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메르스를 겪으면서 우리는 ‘감염병이 위기라고 할 만큼 이렇게 심각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고, 그때 자주 듣던 얘기가 ‘병문안이 메르스 전파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메르스 후 3년, 병문안 문화는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그간의 조치를 보면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 및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올바른 병문안 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합동 선포식’을 가졌고,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이 병문안 기준에 따라 올바른 병문안 문화 실천을 유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입원시설이 있는 병원마다 병문안객의 명단을 작성하고, 감염병의 일반적인 잠복기인 한 달간 보관함으로써 감염병 발생 시에 역학조사가 즉시 이루어져서 감염병의 전파를 신속하게 차단하는 등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다.

의료기관 측의 대응으로는 몇몇 병원으로부터 시작해서 병동입구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하고 환자 당 보호자 한 명을 지정하여 출입카드를 발부해 주어서 지정된 면회시간 이외의 시간에는 카드를 가진 보호자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여 환자와 접촉하는 사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권고 기준’에 따라 병문안객이 지켜야 할 병문안 수칙의 내용을 살펴보자. 가장 좋은 병문안은 전화, 영상통화나 문자 등 방문 이외의 방법을 사용하여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특히 병문안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항암치료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면역저하자라든지, 어린 아이나 노인과 같이 감염병에 취약하거나, 인플루엔자나 결핵과 같은 전염성 호흡기질환을 가진 사람, 그리고 눈병이나 피부병 등을 앓고 있어서 환자에게 다른 감염병을 전파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병문안객 본인과 입원환자 모두의 건강을 위해 병문안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반드시 방문하기를 원한다면 첫째, 환자가 병문안이 가능한 상태인지를 확인하여야 하고, 둘째, 병문안 수칙과 병문안 가능 시간을 준수하면서 병문안을 하여야 한다. 또 병문안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입원 중인 환자는 면역이 저하되어 있거나 각종 삽입기구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며, 병문안객과 같은 건강한 사람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입원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병문안은 한 번에 한 사람이, 가급적 짧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입원환자에게는 병실의 환경이나 식사도 치료의 일부분이므로 병문안을 갈 때는 꽃이나 화분, 외부음식 등은 가져가지 않아야 한다. 병문안객은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들어가고, 환자의 침대 위에 앉는다거나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하는 것을 피한다. 병문안 중에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올 때는 기침예절을 준수하여 휴지나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하도록 하고, 병실을 나온 후에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다. 단체 병문안이나 병실 안에서의 종교행사는 지양하여야 하며 여러 환자를 동시에 방문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병문안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습이니만큼 국민들이 병문안 문화개선에 대해 동의하고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홍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병문안 문화개선은 의료기관과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결실을 맺을 수 없고, 국민들이 필요성을 깊게 인식하고 실천해야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김계형 교수

부산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감염관리실장

부산광역시 감염병관리지원단 겸임교수