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부산은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28개 동)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6·25전쟁 당시 몰려든 피란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형성한 산복도로 고지대 주거지의 골목길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좁다. 하루 100∼200여 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들고 나는 부산항은 국내최대 항만이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지형적 특성은 훌륭한 관광자원이자 영화인들이 즐겨찾는 촬영지이다. 하지만 소방관에게 부산은 근무하기 힘든 도시다. 초고층 빌딩이나 좁은 골목길 모두 화재진압이 까다롭다. 부산의 소방관은 공중과 고지대인 산, 바다의 불에 모두 대응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와 시소방안전본부는 초고층 빌딩과 고지대 주거지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춰 '부산형 소방안전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사진은 부산시소방안전본부 소방헬기가 산불을 진화하는 모습). 사진제공·부산일보

부산광역시와 부산시소방안전본부가 초고층 빌딩과 고지대 주거지가 많은 도시 특성에 맞춰 `부산형 소방안전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먼저, 초고층 빌딩 화재와 산불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첨단 소방헬기인 ‘AW139’를 도입해 지난 4월 10일 해운대구 좌동 부산시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에서 취항식을 가졌다. 

이 헬기는 화재·인명구조·구급 등 다목적 용도로 14명이 탑승해 4시간 동안 떠 있을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302㎞에 달하고 항속거리는 944㎞에 이른다. 자동항법장치와 비행 장비가 개선돼 높은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날 수 있어 고층건물 화재진화 능력이 뛰어나다. 산불 진압을 위한 방화수도 한 번에 1천500ℓ나 실을 수 있다.

초고층 빌딩 화재 상황을 파악하고 진압 작전을 수립하기 위한 소방 드론도 기존 1대에서 5대를 추가해 6대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까지 소방 드론은 경찰용이나 세관용, 군용과 달리 150m 이상을 띄우기 위해서는 항공안전법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해 초고층 빌딩 화재에 실질적인 대응 효과가 떨어졌다. 하지만 부산시의 규제개혁 건의를 받은 국토교통부가 소방 드론을 포함해 드론의 고도기준을 300m로 높이는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방 드론을 높이 제약 없이 띄울 수 있다.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고지대나 좁은 골목길 주거지 화재 진화를 위해서는 경량소방차 8대를 추가해 모두 14대를 운영한다. 경량소방차는 기존 소방차보다 차량 폭이 75㎝가량 좁아 골목길에서의 기동성이 뛰어나다. 컨테이너 부두 등 항만의 해상안전을 위해서는 현재 100t급의 화재진압용 소방정을 2021년까지 500t급 규모의 다목적 소방정으로 대체한다.

소방서를 늘리고 소방청사 현대화를 통해 화재 진압 대응의 신속성도 높인다. 북구와 남구를 담당할 소방서를 신설하고, 2020년까지 낡은 소방청사 현대화 사업을 벌여 반송·부암·송정·감만·기장·모라·수정·양정 등에 소방안전센터를 확충하기로 했다.

이밖에 골목길·진입로 상습주차, 각종 장애물 적치 등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지역을 줄이는 데도 총력을 기울인다. 부산시소방본부는 2014년 440곳이던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을 지난해 206곳까지 줄였다. 이를 통해 `소방차 5분 이내 현장 도착률’을 78%에서 84.2%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