상도 하고


스피커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솔. 솔. 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 똑. 똑 구두 소리 어딜 가시나’ 짝을 지어 춤을 춘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오른쪽 옆으로 찍고, 왼쪽 옆으로 찍고, 지그재그 찍고, 삼각형 찍고,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차. 차. 차.” 

 

서로의 틀린 동작에 웃음보가 터진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꽤 가까워졌다.

 

‘가위 바위 보!’ 이긴 팀은 열 보 전진, 진 팀은 다섯 보, 걷는 것도 보폭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넓은 보폭이 건강의 상징이며 항상 올바른 걷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보폭은 자기 신장의 45%가 가장 적당하다. 건강 증진을 위한 걷기는 20초당 40보, 체중 감량을 위한 걷기는 20초당 45보, 체력 증진을 위한 걷기는 20초당 50보다. 승부욕에 불타 ‘하하 호호’ 웃으며 수련장으로 가는 700m 길이 천진난만한 동심으로 물든다.

 

다시 2인조로 나눠 ‘아카시아나무’ 이파리를 얼굴에 붙이고,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얼굴에 붙은 잎을 입김으로 불어 떼는 게임을 한다. 그리고 얼굴의 모든 근육을 써서 손대지 않고 스스로 얼굴에 붙은 잎사귀를 떼어낸다. 우스꽝스런 표정을 보며 ‘호호 깔깔’ 모두가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한 줄로 서서 ‘걷기 명상 시간’에 들어갔다. 마사토가 깔린 길을 맨발로 걷는다. 오직 걷는 일에만 집중한다. 천천히 한 발을 뗀다. 움직인다. 가만히 다른 발 앞에 내려놓는다. 같은 동작을 다시 반복한다. 오로지 침묵 앞에 발을 놓고, 침묵 앞에 발을 뗀다. 현세의 삶을 일시적이라고 여긴다는 순례자 체험을 방불케 한다.

 

산림치유지도사가 넓적한 나뭇잎을 나눠준다. 4명이 한 조가 돼 등을 돌리고 앉았다. 산림치유지도사가 말했다. 

 

“나뭇잎을 접어 보세요. 그리고 구멍을 내세요. 여러 겹으로 접어 귀퉁이를 찢어 봐요.” 

 

같은 말을 했지만 4장의 나뭇잎은 각각 모양이 달랐다.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인간은 고유한 객체임을 인정하고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치유의 숲’은 꼭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아도 편하게 찾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치유의 숲’은 꼭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아도 편하게 찾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숲 태교 프로그램인 ‘마주 보는 숲’에 참가한 시민 모습.

▲숲 태교 프로그램인 ‘마주 보는 숲’에 참가한 시민 모습.


자연 속에서 태아와 교감하는 ‘숲 태교’ 인기

 

계곡을 건너가는 나무다리가 나오면 나무 계단 위에 새장 같은 앙증맞은 숲속도서관이 있다. 숲속도서관 앞 넓은 마루에서 부모들은 데크에 등을 기대고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 옆에서는 스케치북을 펴고 5살과 7살 두 아이들이 숲에서 구해온 재료로 여러 가지 모양을 오리고 붙인다. 

 

“오빠, 이것 봐! 참새가 꽃을 물고 왔어.”

 

동생이 만든 귀여운 작은 새는 나뭇잎 몸통에 작은 나뭇가지로 두 발을 달았다. 

 

“이거 봐라~ 멋지지?” 

 

오빠가 만든 것은 커다란 참나무 이파리에다 삐죽 삐죽한 풀잎으로 안테나를 달고 있는 로봇이다. 까만 열매로 붙인 두 눈이 영리해 보인다. 아이들 부모는 아이들이 아토피 증세를 보여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숲에 온다고 한다. 자연 속에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아토피 치료뿐 아니라, 면역력이 강화돼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단다. 숲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

 

‘태교 숲터’에서는 태교 프로그램인 ‘마주 보는 숲’ 수업이 한창이다. ‘숲 태교’로 이미 예비 부모들 사이에 인기다. 총 3회 차로 열리는데 빠지는 임산부는 거의 없다고 한다. 태명으로 명찰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태명도 가지각색이다. 콩콩이, 보름이, 복댕이, 꽁냥이, 태리, 축복이, 장군이. 그중 ‘태리’라는 태명이 특이해서 물어 보니, 이태리로 신혼여행가서 생긴 아기라서 ‘태리’라고 지었단다. 아빠가 매트 위에 누운 엄마의 불룩한 배를 쓰다듬으며 조근 조근 동화책을 읽어 준다. 가끔 새소리와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끼어든다. 아빠의 목소리와 엄마의 심장소리, 아기는 지금 최상의 기분과 안정감으로 쑥쑥 자라고 있을 것이다.

 

아빠가 속삭인다. ‘아가야, 사랑해. 건강하게 자라서 순풍 만나자!’ ‘한 가지씩만 해. 아기가 어려워 해’ 아빠가 들려주는 태담에 엄마가 장난을 친다. 나뭇잎으로 서로 간지럼을 태우며 숨이 넘어갈듯 웃는다. 엄마 아빠 웃음소리에 뱃속 아기도 잠깐 잠에서 깼는지 모르겠다. 숲속의 온전한 평온이 태아에게로 수혈된다.

 

‘치유의 숲’에 가는 것은 내 자신에게 닿기 위해서다. 숲길은 목적지를 향해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길이다. 나를 향한 질문과 답을 구하는 사이 우리네 마음은 가을 날씨만큼 성큼 깊어진다.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부산 치유의 숲’에서 보낸 하루는 순수함에 다가서려는 몸짓이었다. 사람이란 본디 마음이 넓을 때는 우주를 다 감싸고도 남지만, 마음이 비좁아지면 바늘 하나도 꽂을 자리가 없다고 했다. ‘부산 치유의 숲’에서 웃고, 떠들며 때론 숲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 보자. 여름의 끝은 알찬 가을로 연결될 것이다.

작성자
이영옥
작성일자
2018-08-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9월호 통권 143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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