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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495호 문화관광

“현대라는 시대,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랑을 담고 싶었다”

BIFF 개막작 ‘오직 그대만’을 보고

내용

“낭만이 사라져가는 도시에서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지난 6일 열린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오직 그대만’ 기자시사회에서 송일곤 감독은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 구시대적인 유물이나 사치로 여겨지는 시대에 ‘오직 한사람’을 향한 러브스토리를 만든 데 대한 설명이다.

이 영화는 세상을 등지고 마음 문을 굳게 닫고 살아가던 전직 권투선수 철민(소지섭)과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늘 명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텔레마케터 정화(한효주)의 사랑이야기다.

영화는 권투선수, 시각장애인, 사랑, 희생 등 통속적인 소재를 버무리면서도 디테일하게 감정을 표현해 특유의 리듬을 잃지 않고 나아간다. 송일곤 감독은 “통속적이고 심플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케릭터 구축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두 배우가 나오지 않는 신이 한 장면도 없을 정도로 배우 의존도가 높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두 배우는 만남에서부터 호기심→관심→호감→자괴감을 거쳐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장면들을 여느 연인들이 공감할만한 달콤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면 철민이 정화에게 잘 보이기 위해 냄새나는 발을 신발 속에 조심스럽게 집어넣는다든지 철민이 정화를 기다리며 온 신경을 그녀가 다가오는 소리에 집중하는 장면들. 디테일한 연출과 좋은 연기로 만든 이런 신들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두근거리며 설레게 만드는 명장면이다.

이 날 시사회에서 ‘베드신’에 대해 묻는 외신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한효주는 “영화를 찍을 때 순차적으로 찍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어색하거나 힘든 점이 없었다”고 답했다. 감독도 배우도 사랑의 순간과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것이다.

그렇다, 사실 두 배우의 베드신은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자극적이고 강렬한 베드신은 아니었다. 이 날, 많은 이들이 ‘에게, 이게 다야?’하고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했다.

또 하나 이 영화를 읽는 키워드는 ‘도시’. 영화에는 권투 선수의 꿈을 잃고 생수병을 배달하는 철민, 재개발로 쫓겨나는 정화 등 도시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송일곤 감독은 이런 장면들에 대해 “현대라는 시대, 도시라는 공간에서의 사랑을 담고 싶었다. 사랑은 구시대의 것,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단순한 감정임을 말하고 싶었다”며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다.

‘오직 한 사람’을 향한 사랑 때문에 희생하고, 기다리고, 슬퍼하고, 삶의 희망을 찾는 이야기. 사랑도, 결혼도, 아이도 포기한다는 무시무시한 삼포(三抛)시대에 상투적인 소재로 가득한 이 사랑 이야기가 여전히 사람을 웃고 울린다. 송일곤 감독의 기대처럼.

작성자
이용빈
작성일자
2011-10-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495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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