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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취임 100일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듣는다

“고인 물 흘려내고 부산 대개조해 시민행복 해양수도 반드시 만들 터”

내용

‘소랄초갱랄(小辣椒更辣)’이란 중국식 표현이 있는데, 우리 속담으로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뜻이겠다. 중국의 현대화를 이끈 덩샤오핑 같은 사람에게 붙일 만한 별명이다. '작은 거인'이란 별명처럼 오 척 단구이지만 가슴에 깊은 궁량을 품고 온갖 정치적 역경 속에서도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로 우뚝 일어선 '부도옹(不倒翁)'이 바로 그 사람이 아니었던가. 내 개인적으로는 오거돈 부산시장을 볼 때마다 덩샤오핑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오거돈 부산시장

 

오 시장 역시 크지 않은 체구이지만 '뚝심과 배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덩샤오핑이 숱한 정치 역경을 3전4기의 의지로 돌파해낸 것처럼, 그 역시 부산시장 선거에서 세 번 고배를 마신 끝에 네 번째 도전에서 당선된 '의지의 사나이'가 아닌가. 나는 토요일인 지난 10월 13일 남천동 부산시장 관사를 찾아갔다. 취임 100일이 막 지난 오 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잘 가꿔진 잔디밭 사이로 난 돌계단을 올라 관사로 들어서니 집에서 입는 점퍼 차림의 오 시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영락없이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동네 아저씨 행색이다. 대담을 시작하기 전 그는 지난 9월 초 입양한 유기견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핫'과 '루비'란 이름의 귀여운 흰 강아지 두 마리는 오 시장을 보자마자 반갑다고 펄쩍펄쩍 달려든다. 그의 얼굴에도 손자를 보는 할아버지 같은 자애로운 웃음이 번져났다.

 

유기견 두 마리 입양 가족처럼 돌봐

 

"태어날 때부터 버려져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자라던 녀석들입니다. 한 방송사의 유기견 분양프로그램에서 사연을 듣고 입양하기로 했지요. 지금은 잔디밭을 마음껏 뛰어놀며 잘 자라고 있지만 아픔을 겪은 녀석들이라 아이 키우는 심정으로 보살피고 있지요. 글쎄, 방송에 나온 뒤로 나보다 더 유명해져서 이 녀석들을 보겠다고 주말이면 시민들이 200여 명씩 관사로 찾아오곤 해요. 허허."

 

오거돈 부산시장과 부인 심상애 여사가 지난 9월 초 입양한 유기견 핫과 루비를 안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지난 7월 6일 민주공원 추념의 장을 찾은 오 시장이 방명록에 순국선열의 희생, 시민이 행복한 해양수도로 보답하겠습니다는 다짐을 적는 모습(오른쪽). 

▲오거돈 부산시장과 부인 심상애 여사가 지난 9월 초 입양한 유기견 '핫'과 '루비'를 안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지난 7월 6일 민주공원 추념의 장을 찾은 오 시장이 방명록에 "순국선열의 희생, 시민이 행복한 해양수도로 보답하겠습니다"는 다짐을 적는 모습(오른쪽). 

 

응접실에서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됐다. 우선 취임 100일을 지낸 소감부터 물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23년간 쌓여온 낡은 과거와 단절하고 부산시정에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중압감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관 주도 행정에서 민간 주도로 바꿔나가는 작업부터 착수하려고 합니다. 나아가 시정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데도 노력할 작정입니다. 고인 물을 흘려보내고 신선한 물을 담아 시정은 물론 부산사회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합니다."

 

그는 취임하면서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시정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터다. 앞으로의 시정 방향에 대해 그는 자세히 설명했다. "저는 부·울·경, 나아가 남해권의 광역자치단체들 간의 협력체제 구축에 앞장서려고 합니다. 부·울·경은 원래 생활·경제 측면에서 한 뿌리가 아니겠어요? 그러니 경쟁이나 갈등을 벗어나 경계를 넘은 상생·협력관계를 이뤄내야죠. 신공항을 비롯한 교통체제 정비, 수자원 관리 등 협력할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래서 남해안을 횡축으로 묶어 수도권에 못지않은 광역 차원의 공동 경제·생활권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을 작정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부산-목포 간 KTX 노선 건설, 남해안 해양관광벨트 조성 등의 사업을 제안해 볼 생각도 갖고 있지요."

 

“지자체 실시 후 23년간 쌓여온 낡은 과거와 단절하고
시정에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 다시 한 번 책임감을 느낍니다.”

 

'남부권 광역 상생·협력체제 구축' 매진

 

부산 발전에 대한 그의 구상은 끝없이 이어졌다. "부산은 그저 한국 제2의 도시, 서울의 아류도시가 돼선 안 됩니다. 해양에 기반을 둔 부산만의 특장(特長)을 살려 싱가포르·상하이·홍콩을 잇는, 아니 동북아 해양도시들의 중심이 되는 현대적이고 발전된 국제도시로 키워가야지요. 그렇게 되려면 부산 사람들은 국제적 감각과 진취적 기상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저는 임기 동안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주춧돌을 놓는데 온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현장중심 대응체계 구축으로 시민 명령 1호인 안전도시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사진은 대형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을 점검하는 모습). 

▲오거돈 부산시장은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현장중심 대응체계 구축으로 '시민 명령 1호'인 안전도시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사진은 대형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을 점검하는 모습). 

 

이야기가 너무 진지하게 흘러간다 싶어 나는 그를 가볍게 찔러봤다. '뚝심과 배짱', '3전4기'로 대표되는 자신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를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 현대사의 위대한 정치가인 덩샤오핑을 저와 비교하는 건 과분한 것 같군요. 시장 선거에서 몇 차례 낙선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시간이 용광로에 끓는 쇳물처럼 저 자신을 단련시킨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고민이 적지 않았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운명이 아닌가 생각해 나서게 됐던 겁니다.뽑아주신 시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신명을 바쳐야 하겠지요." 

 

"옥류관에서 먹은 평양냉면 맛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부산시장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맛이 있더군요.
하지만 제 입엔 부산의 밀면이나 돼지국밥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대화는 그의 평양 방문으로 이어졌다. 그는 '10·4 공동선언' 1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정부 방북단의 공동대표단장을 맡아 지난 10월 4∼6일 평양에 다녀왔던 터다.

 

"북측 고위인사들이 남북 교류협력에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북측에 부산과의 다양한 교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부산 주도의 대북 교류협력사업의 전도가 밝은 것 같습니다." 그는 능라도 5·1경기장에서의 집단체조 중 '부산-평양'이 새겨진, 남북 종단철도가 관중석에서 카드섹션으로 그려진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옥류관에서 먹은 평양냉면 맛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부산시장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맛이 있더군요. 하지만 제 입엔 부산의 밀면이나 돼지국밥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부산이란 거대도시의 수장이 아닌, '생활인 오거돈'의 일상이 궁금했다. 하루 일과를 어떻게 쓰며 공휴일엔 어떻게 보내느냐고 물었다.

 

"시장의 일과가 공적, 사적 영역으로 나누어지긴 어렵지요. 24시간 모두가 업무의 연장이라고 봐야지요. 아침 6시쯤 일어나서 신문을 읽고 출근해 이런저런 회의를 주재하고, 민생현장을 방문하다 보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휙휙 지나갑니다. 저녁에도 이런 저런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대개 오후 10시께 퇴근하게 되지요. 오늘이 토요일이지만 오후엔 시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저녁엔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하는 등 휴일이 따로 없습니다."

 

'가장(家長) 오거돈'으로선 늘 미안할 뿐

 

몇 년 전 나온 그의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부인 심상애 여사를 대학원 시절 미팅에서 만났다고 한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부인은 처음엔 쌀쌀하게 퇴짜(?)를 놓았는데 3년 후 운명처럼 다시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고 한다. 내친 김에 '가장(家長) 오거돈'을 자평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몇 차례 낙선하면서 집사람을 고생시킨 데다 지금도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못 내서 미안할 뿐이지요. 딸 둘, 아들 하나를 뒀는데, 젊어서부터 공무원 생활하느라 챙겨주지도 못했지만 집사람이 잘 키워내 다들 건실한 사회인으로 자기 몫을 하는 걸 보면 아비로서 고맙지요. 손주들을 보면 반갑고 살뜰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저도 여느 할아버지나 다름없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고인 물을 흘려보내고 신선한 물을 담아 시정은 물론 부산사회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왼쪽 사진은 경남고 재학 당시 친구들과의 가을 소풍(사진 맨 오른쪽이 오 시장), 오른쪽은 대학 졸업 당시 모습.

▲오거돈 부산시장은 고인 물을 흘려보내고 신선한 물을 담아 시정은 물론 부산사회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왼쪽 사진은 경남고 재학 당시 친구들과의 가을 소풍(사진 맨 오른쪽이 오 시장), 오른쪽은 대학 졸업 당시 모습. 

 

우리는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그는 취임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면서 많은 시민들을 만났는데 자신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 다시 한 번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시절 파행으로 얼룩졌던 부산국제영화제를 영화인들의 손에 맡겨 재도약하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이야기도 했고, 기초예술 육성과 지원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청했다. 

 

"BRT(중앙버스전용차로)의 존폐 문제를 놓고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의 뜻을 받들어 민주적으로 결론을 냈지 않습니까. 저는 앞으로도 시정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시민의 뜻을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금 부산은 경제적으로 좀 어렵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도시입니다. 부산시민은 그 어느 도시민보다 지혜로운 분들인 만큼 힘을 모아 한발 한발 전진한다면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도시가 꼭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대담이 끝나자 오 시장은 나를 관사 대문까지 배웅했다. 나는 이 글의 서두에서 그를 덩샤오핑의 이미지에 견주었지만, 그가 '부산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는 그 자신의 몫일 터다. 그의 고단하고 긴 도전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대문 앞에서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다. 그의 얼굴에 문득 소년처럼 천진한 웃음이 번져났다.

 

부산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 

대담·글/강동수 소설가·경성대 교수 기사 입력 2018-10-17 다이내믹부산 제1846호
자료출처 : 함께 나누고 싶은 '부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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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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